월요일 편지

[루아네 옹달샘] 초심(初心)

Beginner's Mind

2026.07.29 | 조회 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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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새로운 곳에 왔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저번 주부터 호텔 일을 시작했다. 이번 주 내내 호텔 레스토랑 호스티스 친구들을 따라다니면서 호텔 레스토랑 일 전반을 배우고 있다. 이 나이에 다시 호텔에서 인턴이라니. 감사와 혼란스러움이 섞여서 지내고 있다. 매주 바뀌는 시간표 때문에 아무래도 매주 월요일에 편지를 쓰기가 어려워졌다. 최선을 다해 일주일에 한 번씩 편지를 쓰기로 나의 결심을 바꿔본다.

처음 시작.
처음 시작.

첫 마음. 어디선가 무언가를 처음 시작한다는 것. 호텔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다시 매일 요가 수련을 시작했다. 가능하면 아침에 요가 수련을 하고 싶지만, 이 들쑥날쑥한 편지처럼 매일 틈날 때마다 몸을 움직이고 있다. 처음 요가를 시작했을 때, 그리고 처음 요가를 진지하게 마주하고 지도자 과정을 했을 때의 마음이 돌아온다. 초심이라는 말로 모든 사람들의 초심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나의 10대, 20대, 지금의 초심이 다 그 시간마다 달랐기 때문에, 이 모든 시기 동안 처음 가졌던 마음을 초심이라는 말로 뭉뚱그리기에는 그 시간마다의 초심이 서운해할 것이므로. 요가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마음을 기억한다. 요가라는 것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리고 무조건 잘하고 싶어서 유명하다는 선생님들을 다 따라다니며 경험해보고 싶어 했던 마음. 마음 공부도 해부학 공부도 부족했지만, 오롯이 수련으로, 온몸으로 다 받아들였던 그 순수한 마음이 매일 수련마다 떠오른다. 지금은 요령이 늘어서, 소위 말해 가방끈이 길어져 몸보다 머리가 먼저 움직이지만, 그때는 아무것도 몰라서, 할 수 있는 게 수련밖에 없어서 온몸을 요가 수련에 내던졌던 것 같다. 지금은 여기가 아파서, 이게 안 돼서, 저게 안 돼서라는 말로 게으름을 포장할 줄 아는 능력만 늘었다. 과연 지식이 힘이라는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 많이 아는 게 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대학 때 조명 디자인 공부를 시작했을 때, 20대의 초심이 기억난다. 20대의 초심은 갈급했다. 살아남고 싶었다. 그때는 순수함 100퍼센트. 아니 120퍼센트. 주변도 신경 쓸 시간이 없는 그때의 초심. 영어도 쉽지 않았고, 처음 접하는 조명 보드들, 색깔 공부며, 극장 시스템까지 눈에 익히는 데 아마 한 학기가 걸린 것 같다. 거의 매일 드레스 리허설, 테크 리허설에 앉아서 조명 디자인 교수님이 일하는 것을 보러 다니고, 그때야말로 온몸을 거의 다 극장에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생활에 대한 고집도 없었고, 내가 연극이었고 연극이 나였던, 나를 다 연극에 쏟았던 그 시간.

일 끝나고 먹은 첫 피자
일 끝나고 먹은 첫 피자

지금 30대 나의 초심은 조금 빛이 바랬다. 일단 먼저 안타깝게도 체력이 줄었다. 잠을 줄이지 못한다. 체력이 줄다 보니 머리 회전도 그전만큼 빠르지 않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할 수 없다고 느끼는 부분에는 일단 먼저 힘을 빼버린다. 영어를 못했던 시기나 이탈리아어가 어려운 지금이나 언어 때문에 속상해지는 것은 매한가지이지만, 그 속상한 마음이 나의 일상을 건드리지는 못한다. 이 일이 내 삶의 전부가 되지 않는다. 또 시간을 이기려고 하지 않는다. 나의 빛바랜 이 초심은 조금 느릿느릿하지만, 이 첫 시작이라는 터널이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흔들림이 적다. 가끔 20대의 초심을 지금 가지고 있다면 내가 더 빠르게 뭔가를 더 이룰 수 있을까? 그때는 열심이 시간을 이길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지나 보니 누군가가 오랫동안 쌓아 올린 시간은 쉽게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지금은 깨달았다. 시간이 쌓이면 매일 식은땀을 흘리며 겨우겨우 해내는 지금의 일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쌓이면 이탈리아어도 영어처럼 편해지겠지.

지금 나의 초심이 누군가가 가지고 있을 초심처럼 반짝이거나 강렬할 순 없겠지만, 지나온 어떤 순간보다 따뜻하고 오래도록 나의 길을 비춰줬으면 좋겠다.

7월 28일 화요일, 호텔 조식과 저녁 사이 쉬는 시간에 씀.

여러분의 초심은 어떠셨나요? 혹시 지금 무언가를 시작하고 계시다면, 그 시작하는 마음을 멀리서나마 응원해봅니다. 다음 주에 또 찾아올게요!

 

<이 편지를 쓰는 사람>

첨부 이미지

본명: 다겸

이탈리아: 루아 Rua

요가를 가르치다가 옷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 패션 디자인 과정을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이탈리아에서 패션 브랜딩을 공부하게 되었고, 지금은 시칠리아 카타니아라는 거주하고 있다.

어떤 일을 하든지, 어디에 있든지, 누군가에게 쉼과 휴식이 되는 옹달샘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요가인이며, 언젠가 바다가 보이는 따뜻한 도시에서 옷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작업실과 매주 저녁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큰 식탁과 넓은 거실이 있는 집에서 사는 삶을 꿈꾸며 하루하루를 꾹꾹 채워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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