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같이 일하고 있는 시칠리아 사람들은 참 감정 표현도 많고, 사람들 사이의 신체 간격이 좁다. 체감상 한국 사람들보다 두 배 정도 가깝다. 말을 할 때도, 애정을 표현할 때도, 장난을 칠 때도 밀도가 짙다. 말로 설명하기가 참 어렵다.
이성 친구 사이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에서 남자 사람 친구와 여자 사람 친구라면, 물론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기는 하겠지만, 조금 의구심을 가질 만큼 신체적 거리가 좁다. 인사부터 만나면 바로 볼 인사를 한다. 볼 인사에 기겁을 할 만한 몇몇 친구들이 떠오른다. 안으면서 인사하는 것도 우리나라였다면 손만 얹는 정도일 텐데, 여기 친구들은 아주 야무지게 안아준다.

외국 생활을 적지 않게 해오면서 문화 차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분명 미국에서도 문화 차이는 있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미국 영화나 시트콤들을 보면서 자라와서 정말 문화의 깊은 차이를 느끼는 데 시간이 조금 더 오래 걸렸다. 이탈리아, 특히 시칠리아에서는 사람들을 만나자마자 아, 이게 문화 차인가 바로 생각이 들 정도로 어색하면서 새롭고, 두려우면서 설레는 순간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이탈리아어를 배우는 것보다 더 어렵다. 내가 생각했던 경계들이 정말 아무런 의구심 없이 무너질 때. 나에게는 그러한 그들의 비언어적 표현들을 해석할 수 있는 사전이 없다. 그 모호함에 빠져 혼란스럽다가, 설레다가, 신기하다가, 복잡스러워진다. 문화라는 것이 생각보다 내 삶을 단순하고 편안하게 해주고 있었구나. 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읽었던, 문화가 타인의 행동을 예측 가능하게 해주고 어떤 행동의 사회적 기준을 제시한다는 구절이 어느 때보다 더 가슴에 와닿는다. 너무 늦은 깨달음인 걸까.

한국에서는 사람들 간에 접촉이 있더라도 일정한 간격이 존재한다. 여기 친구들이 왜 그런 간격이 존재하는 거냐, 그리고 그런 문화가 자기들은 좋지 않다고 말하면 나는 딱히 할 말을 잃어버린다. 그러면 속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정이 많은지 아냐!! 하고 한 번쯤은 소리치는 내 모습을 상상해본다.
한국에서 너와 나의 간격이 왜 존재하는지, 그 간격의 의미를 자신 있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은데, 지금은 아직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고민이 생겼다. 당장 왜 그런지 말할 수 없지만 나는 우리나라 문화도 좋다고 그냥 당당하게 말해버려야지. 우리는 우리만의 연결이 존재한다고 말해줘야겠다. 비록 항상 껴안고 뽀뽀하지는 않지만, 사람 사이의 사랑이 꼭 몸으로 부딪혀야만 생기는 마음은 아니라고. 우리의 간격 안에는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그리고 언젠가 진심을 담아 전하는 악수나 포옹, 혹은 연인 간의 사랑 표현이 오히려 더 향기롭고 소중하게 느껴지게 되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간격이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

이제 조금씩 여기 사람들의 간격을 배우고 있다. 연애를 글로 배우면 큰일 난다는 조크처럼 문화도 글로 배우면 이래서 큰일이 나나 보다. 직접 경험하고 만나는 이 먼 섬나라의 문화는 처음 하는 연애처럼 혼란스럽고, 어렵고, 나를 서툴게 만든다. 이 간격은 가까움일까, 친절일까, 장난일까, 아니면 그냥 이곳의 평범한 인사일까. 이곳에서 나와 너 사이의 간격을 배우는 일은, 이탈리아어를 배우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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듈
꺅
루아네 옹달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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