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편지

[루아의 옹달샘] 나와 너 사이의 간격

2026.09.24 | 조회 62 |
2
|
아끼는 친구들 아름다웠던 시간 뭐든 보기 나름
아끼는 친구들 아름다웠던 시간 뭐든 보기 나름

요즘 같이 일하고 있는 시칠리아 사람들은 참 감정 표현도 많고, 사람들 사이의 신체 간격이 좁다. 체감상 한국 사람들보다 두 배 정도 가깝다. 말을 할 때도, 애정을 표현할 때도, 장난을 칠 때도 밀도가 짙다. 말로 설명하기가 참 어렵다.

이성 친구 사이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에서 남자 사람 친구와 여자 사람 친구라면, 물론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기는 하겠지만, 조금 의구심을 가질 만큼 신체적 거리가 좁다. 인사부터 만나면 바로 볼 인사를 한다. 볼 인사에 기겁을 할 만한 몇몇 친구들이 떠오른다. 안으면서 인사하는 것도 우리나라였다면 손만 얹는 정도일 텐데, 여기 친구들은 아주 야무지게 안아준다.

혼자만 먹던 저녁식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혼자만 먹던 저녁식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외국 생활을 적지 않게 해오면서 문화 차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분명 미국에서도 문화 차이는 있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미국 영화나 시트콤들을 보면서 자라와서 정말 문화의 깊은 차이를 느끼는 데 시간이 조금 더 오래 걸렸다. 이탈리아, 특히 시칠리아에서는 사람들을 만나자마자 아, 이게 문화 차인가 바로 생각이 들 정도로 어색하면서 새롭고, 두려우면서 설레는 순간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이탈리아어를 배우는 것보다 더 어렵다. 내가 생각했던 경계들이 정말 아무런 의구심 없이 무너질 때. 나에게는 그러한 그들의 비언어적 표현들을 해석할 수 있는 사전이 없다. 그 모호함에 빠져 혼란스럽다가, 설레다가, 신기하다가, 복잡스러워진다. 문화라는 것이 생각보다 내 삶을 단순하고 편안하게 해주고 있었구나. 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읽었던, 문화가 타인의 행동을 예측 가능하게 해주고 어떤 행동의 사회적 기준을 제시한다는 구절이 어느 때보다 더 가슴에 와닿는다. 너무 늦은 깨달음인 걸까.

함께할 수 있는 식사가 얼마나 감사한지.
함께할 수 있는 식사가 얼마나 감사한지.

한국에서는 사람들 간에 접촉이 있더라도 일정한 간격이 존재한다. 여기 친구들이 왜 그런 간격이 존재하는 거냐, 그리고 그런 문화가 자기들은 좋지 않다고 말하면 나는 딱히 할 말을 잃어버린다. 그러면 속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정이 많은지 아냐!! 하고 한 번쯤은 소리치는 내 모습을 상상해본다.

한국에서 너와 나의 간격이 왜 존재하는지, 그 간격의 의미를 자신 있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은데, 지금은 아직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고민이 생겼다. 당장 왜 그런지 말할 수 없지만 나는 우리나라 문화도 좋다고 그냥 당당하게 말해버려야지. 우리는 우리만의 연결이 존재한다고 말해줘야겠다. 비록 항상 껴안고 뽀뽀하지는 않지만, 사람 사이의 사랑이 꼭 몸으로 부딪혀야만 생기는 마음은 아니라고. 우리의 간격 안에는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그리고 언젠가 진심을 담아 전하는 악수나 포옹, 혹은 연인 간의 사랑 표현이 오히려 더 향기롭고 소중하게 느껴지게 되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간격이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

같이 식사를 하면서 조금씩 더 서로를 알아가고 있는 걸꺼야.
같이 식사를 하면서 조금씩 더 서로를 알아가고 있는 걸꺼야.

이제 조금씩 여기 사람들의 간격을 배우고 있다. 연애를 글로 배우면 큰일 난다는 조크처럼 문화도 글로 배우면 이래서 큰일이 나나 보다. 직접 경험하고 만나는 이 먼 섬나라의 문화는 처음 하는 연애처럼 혼란스럽고, 어렵고, 나를 서툴게 만든다. 이 간격은 가까움일까, 친절일까, 장난일까, 아니면 그냥 이곳의 평범한 인사일까. 이곳에서 나와 너 사이의 간격을 배우는 일은, 이탈리아어를 배우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이 편지를 쓰는 사람>

첨부 이미지

본명: 다겸

이탈리아: 루아 Rua

요가를 가르치다가 옷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 패션 디자인 과정을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이탈리아에서 패션 브랜딩을 공부하게 되었고, 지금은 시칠리아 카타니아라는 거주하고 있다.

어떤 일을 하든지, 어디에 있든지, 누군가에게 쉼과 휴식이 되는 옹달샘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요가인이며, 언젠가 바다가 보이는 따뜻한 도시에서 옷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작업실과 매주 저녁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큰 식탁과 넓은 거실이 있는 집에서 사는 삶을 꿈꾸며 하루하루를 꾹꾹 채워 살아가고 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루아네 옹달샘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2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 듈의 프로필 이미지

    듈

    0
    5일 전

    꺅

    ㄴ 답글 (1)

다른 뉴스레터

© 2026 루아네 옹달샘

시칠리아에서 잠시 머무는 마음들을 보냅니다

메일리 로고

도움말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2-31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