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일하게 되면서 호텔에서 제공해주는 스태프 숙소에서 지내고 있다. 구내식당에서 대부분 끼니를 해결하고, 스태프 숙소에는 부엌이 없어서 요리를 할 수가 없다. 나는 요리를 사랑한다. 그리고 요리하는 것도 좋아한다. 한국 음식보다 여기에서는 이탈리아 요리를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한국에 가면 한국 음식을 먹고, 이탈리아에 있으면 이탈리아 음식을 먹는다. 어떤 요리를 더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한국에서는 한국 음식이 좋고, 이탈리아에 있으면 이탈리아 음식이 좋다고 얘기한다. 제철마다 나오는 식재료로 그 나라의 음식을 요리해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

스태프 숙소에서 지내는 것은 좋은데 유일한 단점은 부엌이 없다는 것. 요리를 해 먹을 수가 없다. 구내식당 음식도 나쁘지는 않지만, 시프트 전에 빠르게 먹고 가거나 가끔은 사람들이 많은 시간대에는 마음 편하게 밥을 먹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안 먹지는 않는다. 먹는 것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탈리아에 와서 이것저것 다양한 파스타 요리를 해봤다. 파스타 종류도 다양하고, 생전 처음 보는 파스타들도 만들어보면서 새로운 식재료와 요리 방법을 알아가는 것이 재미있었다. 인터넷에서 잘 찾기만 하면 재료를 다듬는 방법이나 레시피가 잘 나와 있어서 그대로 따라 하면 생각보다 쉽게 다양한 요리를 만들 수 있다. 구내식당 음식도 맛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맛있는 음식은 내가 만든 음식이 아닐까. 특별히 요리를 잘한다기보다 내 입맛에 맞춰 원하는 식재료를 구해서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먹을 음식에 정성을 담기 때문에, 그 정성을 나한테 온전히 쏟은 음식이 어떻게 맛이 없을 수가 있을까.

내 전 룸메이트의 친구가 한 말이 있다.
Non c’è cucina senza amore.
사랑 없이는 요리가 없다. 그리고 사랑이 없이는 음식이 완성될 수 없다.
오늘 오랜만에 같이 일하는 친구와 레스토랑에 갔다. 아무 생각 없이 먹었던 구내식당 음식에는 조금 사랑이 부족했던 것일까. 정말 오랜만에 편안하게 한 끼를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우린 음식을 먹는 걸까? 아니면 음식에 담긴 사랑을 먹는 걸까? 함께 음식을 나누는 사람의 온기를 먹는 걸까? 아마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룰 때 영혼도 몸도 마음도 조금 더 따뜻해지는 것이겠지.

따뜻한 밥, 아니 파스타 한 상이 주는 힘이란. 참으로 놀라운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우리를 위해 내어준 마음을 먹으며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무화과 시즌이 돌아왔다. 무화과 파스타를 만들어보고 싶다. 페코리노 치즈와 메쩨 마니케 -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파스타인데 리가토니보다 짧고 둥근 고리 모양의 파스타이다- 를 버터에 잘 버무려 그 위에 생무화과와 블랙 페퍼를 약간 뿌려 만든 무화과 파스타를 만들고 싶다. 음. 관찰레(Guanciale; 돼지고기 볼살)를 넣는 게 좋을까? 고민해봐야겠다. 어쨌든 잘 익은 무화과와 파스타라니, 생각만 해도 조금 달고 부드러운 마음이 된다. 가능하다면 친구들을 불러 함께 나눠 먹어야지. 아마 와인은 가벼운 레드 와인이나 로제가 좋겠다. 오늘 저녁 친구가 나에게 내어준 마음을 다시 돌려주고 싶다. 그 복 받은 친구들은 누가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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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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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아네 옹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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