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오프 미팅 날이었다.
기획자, 디자이너, 세일즈, 운영 담당자로 구성된 TF 조직을 새로 맡은 첫날. 나는 전체 목표와 앞으로 해나갈 과제들을 열정적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다들 고개를 끄덕였고, 몇몇은 벌써 아이디어를 던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사람만 계속 말이 없었다. 운영 담당자였다. 표정도 어딘가 어두웠다. 처음엔 단순 컨디션 문제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운영 담당자 뿐만 아니라 팀 전체의 에너지레벨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았다. 문제라고 인식한 나는 먼저 운영 담당자와 1on1을 잡았다. 이유를 듣고 나니 납득이 갔다.
"우리 팀의 이번 목표는 리스크를 무릅쓰고라도 도전적인 수치를 달성하는 것인데, 제 역할은 서비스를 이슈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보니, 팀의 방향성과 제 역할이 맞지 않아 불안함과 걱정이 컸습니다."
한 문장으로 문제가 정리됐다. 팀은 앞으로 달려나가야 하는데, 이 팀원의 역할은 브레이크를 밟는 일이었다. 방향 자체가 반대였던 거다.
더 들여다보니 문제는 이 팀원 한 명에게서 끝나지 않았다. 다른 세 명도 이 팀원이 느낄 부담감과 미안함 때문에, 정작 크고 대담하게 일을 벌이지 못하고 서로 눈치를 보고 있었다.
한 사람의 어긋난 자리가 팀 전체의 에너지를 갉아먹고 있었던 셈이었다.
사람이 아니라, 자리를 의심해야 할 때
이런 상황에서 리더가 가장 먼저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다.
"이 사람, 우리 팀이랑 안 맞나?"라고 판단해버리는 것.
하지만 이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사람 자체가 문제인가, 아니면 이 사람이 앉아 있는 자리의 문제인가?"
"사람이 문제라면 원래부터 이 사람은 이런 모습이었는가, 아니면 어느 시점부터 달라졌는가?"
"자리가 문제라면 이 사람의 강점이 지금 맡은 역할의 어떤 지점과 충돌하고 있는가?"
이 팀원은 무능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잘 이해하고 성실히 실천하는 사람이었다. 다만 '안정'을 잘하는 사람에게 '도전'을 요구하는 자리를 준 게 문제였다. 자동차로 치면, 방향이 다른 바퀴 하나를 억지로 같은 축에 끼워놓고 달리는 셈이었다.
아무리 핸들을 바르게 쥐어도 차는 결국 옆으로 쏠린다.
재배치, 그리고 예상보다 컸던 변화
담당자와 소통하고, 타 팀 팀장과도 이야기를 나눈 끝에 결론을 냈다. 그 팀원, 그리고 그 팀원이 맡고 있던 '운영 안정화'라는 역할 자체를 통째로 다른 팀으로 옮기기로 했다. 서비스 운영 안정화를 KPI로 가져가는 팀이었다.
결과는 예상보다 좋았다. 운영 안정화라는 업무는 이제 그 일을 KPI로 삼는 팀에서 훨씬 체계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 일을 우선순위로 둘 수 있는 팀 안에서, 비로소 제대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갖췄다.
그리고 우리 스쿼드 팀은 더 이상 서로 눈치 보지 않고, 처음 목표했던 대로 훨씬 도전적이고 담대한 과제들을 밀어붙일 수 있었다. 한 사람과 한 역할을 함께 옮겼을 뿐인데, 조직 전체가 숨통이 트였던 경험이었다.
억지로 끌고 가는 것보다, 제자리를 찾아주는 것
이 일을 겪으며 확실히 배운 게 있다. 방향이 맞지 않는 바퀴를 억지로 붙잡고 달리는 것보다, 적재적소로 재배치하는 편이 팀에도, 당사자에게도, 조직 전체에도 훨씬 건강한 선택일 수 있다는 것.
리더의 일은 결국 이런 것이다. 팀이라는 자동차를 이루는 바퀴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어떤 바퀴를 어디에 놓아야 팀이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목적지에 닿을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일.
그리고 그 관찰은 거창한 게 아니다.
회의 때 유독 말이 없던 한 사람의 표정을 그냥 넘기지 않는 것, 그 정도로도 충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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