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대의 소원으로 <다 이루어질지니>

175th night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구독자님은 램프의 요정 지니가 찾아온다면, 어떤 세 가지 소원을 빌고 싶으신가요? 저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늘 마음속에 ‘안전하고 깨끗한 세후 500억’을 준비해두곤 합니다. 오늘은 최근 방영된 드라마 〈다 이루어질지니〉 속 램프의 요정 ‘지니’를 시작으로, 그 원작인 〈알라딘과 요술램프〉의 기원과 문화적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려 합니다.

<다 이루어질지니>는 983년 만에 깨어난 램프의 정령 지니(김우빈)와 현대를 살아가는 사이코패스 여성 기가영(수지)의 이야기 입니다. 선천적으로 사이코패스 성향을 타고난 가영은 그런 손녀를 지켜준 할머니 오판금(김미경·안은진)의 뜨거운 사랑으로 감정의 언어를 하나씩 배웁니다.

이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도 처음엔 두려워했던 가영을 점차 이해하고, 아이가 돌발 행동을 할 때마다 함께 가르치며 다독였습니다. 아프리카 속담인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를 절로 떠올리게 되는데요. <다 이루어질지니>는 램프의 정령이나 죽음의 천사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었던 아이를 마을이 마음을 모아 품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은 모두 타락한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지니와 그에 반해 타인을 위해 세 가지 소원을 빌어야하는 기가영. 가영은 할머니께 배운 ‘사랑’이라는 감정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될까요?

드라마 속 지니는 우리가 기억하는 파란 요정과는 다릅니다. 983년 만에 램프에서 깨어난 그는 인간의 소원을 들어주기보다, 욕망을 시험하는 존재로 등장해요. 냉소적인 눈빛과 거리를 둔 태도는 오히려 오래된 신화 속 ‘진(Jinn)’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슬람 경전 〈코란〉 에 따르면 진은 “연기 없는 불에서 창조된 존재”로, 흙으로 만들어진 인간이나 빛으로 태어난 천사와는 다른 세계에 속한다고 합니다(수라 55장 15절). 즉, 지니는 처음부터 인간과는 전혀 다른 성질의 불로 빚어진 존재였던 셈이에요.

또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Encyclopaedia Britannica)에서는 진을 “형태를 바꾸거나 인간의 마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초자연적 존재”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선악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가지며, 때로는 인간을 돕지만 때로는 유혹하기도 하지요. 결국 지니는 선이나 악 중 하나로 단정되지 않는 존재입니다. 그는 인간처럼 선택할 수 있고, 바로 그 점이 인간의 욕망과 닮아 있음을 보여줍니다. 드라마 속 지니가 인간의 타락을 증명하려는 이유도 어쩌면 그 안에 ‘자신 또한 인간과 닮았다는 불안’이 깃들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지니가 램프 속에서 인간의 소원을 들어주는 존재로 자리 잡은 것은 생각보다 최근의 일입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아는 〈알라딘과 요술램프〉 이야기는 사실 원래의 『천일야화(One Thousand and One Nights)』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18세기 프랑스의 동양학자 앙투안 갈랑(Antoine Galland)이 시리아 출신 이야기꾼 하나 디아브(Hanna Diyab) 로부터 들은 구전 설화를 자신의 『천일야화』 번역본(1704~1717)에 추가하면서 ‘알라딘’이라는 새로운 이야기가 세상에 등장했죠. 이 사실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남아 있는 갈랑의 일기와, 하나 디아브의 회고록을 통해 확인됩니다.

즉, 알라딘은 본래 아라비아의 신화가 아니라, 서구의 번역과 상상 속에서 재구성된 혼종의 이야기였던 셈이에요.

이후 유럽에서 ‘알라딘’은 동양적 환상과 신비로움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이야기로 소비되었습니다. 비단, 황금, 궁전, 카이로와 바그다드의 시장… 이 모든 배경은 실제 아랍 문화라기보다, 서구가 만들어낸 오리엔탈리즘적 이미지에 가까웠어요. 에드워드 사이드의 저서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 1978) 에서도 이러한 서구적 시선이 ‘동양’을 낭만화하고 동시에 왜곡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고 분석합니다.

결국 오늘날 우리가 떠올리는 파란 요정 ‘지니’는 아랍의 정령 진(Jinn)이라기보다, 서구가 상상한 ‘동양의 마법’이 입힌 새로운 얼굴에 가깝습니다. 디즈니의 1992년 애니메이션 〈알라딘〉은 그 정점을 보여주는 예로, 유머와 인간미를 더한 캐릭터를 통해 지니를 완전히 현대적인 판타지의 아이콘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소원을 들어주는 존재’의 이야기는 언제나 밝게만 그려지지 않습니다. 20세기 초 영국 단편소설 〈원숭이의 손(The Monkey’s Paw, 1902)〉 은 <알라딘과 요술램프>의 어두운 그림자처럼 등장했습니다. 이 작품에서 인도에서 온 부적 ‘원숭이의 손’은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지만, 그 대가로 예기치 못한 비극을 가져옵니다.

간단히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주인공은 마지막 집값을 내기 위한 200파운드를 받고 싶다고 원숭이 손에게 소원을 빕니다. 그러나 아들이 일하던 공장에서 기계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사고를 당해 죽었고, 그 보상금으로 200파운드가 나올 것이라는 말을 들은 후 주인공은 무너지듯 바닥에 주저앉습니다.

이 작품은 ‘램프의 요정 지니’가 보여주던 기적의 서사를 정반대로 뒤집습니다. 지니가 인간의 욕망을 시험하는 존재라면, 〈원숭이의 손〉의 부적은 욕망의 결과를 보여주는 거울이죠. 둘 다 “소원을 이룬다”는 약속을 품고 있지만, 하나는 희망을, 다른 하나는 공포를 남깁니다.

결국 지니의 이야기는 언제나 같은 결론으로 되돌아옵니다. 소원을 이루는 일보다 더 어려운 것은, 무엇을 진짜로 바라고 있는지 아는 일이라는 것을요. 램프의 요정이 사라진 세상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무언가를 바라며 살아갑니다. ‘이루어질지니’라는 말은 그래서 단순한 주문이 아닙니다. 믿음이 아니라 다짐, 누군가에게 소원을 빌기보다 스스로를 향해 되뇌는 선언에 가깝습니다. 기적을 믿지 않던 가영이 결국 ‘타인을 위한 소원’을 빌었듯이요. 〈다 이루어질지니〉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정말 이루어져야 하는 건 소원일까요, 아니면 그 마음일까요.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가 오는 10월 29일을 마지막으로 영업을 종료합니다. 일명 '명씨네'라고 불렸던 이곳은 CGV의 105번째 지점으로, ART 1관과 2관을 포함한 총 5개의 상영관과 무료 북카페를 운영하며 독립·예술 영화의 거점으로 사랑받아 왔는데요.

오픈 당시 “영감과 휴식, 소통을 제공하는 국내 최초의 영화 전문 도서관과 아트하우스를 갖춘 도심 한복판 문화공간”이라는 포부로 출발했던 명씨네. 수많은 영화인들과 시네필들이 모여 라이브러리톡, GV 등 여러 영화 관련 행사를 진행하던 상징적인 장소이자 영화 관련 전문 서적 1만여 권을 보유한 국내 유일의 영화 전문 도서관으로 자리 잡은 만큼, 이번 폐점 소식에 영화 팬들은 큰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특히 이곳은 전국 CGV 아트하우스 상영 일정을 총괄하던 중심지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2022년에도 한 차례 영업 종료 소식이 전해졌지만, 당시 CGV가 계약을 연장하며 운영을 이어간 바 있죠.

CGV는 “그동안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를 찾아주시고 함께해 주신 고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가까운 CGV명동·CGV동대문·CGV대학로 등을 많이 이용해주시길 바랍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올해에만 CGV 순천, 파주야당, 송파, 연수역, 창원, 광주터미널 등이 잇따라 영업 종료를 알리며 극장 산업의 위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과연 극장은 이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을까요?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영화 아지트, 그 마지막을 함께 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무한도전의 스핀오프 프로그램 '하수처리장'이 오픈합니다. 하수처리장은 <무한도전>의 멤버였던 박명수와 정준하가 함께하는 고민 상담형 예능 콘텐츠인데요. 과거 프로그램에서 '하와 수'로 찰진 티키타카와 막강한 케미를 보여준 두 사람의 이름을 제목에 활용한 것이 눈에 띕니다.

특히 이번 스핀오프는 과거 ‘무한상사’ 특집 설정을 바탕으로, 마침내 부장으로 승진한 박명수와와 만년 과장 정준하가 그리운 무도 키즈들의 인생 고민을 처리해가는 이야기를 담을 예정인데요.

두 사람은 프로그램 20주년을 맞아 올해 ‘오분순삭’ 채널에서 ‘하와 수’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여전한 호흡을 입증한 바 있습니다. 이번 스핀오프는 그 연장선상에서 제작된 것으로, 오랜 시간 함께 호흡을 맞춘 두 멤버의 시너지가 다시 한번 폭발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하수처리장>은 오는 10월 17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6시 25분 MBC '오분순삭'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하와수에게 상담을 받고 싶은 무도 키즈들의 신청을 받는다고 하니,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리드나잇은 벌써 달려가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