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당신에게.
지난 편지에서 '짧은 문장'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 기억나시나요?
어쨌든 짧은 문장을 쓰면 좋습니다.
일단 쉽게 읽히고, 그래서 덜 지루하고,
쓸 때도 편하거든요.
그래서 저도 글쓰기를 강의할 때는
문장을 짧게 끊어 쓰기를 권하지요.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한국어에 존재하는 9개의 품사와
7개의 문장성분을 가지고
문법적으로 설명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건 너무 지루하고,
실제로 쓸 때도 딱히 도움이 안 됩니다.
그래서 대신 저는 이렇게 알려드립니다.
"무조건 두 덩어리로 만들자"
그러니까, 이런 식의 문장입니다.

두 덩어리로 쓰면 그 자체만으로도
문장이 단순해집니다.
아래처럼요.
나는 + 글을 쓴다.
여기에 다른 것들을 추가할 수도 있지요.
그러면 문장의 의미가 더욱
풍부해지긴 합니다. 아래처럼요.
나는 + (날마다) + 글을 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내지 않고
자꾸만 뭔가를 추가한다는 겁니다.
의외로 아래와 같이 쓰시는 분이 많습니다.
나는 날마다 쉬지 않고 블로그에 글을 쓰는데 실력은 늘지 않고 답보 상태인 것 같아 답답해서 포기해야 하나 생각하기도 했지만 열심히 쓰고 있다.
이렇게 쓰는 이유는 대부분
멋진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 때문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은데,
한 문장에 마구잡이로 때려넣다 보니
문장이 길어지는 것이죠.
외국인과 영어로 말할 때와 비슷합니다.
머릿속에 떠다니는 단어는 많은데,
그걸 문법적으로 완벽하게 표현하려다 보니
오히려 말이 나오질 않는 겁니다.
글을 쓸 때에는
어린아이가 말을 배우듯 하시면 됩니다.
짤막한 단어를 연결시켜서
단순한 문장을 만드는 것이지요.
이렇게 말입니다.
나는 날마다 쉬지 않고 블로그에 글을 쓴다.
실력은 늘지 않는다.
답보 상태인 것 같다.
답답하다.
포기해야 하나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열심히 쓰고 있다.
내용은 앞의 글과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읽는 사람은 숨통이 좀 트이지요.
사실 이 정도면 충분하지만,
저라면 한 발 더 나아가서 이 문장을
더 짧게 쳐낼 것 같습니다.
날마다 글을 쓴다.
실력은 답보 상태.
답답하다.
포기해야 하나.
하지만 열심히 쓴다.
왜 짧게 쳐내냐고요?
그냥, 왠지 시크해 보이잖아요.
물론 무조건 이렇게 쓰라는 건 아닙니다.
이건 각자의 스타일 문제거든요.
하지만 분명한 건
처음에 보았던 글에 비해 마지막 글이
쉽게, 그리고 강력하게 읽힌다는 것.
아마 당신도 부정하지는 못하실 겁니다.
촌철살인(寸鐵殺人).
말은 짧을수록 파괴력이 강합니다.
머릿속에 생각나는 것들을
한 번에 다 쓰려고 하지 마세요.
그러다가 탈 납니다.
생각의 한 부분만 잘라내서
두 덩어리로 쓰는 연습을 하시기 바랍니다.
'무엇은 무엇이다.'
그리고 그 다음 문장을 쓰면 되는 겁니다.
'그런데 그 무엇은 어떠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문장력이 늘고,
긴 문장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됩니다.
욕심을 버리면 문장이 깔끔해집니다.
깔끔한 편지를 쓰고 싶은
임효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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