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생각의 연결’ 주광입니다.
우리는 지난 몇 주간 꽤 먼 길을 걸어왔습니다.
’원자적 노트’로 생각을 쪼개는 법을 배웠고, ’링크’를 통해 그것들을 연결했으며, 지난주에는 AI라는 똑똑한 조수를 시켜 내 논리를 단단하게 만드는 법까지 다루었습니다.
이제 여러분의 제텔카스텐 속에는 제법 단단해진 생각의 벽돌들이 쌓여있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본질적인 질문이 생깁니다.
“노트도 쌓였고 연결도 했는데, 이걸로 도대체 뭘 하죠?”
“연결된 노트들이 어떻게 ’글’이 되고 ’성과’가 되나요?”
단순히 노트를 모으는 게 취미가 아니라면, 우리는 결국 이 시스템 밖으로 무언가를 산출(Output)해내야 합니다. 그것이 블로그 글이든, 기획안이든, 혹은 삶을 바꾸는 행동이든 말이죠.
오늘은 제텔카스텐을 통해 쌓인 노트들이 어떻게 맛있는 요리(글, 지식)로 변모하는지, 그 ’숙성(Incubation)’ 의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글쓰기는 ’창조’가 아니라 ’조립’입니다
많은 사람이 글을 쓸 때 ’백지의 공포’를 느낍니다.
하얀 모니터를 켜두고 “자, 이제 무슨 주제로 써볼까?”라고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이건 가장 고통스러운 방식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짜내려고 하니까요.
제텔카스텐을 활용하는 사람에게 글쓰기는 다릅니다.
우리는 백지에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이미 써 둔 노트 더미 에서 시작합니다.
니클라스 루만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글을 쓰기 위해 아무것도 억지로 하지 않는다. 그저 노트들이 나에게 말을 걸 때까지 기다린다.”
노트가 충분히 쌓이고 연결되면, 어느 순간 특정 주제 주변으로 노트들이 뭉쳐있는 게 보입니다.
이것을 ’군집(Cluster)’ 이라고 합니다.
- 아이디어가 필요해서 노트를 뒤지는 게 아닙니다.
- 노트들이 뭉쳐서 “나 여기 있어요! 이제 글로 써주세요!”라고 아우성칠 때, 그때가 바로 펜을 들 타이밍입니다.
실전: 노트 군집을 ’글 뼈대’로 만드는 3단계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뭉친 노트들을 하나의 완성된 글로 만들 수 있을까요?
여러분의 노트 시스템을 열고 이 과정을 따라가 보세요.
1단계: 임계점을 넘은 ’군집’ 찾기
노트들을 훑어보다 보면, 유난히 링크가 많이 연결된 노트나 관련 주제가 4~5개 이상 모인 곳이 보일 겁니다.
예를 들어, ’습관’, ’뇌과학’, ’도파민’, ’환경설정’에 관한 노트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나요?
그 군집이 바로 오늘의 ’글감’ 입니다.
주제를 정하고 자료를 찾는 게 아니라, 모여있는 자료가 주제를 정해줍니다.
2단계: 선형적으로 줄 세우기 (Outlining)
발견한 노트 4~5개를 끄집어내어 책상 위에(혹은 화면상에) 순서대로 나열해 봅니다.
- [노트 A] 의지는 믿을 게 못 된다.
- [노트 B] 뇌는 에너지를 아끼려 습관을 만든다.
- [노트 C] 따라서 의지보다 환경 설계가 중요하다.
- [노트 D] 신발을 문 앞에 두는 것만으로도 운동 확률이 올라간다.
보세요. 노트들의 순서만 바꿨는데 벌써 글의 서론, 본론,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것이 ’상향식(Bottom-up) 아웃라인’ 입니다.
3단계: 빈틈 메우기 (Bridge Note)
나열해 보니 [노트 B]와 [노트 C] 사이의 논리가 약간 비약된 것 같나요?
그때 비로소 우리는 ’새로운 글쓰기’ 를 합니다.
두 노트 사이를 매끄럽게 이어줄 문장이나 추가 자료를 조사해서 채워 넣는 것이죠.
처음부터 100을 쓰는 게 아니라, 이미 있는 80에 20만 채우면 글이 완성됩니다.
이것이 제텔카스텐이 글쓰기를 쉽게 만드는 비결입니다.
죽은 지식을 ’실행용 지식’으로 바꾸는 법
글을 쓰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지식이 내 삶을 바꿔야 진짜 지식이죠.
많은 분이 “좋은 말을 적어놨는데, 삶은 그대로예요”라고 고민합니다.
그건 노트가 ’사실(Fact)’ 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노트를 ’행동(Action)’ 으로 번역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것을 ’인큐베이션(Incubation)’ 이라고 부릅니다.
노트가 내 안에서 숙성되어 행동으로 부화하는 과정입니다.
- [사실 노트] : 인간은 시각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Fact)
- [숙성] : 그렇다면, 내가 줄이고 싶은 스마트폰을 서랍에 숨기면 되겠네?
- [실행 노트] : 퇴근 후 집에 오자마자 스마트폰을 신발장 서랍에 넣는다. (Action)
여러분의 군집된 노트 마지막에는 반드시 이 ’실행 노트’가 연결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는 노트는, 아직 덜 익은 노트입니다.
과제: 나만의 ’글감 테이블’ 차리기
이번 주 과제는 여러분의 노트를 재료 삼아 작은 요리를 해보는 것입니다.
- 군집 찾기: 여러분의 노트 중 서로 연결되거나 비슷한 주제를 가진 노트 3개를 찾아보세요. (아직 노트가 많지 않다면, 이번 주에 쓴 것들을 모아보세요.)
- 순서 배열: 이 3개의 노트를 논리적인 순서(기승전결)로 배치해 보세요.
- 가제 짓기: 배열된 노트들을 아우르는 ’글의 제목’을 한 줄로 지어보세요.
(예시)
- 노트1: AI는 확률적 연결을 한다.
- 노트2: 인간은 맥락적 연결을 한다.
- 노트3: AI 시대에 인간의 경쟁력은 ’고유한 맥락’이다.
- => 제목: 왜 AI 시대에 ’나만의 이야기’가 돈이 되는가
이 3단계만 거쳐도, 여러분은 이미 한 편의 글을 절반 이상 쓴 것과 다름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글은 책상 앞에서 쥐어짜 낼 때 나오는 게 아닙니다.
평소에 성실히 모아둔 생각 조각들이 내 안에서 충돌하고, 연결되고, 숙성되었을 때 저절로 흘러넘치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정원에는 지금 어떤 생각들이 뭉쳐서 자라나고 있나요?
그 뭉치들을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그곳에 이미 여러분이 써야 할 글과, 해야 할 행동이 숨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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