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생전정리 서비스를 이용해 집안을 깔끔히 정리하고, 온라인으로 자신의 장례를 미리 예약하며, 디지털 유산관리까지 완료한다면 어떨까요? 연간 1조 엔 규모로 성장한 일본 '종활(終活)' 문화에서는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죽음'은 이야기 하기 어려운 주제였습니다. 하지만 2009년 일본 주간아사히가 만들어낸 '종활'이라는 신조어는 많은 것을 바꿔놓았습니다. 이제 일본에서는 60대 이상 77%가 종활이 필요하다고 답할 만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았죠.
더욱 흥미로운 건 이 문화적 변화가 만들어낸 경제적 파급력입니다. 장례·장묘 시장 1조8천억 엔은 기본이고, 신원보증·생전정리 같은 신종 서비스가 매년 9.7%씩 성장하며 새로운 블루오션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대형 유통업체 이온(AEON)부터 IT 플랫폼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종활 시장에 뛰어드는 상황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종활 산업이 고령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가족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자신다운 마무리를 준비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등장한 거죠.
우리나라도 작년 12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비슷한 니즈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는 일본보다 더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종활과 같은 새로운 사회적 해결책이 더욱 절실한 상황입니다.
일본이 15년간 쌓아온 종활 산업의 노하우를 들여다본다면, 우리 사회가 맞이할 변화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 분석에서는 일본 종활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그 안에서 우리의 내일을 위한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길 바랍니다.
1. 종활의 정의 및 등장 배경
1) 종활이란
'종활(終活)'은 인생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일련의 활동을 가리키는 일본의 신조어로, 2009년 일본 주간지 주간아사히 특집 기사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입니다. 당시에는 주로 장례나 묘지 준비 등 죽음을 앞둔 사전준비를 의미했지만, 이후 의미가 확장되어 유언장 작성, 장례 계획, 자산·유품 정리, 생전(生前) 정리 등 삶의 마무리에 필요한 다양한 준비 활동을 포괄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고령화와 핵가족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가족에게 부담을 줄이고 '죽음을 미리 대비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진 것이 종활 개념이 자리잡은 배경입니다. 특히 2010년대에 들어 종활이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확산되어, “엔딩노트(終活ノート)” 작성이나 종활 상담 등이 언론과 출판을 통해 유행하면서 일본 사회 전반에 정착했습니다. 현재 종활은 단순한 죽음 준비를 넘어 “인생을 돌아보고 남은 시간을 보다 자기답게 사는 활동”이라는 긍정적 의미로까지 이해되고 있습니다.
2. 종활시장 규모 및 성장 배경 (최근 3년간 주요 동향 포함)
일본의 종활 관련 산업 규모는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성장해 왔습니다. 그 핵심을 이루는 장례·장묘 시장은 2010년에 약 1조7,057억 엔(한화 약 15조 20억원) 규모였고 2019년에는 1조8,132억 엔까지 완만하게 확대되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대규모 장례가 줄고 가족장·직장 등 소규모로 전환되면서 2020년 시장규모가 약 1조5,060억 엔으로 일시 축소되기도 했지만 현재는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거의 회복되었습니다. 다만 1건당 장례 비용의 감소(소규모·저비용화)로 인해, 향후 사망자 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시장 총액은 2030년경에도 2019년 수준을 큰 폭 상회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한편, 장례 이외의 종활 서비스 분야도 최근 빠르게 부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품·생전정리, 신원보증 대행 등 새로운 종활 관련 서비스의 시장은 2020년대에 들어 지속 성장하여, 주요 두 분야(신원보증·생전정리)의 시장규모가 2024년에 약 234억5천만 엔(한화 약 2200억원)에 달하고 2025년에는 전년 대비 9.7% 증가한 257억3천만 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러한 신종 서비스 부문은 인지도의 상승과 서비스 다양화에 힘입어 매년 5~10%대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 종활 산업 전체 규모에 대해서는 추산치가 다양하지만, 장례·묘지·유품정리 등을 포함한 엔딩 산업을 연간 약 1조 엔 이상으로 평가하는 보고도 있을 만큼 시장 저변이 확대되어 있습니다.
최근 3년간의 주요 동향으로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통적 장례 관행에 변화가 나타났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 직장(直葬)(의례 없이 화장만 하는 장례)이 급증하고 온라인 추모·원격 조문 같은 서비스가 등장하는 등, 종활 산업 전반에 디지털 전환과 서비스 형태의 다변화가 가속화되었습니다. 또한 고령 단독가구의 증가와 고독사 이슈로 유품정리 시장은 2000년대 이후 급성장하여 현재 약 5,000억 엔 규모로 확대되었으며, 고령자가 생전에 미리 집을 정리하거나 사후 처리 서비스를 계약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다만 종활에 대한 소비자 인식과 실천 간 격차는 여전히 존재하여, 60대 이상 중 “종활이 필요하다”는 응답자가 77%에 달하지만 실제로 준비를 시작한 이는 42%에 그치는 등, 시장 성장에 한계 요인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3. 주요 서비스와 사업 구조
서비스 카테고리 | 주요 내용 및 예시 |
신원보증 서비스 | 고령자·독거노인의 병원 입원, 임대계약, 시설 입소 등에서 필요한 보증인을 기업이 대신해주는 서비스. |
생전정리·유품정리 | 집·자산·금융상품·디지털 유품(PC, SNS 등) 정리, 불필요한 물건 처분, 집 리폼 등. |
장례·묘지·납골 서비스 | 소규모 가족장, 직장, 생전장, 온라인 추모, 묘지 관리, ‘묘지 정리’(墓じまい) 등. |
유언·엔딩노트 작성 지원 | 유언장, 엔딩노트(마지막 희망, 가족에게 남기는 메시지 등) 작성 지원·상담. |
자산관리·상속·법률 상담 | 자산 분배, 상속·증여, 세무, 법률 서비스, 보험·금융상품 정리. |
디지털 종활 | 온라인 계정·데이터 정리, 디지털 유품 관리, SNS·PC 데이터 삭제 대행 등. |
일본의 종활 산업은 다양한 서비스 분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 전문 업체나 기관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1) 장례 서비스
가장 전통적이고 큰 영역으로, 장례식 기획·집행, 화장 및 매장, 장례식장 운영 등이 포함됩니다. 불교식 장례 외에 무종교식 장례, 가족장, 직장 등 여러 형태가 등장했고, 온라인 장례중계, 드라이브스루 조문 같은 새로운 서비스 모델도 등장했습니다. 이와 연계된 묘지·납골당 사업도 중요한 부분으로, 납골당 임대, 자연장(樹木葬)·산골(散骨) 등 대안적 안치 서비스까지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2) 유품정리 및 생전정리 서비스
유품정리는 고인이 남긴 물품과 가재도구를 정리·처분하는 서비스로, 전문업체가 분류, 처리, 청소, 유품의 기증·매각 대행까지 일괄 수행합니다. 2000년대 초반 등장한 전문 유품정리업체들이 현재 수천 곳에 이르며, 선두주자인 키퍼즈(Keepers)는 연간 2,000건 이상의 의뢰를 처리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이들은 유가품 감정 및 매입, 불교 의식에 따른 합동 공양 등 서비스를 차별화하여 시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생전정리는 고령자가 살아있는 동안 미리 자신의 물건과 자산을 정리하는 것으로, 유품정리와 유사한 작업을 생전에 상담을 거쳐 진행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전문 컨설턴트나 정리 업체가 정리 계획 수립부터 실행까지 지원하며, 고령자가 깔끔한 생활환경을 유지하고 사후 정리를 쉽게 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 밖에도 디지털 유산 정리(온라인 계정, 디지털 자료 정리)처럼 현대 기술환경에 맞춘 새로운 정리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3) 신원보증 및 고령자 지원 서비스
가족이 없거나 멀리 사는 고령자를 위해, 입원이나 요양원 입소 시 요구되는 보증인을 대행해주는 “신원보증 서비스”가 중요한 분야로 부상했습니다. 전문 업체나 비영리 단체가 유료 회원제로 운영하며, 계약을 맺은 고령자의 긴급 연락처, 병원·시설 서류 서명, 재산 관리 등을 맡아 줍니다. 또한 사후 행정처리 대행(死後事務委任) 서비스도 연계되어, 계약자가 사망한 후에 장례 절차 지원, 행정 신고, 각종 해지 업무 등을 대신 처리해주는 원스톱 서비스가 제공됩니다. 이러한 신원보증·사후대행 분야는 친족 의존도가 낮아진 현대 일본사회에서 수요가 높아지고 있으며, 법률 전문가(사법서사 등)나 지역 공제조합 등이 서비스 제공에 참여하여 신뢰성을 강조하는 추세입니다.
4) 고령자 주거지원 및 자산정리 서비스
고령자가 자택을 처분하고 요양시설로 이주하거나, 고령 세대를 위한 주택으로 이사하는 경우에 특화된 지원 서비스도 있습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노후 주택 매각, 주택의 정리·청소, 잔존 가재의 처리까지 묶은 패키지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며, 노인홈·요양원 소개 업체들은 희망자에게 적합한 시설을 찾아주는 컨설팅으로 커미션을 얻는 사업 모델을 발전시켰습니다. 또한 “빈집 관리” 서비스처럼 고령자가 입원·입소 중인 동안 빈 주택을 관리해주거나, “묘지 정리(墓じまい)”처럼 후계자가 없는 묘를 철거하고 유해를 납골당으로 이장하는 서비스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즉, 종활 산업은 장례에서 유품·집 정리, 자산·부동산 처분, 법률 절차, 심지어 살아있는 동안의 생활 지원까지 아우르며 고령자의 삶의 마지막 단계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포괄하는 구조로 발전해가고 있습니다.
4. 주요 기업과 사업모델, 업계 구조
일본 종활 산업은 전통적인 장례업부터 신종 서비스 스타트업까지 매우 많은 사업자가 활동하는 분산된 시장입니다. 장례 분야의 경우 전국에 약 5,000여 개의 장례식 업체가 있으며, 상위 10개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합쳐도 20% 남짓에 불과할 정도로 지역 중소업체 비중이 큽니다. 매출 기준 상위 장례 기업으로는, 홋카이도 기반의 상조(相助) 대형사인 벨코(Bellco)가 2022년 매출 약 545억 엔으로 1위를 차지했고, 이어 日本セレモニー(니혼세레모니, 390억 엔), 관서 지역의 セレマ(Serema, 320억 엔) 등이 2, 3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밖에 동경 증시에 상장된 산홀딩스(燦HD)와 티어(ティア) 같은 기업들이 있지만 각각 매출 100~200억 엔 규모로, 시장 선두주자들도 절대규모는 크지 않고 군소 업체가 많은 구조입니다. 이러한 장례업계의 비경합적 구조는 장례 서비스가 지역 밀착형 성격이 강하고, 과거부터 지역 장의사가 관혼상제 네트워크를 형성해온 전통에 기인합니다. 최근에는 대형 자본의 업계 진출 움직임도 있어, 유통업체 AEON그룹(AEON 라이프)이나 일부 철도회사, 보험사 등이 장례사업에 뛰어들고 장례식장을 신규 설립하거나 인수합병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AEON은 “이온의 장례” 서비스를 전국 전개하며 가격 투명성과 표준화된 품질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는 중입니다.
유품정리 및 생전정리 업계는 장례업에 비하면 더 신생 분야로 소규모 업체들이 다수입니다. 업계 최초로 2002년에 설립된 키퍼즈(Keepers)가 선도적 지위를 갖고 있고, 이외에도 클린업(おもいで整理), 메모리즈(Memories) 등 지역 기반 기업들이 있습니다. 대형 청소 용역업체나 이사 전문업체(예: 아트(Art) 이삿짐센터 등)가 사업 다각화로 유품정리에 진출하기도 하여, 가령 이삿짐 기업이 고령자 이주 지원과 겸해 집 정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도 나타났습니다. 일부 장례식 회사들도 유품정리 자회사를 두어 장례 후 고객을 이어받아 서비스하는 수직계열화 모델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사업모델 측면에서 유품정리 업체들은 의뢰인과 사전견적 후 전 과정을 대행하며, 재판매 가능 물품의 매입·중고판매, 불용품 폐기 대행 수수료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립니다. 최근 월간 "종활" 보고서에 따르면, 유품정리 시장은 전문 업체, 장례사, 미니멀리스트 협업 등으로 구조전환이 진행되며, 브랜드 신뢰도와 철학이 중요한 시대에 진입했다고 분석됩니다. 이는 소비자가 단순 처리뿐 아니라 마음의 케어와 가치 실현까지 기대하게 되면서, 업체들이 차별화된 서비스 철학과 전국망 브랜드 구축을 지향하는 추세를 반영합니다.
신원보증 서비스 업계는 비교적 최근 수요에 따라 성장한 분야로, 법률/복지 관련 단체와 민간기업이 혼재합니다. 예를 들어 공익재단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 형태로 운영되는 신뢰노후지원센터 등이 있고, 민간기업으로는 보다후루(ベンリー), 라이프서포트 같은 이름으로 활동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일부 보험사는 보험상품과 연계된 종신 회원권을 팔아 가입자가 필요 시 신원보증과 사후 절차를 대행해주는 모델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사업모델은 보통 초기 가입금 + 예치금 + 연회비 형태로, 고액의 보증예치금을 맡아 두었다가 사후 비용에 사용하거나 남은 금액을 환급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이 분야에서는 고객 신뢰 확보가 핵심이라, 법률사무소나 지자체와 제휴를 통해 공신력을 높이거나, 서비스 내용과 요금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신뢰 구축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종활 산업은 복잡한 다중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장례·묘지 분야, 정리 서비스 분야, 보증·대행 분야 등 각 부문마다 주요 플레이어들이 상이하며, 서로 협력 또는 경쟁 관계를 맺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플랫폼 사업자의 등장이 눈에 띄는데, 예컨대 “いい葬儀”(좋은 장례), “いいお墓” 등 포털 사이트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카마쿠라신쇼(鎌倉新書)는 종활 관련 정보를 망라하고 소비자와 서비스 업체를 연결하는 온라인 매칭 플랫폼 사업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이 기업은 장례·묘지·불단 등 분야별 포털을 통해 얻은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 중개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수익으로 취하는 모델이며, 최근에는 지자체와 고령자 종합지원 협약을 맺고 시청의 사후절차 상담창구 운영을 수탁하는 등 오프라인 공공서비스에도 진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민간 플랫폼화 현상은 종활 관련 다수의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려는 산업 내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향후 업계 구조를 재편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5. 소비자 트렌드 및 이용 비용
소비자들의 종활에 대한 인식과 요구는 세대별·상황별로 다양하지만, 전반적으로 “가능한 한 가족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싶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60~70대 시니어의 약 77%가 종활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응답할 만큼 개념은 널리 퍼졌지만, 아직 실제 행동으로 옮긴 비율은 40% 남짓에 불과하여 “언젠가 해야 하지만 아직은 이르다”는 인식도 공존합니다. 종활을 시작한 이들이 가장 중시하는 내용으로는 “가재도구·집안 물건 정리”가 꼽히며, 다음으로 “금융자산·계좌 정리”, “유언장/에스테이트 플래닝” 등이 뒤따릅니다. 흥미롭게도 최근 조사에서 자산운용(투자) 시작하기가 새로운 종활 항목으로 부상하기도 했는데, 이는 저금리 시대에 노후자산 관리를 고민하는 시니어가 늘어난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한편, 종활의 일환으로 널리 알려진 “엔딩노트”(End-of-Life 노트)를 작성하는 문화도 정착되어, 자신이 남기고 싶은 메시지, 재산 목록, 비상연락망, 장례 희망 사항 등을 미리 기록해 두는 사람이 증가추세입니다.
장례 소비 트렌드는 최근 크게 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친족과 조문객을 대규모로 초대하여 전통 불교식 의례를 이틀에 걸쳐 행하고 평균 200만 엔 이상의 비용을 들이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현재는 가족장(직계가족과 친지 중심)이나 원일장(하루만 간소하게 치르는 장례), 직장(화장만 거행)이 보편화되면서 비용이 크게 절감되는 추세입니다. 실제로 장례 관련 총비용 중 조문객 접대비(음식비)가 2019년에만도 2,703억 엔에 달했지만,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이러한 부대비용 지출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현재 통계에 따르면 1건당 장례 비용 평균은 약 120만 엔 내외로 내려왔고, 직장(直葬)의 경우 30~40만 엔 수준까지 낮출 수 있어 경제적 부담을 고려한 선택이 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여러 장례식 업체의 패키지 가격과 후기를 비교하면서 더 투명하고 합리적인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정찰제 소규모 장례상품(예: 低価格葬儀プラン)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또한 종교 의식 없이 음악회 형식으로 추모하는 장례나, 생전 장례식(本人のお別れ会)처럼 개인의 가치관을 반영한 이색 서비스도 등장하여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유품정리 서비스 이용 비용은 주택 크기와 물품 양에 따라 큰 편차가 있습니다. 전문업체에 의뢰할 경우 평균적인 비용은 약 20만 엔 전후로 알려져 있으며, 작은 원룸(1R)의 유품정리는 8만엔~10만엔대에서도 가능하지만, 방 3~4개짜리 주택의 전체 정리에는 50만~70만 엔 이상이 드는 사례도 있습니다. 실제 견적은 방의 규모, 작업 인원수, 소요 시간, 폐기물 처리량 등에 따라 산출되는데, 예를 들어 3LDK 주택(방3+거실)의 경우 작업인원 37명, 하루 이틀 작업에 약 13만48만 엔이 드는 등 상당한 비용이 발생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높은 비용 때문에 망설이는 경우도 있어, 자택 내 버릴 물건을 미리 정리해두거나 귀중품은 별도로 모아두는 등 비용 절감 팁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전문 유품정리를 선택하는 이유는, 몸과 마음의 부담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업체가 중고판매나 기부 등을 통해 물품의 가치를 살려준다는 기대 때문입니다.
신원보증 및 사후대행 서비스의 비용은 비교적 고액의 장기 계약에 속합니다. 일반적으로 보증인 수임 및 긴급출동, 사후절차 대행 등을 모두 포함한 패키지에 가입하면 30만~50만 엔 정도의 일시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여기에 매년 몇만 엔의 연회비나 월정 사용료를 부과하는 곳도 있고, 반대로 초기 가입비만 내면 이후 추가비용이 없는 단체도 있습니다. 예컨대 일부 비영리단체의 경우 가입비 10만 엔, 보증계약금 30만 엔, 연회비 1만 엔 등의 구조를 취하고 있고, 상업 기업의 경우 80만 엔 이상 일시불로 받는 곳도 있습니다. 이러한 서비스는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가족이 없어 곤란한 고령자나 자녀에게 부담 주기 싫은 독거노인 부부 등이 안심을 얻기 위해 선택하는 경향이 있으며, 최근에는 일부 지자체의 생활복지 서비스와 연계되어 수요자가 정보를 얻기도 합니다.
6. 최근 트렌드와 산업 내 변화
최근 몇 년간 일본의 종활 산업에는 기술 발전과 사회변화에 따른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났습니다. 첫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입니다. 코로나19 계기로 앞서 언급한 온라인 장례 중계, 원격 조문 등이 등장한 데 이어, QR코드를 활용한 온라인 추모관이나 고인의 디지털 기록을 모아둔 웹 메모리얼 서비스도 점차 보급되고 있습니다. 장례식에 직접 참석하지 못한 친지들이 인터넷 생중계로 의식을 시청하거나 온라인으로 조의를 전달하고, 고인의 사진과 영상을 가족끼리 공유하는 디지털 봉안함 서비스 등은 MZ세대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둘째, 장례·묘지의 형태 변화입니다. 드라이브스루 문상, 우편으로 조의금·조화를 보내는 서비스처럼 현대 생활에 맞춘 편의 서비스가 등장했고, 무종교식 장례, 음악장(음악회 형태의 장례) 등 개인화된 장례가 늘었습니다. 묘지 분야에서는 영구봉안 합동묘(永代供養墓)나 수목장이 전통 묘지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해양 산골(바다에 유골 뿌리기)을 희망하는 사람도 증가하여 관련 업체가 전문 서비스를 내놓았습니다. 또한 “묘지 없는 장례”로 불리는 디지털 위령비 (온라인에 가상의 묘비를 세워 추모)와 같은 실험적인 시도도 소개되고 있습니다. 셋째, 업계 간 컨버전스(convergence)입니다. 앞서 플랫폼 기업 사례에서 보았듯, 종활 산업 내 각 서비스 경계가 허물어지며 협업과 서비스 일체화가 두드러집니다. 장례 업체가 유품정리나 신원보증까지 아우르는 종합 종활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반대로 정리 전문업체가 고객 유치를 위해 장례업체와 제휴하는 식입니다. 금융업계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데, 은행이나 신탁회사들이 유언대용신탁, 디지털 금고 등을 선보여 고객의 유산관리와 상속설계를 돕는 상품을 내놓았습니다. 예를 들어 미쓰이스미토모 신탁은 생전에 고객 재산을 신탁받아 두었다가 상속인에게 이전해주는 “엔딩 트러스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러한 금융×종활의 융합은 고령 부유층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넷째, 공공 부문의 참여 확대입니다. 일본 정부와 지자체도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엔딩 플래닝 지원 정책을 조금씩 도입하고 있습니다. 내각부 고령사회백서에서는 고령자들이 생애말기 계획(人生の終末期の備え)을 사전에 해둘 필요성을 언급하고, 일부 시·정촌에서는 “오쿠야미 코너(조문 창구)”를 설치해 주민이 사망신고 후 각종 행정절차를 한 곳에서 안내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도쿄, 요코하마 등의 지자체는 민간 업체와 협정을 맺어 고령층 대상 종활 세미나를 열거나 종활 상담센터를 운영하기도 하며, 이를 통해 정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노년층에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다섯째, 윤리 및 사회적 이슈 부각입니다. 종활 서비스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악덕 업者 문제나 프라이버시 보호 이슈가 대두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고령자를 상대로 과도한 상품 판매나 비싼 계약을 강요하는 사례가 보도되어, 소비자청과 경시청이 관련 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업계에서는 자율적인 가이드라인 제정과 종활 상담사 자격 인증 등을 통해 신뢰성 제고와 소비자 보호에 나서는 추세입니다. 아울러, 고독사 증가와 빈집 문제 등 사회현상과 연관된 과제들도 산업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유품정리 수요 증가는 한편으로 고독사의 그림자를 보여주기에, 업계와 지자체가 함께 고독사 예방 시스템 구축이나 사후 발견 신속화 기술(예: 일정 기간 움직임 없으면 경보) 개발 등에 협력하는 움직임도 보입니다.
7. 향후 전망과 산업이 직면한 과제
일본의 종활 산업은 고령화 심화와 더불어 향후 수십 년간 지속적인 수요 증가가 예상됩니다. 특히 2025년 이후 단카이 세대(베이비붐 세대)가 75세를 넘어 초고령층이 되고, 2040년경 일본의 연간 사망자 수가 최고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어, 장례·유품정리 등 엔딩 관련 서비스의 “피크 수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이러한 성장 잠재력으로 인해 타 산업에서의 신규 진출과 투자가 활발해져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한편으로 인구구조 변화로 2045년 이후에는 사망자 수 자체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 장기적으로는 산업 축소 국면도 올 수 있습니다. 이에 대비하여 많은 기업들이 해외 시장 개척(예: 고령화가 진행되는 아시아 국가로 일본식 장례문화 수출)이나 신규 서비스 개발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산업이 직면한 과제로는 먼저 인력 부족 문제가 있습니다. 장례나 청소 등 현장 서비스를 수행할 전문 인력의 고령화와 젊은 세대 기피로 노동력 수급이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서비스 품질 저하가 우려됩니다. 업계는 AI·로봇 활용(예: 청소보조 로봇, 자동 접객 시스템)과 인재 교육 강화로 대응하려 하지만, 사람의 손길이 중요한 분야 특성상 근본 해결이 쉽지 않습니다. 둘째, 정보 격차 해소가 과제입니다. 여전히 많은 고령 소비자가 종활 서비스의 존재나 선택 방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어, 이를 악용한 피해도 발생합니다. 따라서 공신력 있는 상담 창구 확대와 표준 가격 공개 등으로 소비자가 안심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사회·문화적 인식 개선도 필요합니다. 일부 사람들에게 종활은 아직 죽음을 미리 논하는 꺼림칙한 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업계 단체와 미디어에서는 종활을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준비”로 긍정적으로 홍보하고, 젊은 세대에게도 부모와 함께 미리 논의하라고 권하는 등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술과 윤리의 균형 문제가 있습니다. 향후 IoT, AI 기술을 통한 디지털 유산관리나 가상현실 추모 등이 발전하면 종활의 양상도 크게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인의 개인정보 처리, 디지털 유산의 소유권 등 법적·윤리적 쟁점들이 수반되므로, 산업계와 입법자가 함께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법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예컨대, SNS 계정이나 클라우드 데이터의 상속 문제는 이미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었으며, 디지털 유품관리사와 같은 새로운 전문가 수요도 대두되고 있습니다.
종합하면, 일본의 종활 산업은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당분간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서비스 혁신과 다각화가 지속될 것입니다. 동시에 서비스 공급의 질적 관리, 소비자 신뢰 확보, 사회적 책임 이행이 산업 발전의 열쇠가 될 것입니다. 죽음을 준비하는 산업이면서 삶의 질을 높이는 산업이기도 한 종활 산업이 고령화 시대의 필수 인프라로 자리매김할지, 향후 10년간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하겠습니다.
8. 맺음말
일본의 종활 산업에 인상 깊은 점은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삶의 완성'이라는 긍정적 관점으로 전환시켰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장례를 치르는 것이 아니라, 남은 시간을 더 의미 있게 보내고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시작된 종활이 이제는 연간 1조 엔이 넘는 거대한 시장을 만들어냈습니다.
일본의 종활 산업은 한국보다 10년 이상 앞서 있으며, 민간 중심의 통합 플랫폼(장례, 정리, 상속 연계), 지자체 차원의 정보지원 창구, 디지털 종활 문화, 생전장례 등 다양한 혁신을 제도와 수요자 관점에서 수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큽니다.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더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2030년이면 우리의 노령화지수가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종활과 같은 새로운 사회적 해결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사례를 단순히 벤치마킹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종활을 단순한 죽음 준비가 아닌, 삶의 질과 자기결정권 향상, 그리고 가족 유대 복원의 계기로 이해해야 합니다. 일본의 제도적 혁신과 수요자 중심 접근법을 참고하되, 우리만의 문화적 특성과 더 빠른 디지털 전환 속도를 고려한 한국형 종활 모델을 만들어나가야 할 때입니다.
일본이 15년에 걸쳐 시행착오를 통해 구축한 종활 생태계의 경험과 교훈을 바탕으로, 우리는 더 나은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완성해가는 새로운 패러다임, 그 시작점에 우리가 서 있습니다.
# 실버 산업 인사이트
- 고령자 대상 종활 정보·서비스의 통합 플랫폼화
- 유품정리·장례·상속 등 연계된 생애 말기 컨시어지 서비스 구축
- 윤리적 서비스 가이드라인과 자격체계 정비
- 공공기관의 고독사 예방, 빈집 관리, 무연고 장례 지원 강화
- 디지털 종활 기술과 개인화된 장례방식의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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