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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1 홈그라운드, '답답하니 내가 뛴다' 측면에서의 분석

지속가능한 e스포츠와 LCK에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2024.06.21 | 조회 1.95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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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크리틱

조금은 Deep하지만 다양한 e스포츠 이야기들

2024.06.29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리는 T1 홈그라운드
2024.06.29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리는 T1 홈그라운드

요즘 e스포츠 산업적으로 가장 큰 이슈는 단연 'T1 홈그라운드'다. 6월 29일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개최될 T1 홈그라운드는 T1이 LCK와 LCK 챌린저스의 정규리그를 롤파크가 아닌 대형 외부 경기장에서 직접 개최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어웨이 팀으로 발표된 kt롤스터 팬덤의 쓰라린 마음과 이에 대한 반발 역시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번 행사가 가진 의미와 향후 미칠 파급 효과를 생각한다면 팬덤의 시선으로만 해석하고 평가하는 것은 아쉬울 수 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e스포츠 산업, 비즈니스 측면에서 T1 홈그라운드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T1 홈그라운드 "답답하니 내가 뛴다"

이번 행사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T1이 드디어 '답답하니 내가 뛴다'를 결심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e스포츠는 오래 전부터 게임사, 방송국, 협회 등이 대회를 열어왔고, 프로게이머와 프로게임단은 그에 참가하는 존재였다. 한 때 오버워치 리그에서는, 특정 프로게임단이 홈스탠드라는 홈 경기를 열고, 다른 팀들이 여기에 참가하는 형태의 홈&어웨이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e스포츠에서 대회를 열고, 방송을 제작해서 송출하는 것은 주최사나 주관사의 몫이었다.

T1 홈그라운드는 이런 문법에서 벗어나 게임단이 직접 정규 경기를 외부에서 개최하는 국내 최초의 사례다. T1이 이런 틀을 깨겠다는 결심에 이르기까지 깊은 고민과 타당성 검토가 있었을텐데, 무엇이 그렇게 답답했을지 예상하는 것은 의외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살펴보자.

무엇이 그렇게 답답했나? - 스폰서십

프로게임단들의 주요 수익은 다른 프로 스포츠처럼 스폰서십이다. 네이밍 스폰서부터 유니폼킷 스폰서까지 종류는 다양하다. 후원을 하는 이유는 해당 팀을 좋아하는 팬덤과 그 팀이 출전하는 대회의 팬덤에 회사의 인지도를 높이고 브랜딩을 하기 위해서다. 프로 스포츠와 같은 이유다. 

하지만, e스포츠와 프로 스포츠가 다른 이유가 있다. e스포츠는 온라인에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존재한다. 롤파크에서 오프라인 관람이 가능하지만 기껏해야 400명이 들어올 수 있고, 결승전의 경우는 5천에서 1만 명이 들어올 수 있는 야외에서 진행되지만 기껏해야 1년에 두 번 정도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e스포츠가 기업들에게 후원을 요청할 경우 들이미는 수치는 대부분 온라인과 관련된 것들이다. LCK 경기를 볼 때, 동시 시청자가 '수십, 수백만이 본다'는 숫자, 선수들의 SNS나 유튜브 채널 팔로워 숫자, 개인방송 시청자 숫자 등이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수치다.

한 때는 이런 수치들이 기업들에게 새로움으로 잘 어필되었지만, 후원을 좀 해본 업체들은 '이게 정말 실제로 효과가 있는 숫자가 맞나?'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결승전 때마다 열리는 Fan Festa, LCK 팀들이 오프라인에서 팬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
결승전 때마다 열리는 Fan Festa, LCK 팀들이 오프라인에서 팬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

그도 그럴 것이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숫자들, 즉, 온라인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은 경기를 보기 위해, 선수를 보기 위해서 찾아오는 것이고, 집이나 야외에서 PC나 모바일 등으로 경기를 시청하기 때문에 몰입도가 낮은 경우가 많아서 이들을 후원하는 업체를 직접적으로 인지하기가 어렵다. 또한, 온라인에서는 단순 로고 노출, 후원 업체 언급 등 간접적인 방법 이외에, 팬덤에게 직접적으로 어필하기 위한 방법이 부족하다.

필자가 한 LCK 프로게임단에서 일할 때 직접 겪은 일이다. 메인 후원사에서는 약속된 후원 비용 외에도 좋은 이벤트나 프로모션이 있다면 추가 후원을 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단, 이벤트나 프로모션이 보다 적극적으로 팬덤에게 도달할 수 있길 바랐다. 다양한 형태를 고민했지만,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에서 팬들과 스킨십하며 직접적으로 어필하는 형태가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이 말은 즉, 스폰서가 단순히 로고 노출, 사명 노출 등에서 만족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프로게임단의 스폰서 홍보 활동은 보다 적극적이어야 하고, 보다 충성적인 팬덤에게 직접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무엇이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T1에게 롤파크는 좁을 수 밖에 없다. 가끔 출전하는 야외 결승전 역시 횟수가 부족하다. 

그러면 이번 T1 홈그라운드는 어떨까? 야외라는 점에서 약 6천 명의 사람들을 모을 수 있고,  그들은 모두 약 10만원 전후의 티켓을 사고 오는 열혈 팬덤이다. 이들은 T1을 후원해주는 다양한 후원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후원사들의 프로모션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활성화된 고객을 직접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프로게임단은 이제 스스로 '우리한테 후원하세요, 그러면 효과 있을거에요'를 입증해야 하는 숙제가 있고, T1 홈그라운드 역시 그 연장선에 있는 이벤트인 것이다. 

무엇이 그렇게 답답했나? - 수익다각화

앞에서 스폰서십이 프로게임단의 중요한 수익 모델이라고 언급했다. 기성 스포츠라면 스폰서십 외에 중요한 수익 모델로 '관중 수입'을 꼽을 수 있을텐데, 아쉽게도 e스포츠에서는 해당 사항이 없는 이야기다. 국내 최대 규모인 LoL e스포츠가 롤파크에서 유료 티켓을 판매하며 경기를 진행하고 있지만, 관중석은 약 400여석에 불과하다.

롤파크가 e스포츠 관람을 위한 최적의 구조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롤파크가 e스포츠 관람을 위한 최적의 구조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실제로 롤파크에 가보면 그곳을 찾는 관객들이 굉장히 열정적이라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이들은 롤파크를 찾아 티켓 가격 이외에 식사, 굿즈 구매, PC방 이용 등 추가적인 지출을 기꺼이 하는 모습이었다. 이것이 e스포츠든 프로 스포츠든 오프라인 직관의 묘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롤파크에는 기껏해야 한 매치당 400명 정도의 사람이 모이는게 최대 규모다. LCK가 온라인에서 추가 수익을 낼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렇다면 시선을 오프라인으로 더 돌려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오프라인은 인프라 구축, 유지 및 보수 등에 큰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T1 홈그라운드는 T1이 롤파크가 아닌 곳에서 LCK를 진행하고 싶다는 제안을 했고, LCK가 이를 허가하면서 성사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언론에서도 "T1이 400명 밖에 수용 못하는 롤파크의 답답함을 벗어던지기 위한 실험에 나선다"는 평가를 내렸고, LCK는 T1 홈그라운드 결과에 따라 다른 팀에게도 기회를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한다.

T1이 이번 홈그라운드 행사를 위해 상당히 큰 투자를 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한국관광공사, 고양시와의 협업을 통해 일정 부분의 지원을 받았겠지만, 기본적으로 이 정도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경험을 가진 운영 대행사가 필요하고, 방송 제작을 맡은 WDG에게도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하지만 비교적 높게 책정된 티겟 가격을 비롯해, 굿즈 샵 이나 음식과 음료 판매를 통한 부가 수입, 참가하는 스폰서십이나 참가사들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수입 등을 생각해보면 이번 행사는 충분히 수익적으로 타당하다는 사전 분석과 예측이 있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T1은 이번 행사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수익적인 측면에서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면 한다. 수익성 개선 및 다각화에 이렇다 할 해법을 내지 못하고 있는 LCK나 프로게임단들이 조금 더 생각을 넓혀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LCK에 미치게 될 영향들

롤파크라는 장소에 대한 한계와 향후 더 큰 경기장에 대한 필요성은 T1 홈그라운드가 LCK에게 던지고 있는 가장 큰 화두다. 조심스럽지만, <리그오브레전드>와 <발로란트>를 가지고 있는 라이엇게임즈라면 현재의 롤파크를 벗어나 더 큰 규모의 경기장을 고려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전북 현대 프로 축구단의 홈구장 전주 월드컵 경기장 전경
전북 현대 프로 축구단의 홈구장 전주 월드컵 경기장 전경

또한, T1처럼 외부에서 홈경기를 치르겠다는 게임단이 더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 경우 LCK가 대회 진행, 방송 제작 및 송출에 대해 어떤 가이드와 솔루션을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도 필요하게 됐다. 참고로, 기성 스포츠의 경우 홈경기에 대한 전반적인 운영은 홈팀, 대회 운영 및 판정은 협회, 방송 송출은 중계권을 가진 방송국이 역할을 나누어 맡고 있다.

Gen.G, 디플러스 기아, 한화생명 같이 팬덤에 자신이 있는 팀들은 T1 홈그라운드가 성공한다면, 충분히 비슷한 형태의 홈 경기를 시도해 볼 만하다. 각 팀 사정에 따라 규모를 달리할 수도 있고, 지자체나 스폰서와의 협력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발로란트 e스포츠가 진행되고 있는 상암 아프리카 콜로세움의 모습
발로란트 e스포츠가 진행되고 있는 상암 아프리카 콜로세움의 모습

개인적으로는 광동 프릭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궁금하다. 모기업이 e스포츠 대회 운영 및 방송 제작을 하고 있는 아프리카TV라서 어떤 팀보다 빠르게 홈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는 부산에 연고를 두고 있는 BNK FearX 역시 지역과의 연계를 통한 홈경기에 큰 관심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오프라인 이벤트는 금융권 스폰서들과 상당히 잘 어울리고, 지역 팬들에게도 큰 호응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T1처럼 외부로 나가 홈경기를 치를 만한 여력이 되지 않는 팀은 어웨이 팀으로 출전해 관중 수익의 일부를 공유 받거나, 장소 일부를 활용해 이벤트, 프로모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인기 팀들의 외부 홈경기를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조금 먼 이야기지만, T1 홈그라운드가 프로게임단의 지역연고제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대전, 부산 등 e스포츠 경기장을 유치한 지자체 뿐 아니라 이번에 T1과 협약을 맺은 고양시처럼 인프라가 갖춰진 곳들에게 T1 홈그라운드 같은 행사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콘텐츠 부족의 문제를 해소하기에 적절한 해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며

아무래도 팬덤이 존재하고, 그 동안 e스포츠에서는 시도되지 않았던 형태이다보니 다양한 이야기와 평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고 있는 LCK와 프로게임단 입장에서 T1 홈그라운드는 산업적, 비즈니스적으로 아주 큰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란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T1 홈그라운드가 성공해서, LCK를 비롯한 e스포츠 업계에 큰 변화의 계기가 되어 주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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