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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의 하루_04

릴레이 글쓰기_4번 주자 Y가 쓰다

2024.04.24 | 조회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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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만난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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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 속으로 잠시 숨었던 달이 모습을 드러내며 커다란 그림자의 존재도 드러났다. 하루살이가 되기 위한 마지막 수업에서 다슬기 선생님이 조심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했던 개구리였다. ‘개굴.’ 모두가 잠들어 있는 어두운 밤의 적막을 깬 개구리 울음소리에 아부는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저 개구리가 그냥 지나가길.’ 속으로 간절히 기도하는 아부의 귀에 ‘툭’ 뭔가 근처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하늘 높이 폴짝 뛰어오른 개구리가 변태 중인 아부의 근처로 착지하는 소리였다. 변태 중인 아부는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임에도 온몸이 바들바들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생지옥 같은 모습을 도저히 눈 뜨고 지켜볼 수가 없었다. 눈을 질끈 감자 주변을 살피고 있는 개구리의 숨소리가 바로 귀 옆에서 들리는 듯했다.

 ‘신이 있다면 제발 도와주세요. 저의 3년을 헛된 시간으로 끝나지 않게 해주세요.’

 아부는 세상 모든 신에게 이 밤이 무사히 지나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간절히 빌었다. 속으로 빌고 빌었지만, 아부는 느낄 수 있었다. 탐욕스럽게 자기를 바라고 있는 큰 그림자가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것을. 눈을 뜨면 당장이라도 아부를 갈기갈기 찢어 허기를 달랠 저승사자가 차갑게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아, 난 죽었구나. 나는 무엇을 향해 달려왔던 걸까. 이럴 줄 알았다면….’ 아부는 자신에게 다가온 죽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3년간의 유충 시절이 주마등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늘 함께했던 티파니의 모습도 같이. 그녀와 함께 ‘날 것’이 되어 자유롭게 비행하는 것만을 향해 달려온 날들이었다.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아부는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커다란 개구리가 아부의 바로 위에 아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개구리가 아부를 먹지 않고, 한참을 그냥 쳐다만 보고 있는 것이었다. 이 한밤중에 허기를 참지 못하고 먹이를 찾으러 뛰쳐 나왔다면 당장에 아부를 뜯어 먹었어야 했다. 개구리는 그렇게 참을성이 좋지 못하다. ‘이게 무슨 일이지. 마치 나를 보고 있지만, 보지 못하는 것 같잖아. 잠깐, 보지 못한다고?’ 퍼뜩 다슬기 선생님이 개구리에 대해 말씀해주셨던 것이 생각이 났다. ‘개구리는 눈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 것들은 사물로 인식을 못 한단다. 만약 너희들이 개구리를 만난다면 열심히 도망치는 것보다 죽은 듯이 가만히 있는 것이 살 확률이 더 높을 거야.’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것일까. 변태 중이라 움직이지 못해 도망치지 않았기 때문에 개구리는 아부를 인식하지 못한 것이었다. 일렁거리는 바람과 구름에서 나온 달빛으로 윤슬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 화려함에 취한 하루살이들이 그 위로 몰려들기 시작했고, 남은 하루를 만끽하는 하루살이를 만끽하러 개구리는 아부를 지나쳐 하천을 향해 뛰어올랐다. 아부는 살았다는 안도감을 느끼면서 개구리의 먹잇감이 될 하루살이를 보며 복잡한 감정이 느껴졌다. 아부의 성충이 되기 위한 마지막 밤은 느리게 지나가고 있었다.


 “뭐야, 이 애송이 하루살이는.”

 지난밤 죽을 고비를 겨우 넘겨 간신히 잠들었던 아부는 날카롭고 뾰족한 불쾌한 느낌에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앗, 이런. 소금쟁이 녀석들이잖아.’ 눈을 뜨니 하천의 심술궂은 소금쟁이 부부가 아부를 툭툭 건드리고 있었다. 다급하게 정신을 차린 아부는 소금쟁이에게서 달아나기 위해 서투른 날갯짓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탈피각을 달고 있는 날개는 비행을 시작하기엔 무리였다. 그런 아부를 비웃듯 소금쟁이 부부 중 하나가 길쭉한 다리를 들어 아부를 옆구리를 찌르기 위해 다리를 들었다. ‘난 그 무서운 개구리한테서도 살아남은 하루살이야. 절대 이런 어쭙잖은 소금쟁이들한테 당할 수 없어.’ 아부는 소금쟁이의 다리를 피하면서, 무거운 탈피각을 떼어내기 위해 온몸을 비틀었다.

 “킥, 킥. 너는 딱 보니 한 시간 살이다. 가지고 놀다 먹어주마.”

 발버둥 치는 아부를 보며 소금쟁이들이 비웃더니 부부 소금쟁이가 합세하여 아부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이제 정말 다 왔는데. 이렇게 끝날 순 없어.’ 아부는 다시 온 힘을 다해,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날갯짓을 해보려 했다. 하지만 질긴 탈피각은 좀처럼 아부에게서 떨어지지를 않았다. 다시 소금쟁이 길쭉한 다리가 아부의 옆구리를 차려던 순간, 하천의 수면이 크게 일렁였다. 하천의 주변을 걷던 한 남자아이가 던진 돌멩이 때문이었다. 크게 넘실대는 물결에 아부의 몸은 하천에 떠내려갔다. 어제부터 고단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부는 하루살이의 생이 버겁게 느껴졌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고생을 하고 있을 티파니가 생각나면서 동시에 걱정이 되었다. 그 여리고 겁많은 티파니가 이런 역경을 잘 견뎌내고 있을지, 혹여나 나쁜 일이라도 당한 건 아닐지. 안 좋은 생각이 들려고 하자 아부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티파니는 나와 같이 하루살이가 되어 오늘 누구보다도 자유롭게 비행할 거야. 3년 간 꿈꿔왔던 이 순간을 누구보다도 더 잘 누리고 있을 거야.’

 물살을 따라 하천 아래로 떠내려간 아부는 한 돌멩이 위에 올라가서야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런데 아부가 앉아있는 이 돌멩이의 모습이 눈에 아주 익숙했다. 유충 시절, 티파니와 함께 자주 가던 넓적 돌멩이와 아주 많이 닮은 돌멩이였다. ‘티파니….’ 아부는 티파니를 생각하며 날갯짓을 다시 시작했다. 물살에 탈피각이 떨어져 나간 덕에 아부의 몸이 한결 가벼워져 있었다. 있는 힘껏, 젖먹던 힘을 다해서 날갯짓을 시작하자 아부의 몸이 공중으로 뜨기 시작했다. 가벼워진 몸은 계속 하늘과 가까워지는 것 같더니, 이내 아부는 하천을 아래로 내려볼 수 있었다. 드디어 아부의 첫 비행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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