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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의 하루_05

릴레이 글쓰기_5번 주자 J가 쓰다

2024.04.26 | 조회 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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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만난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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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부가 바라던 세상이 시작되었다. 광활한 하늘, 웅장한 나무, 그것들 사이로 자신을 내리쬐는 태양, 자신을 스치는 바람. 슬기선생님이 말로만 전해주던 모든 게 실제로 아부를 향하고 있었다. 이것이었다. 아부가 바라던 하루는. 처음으로 쳇바퀴를 벗어난 삶이 아부는 마음에 들었다. 이 하루를 위한 3년의 인내가 빛을 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부의 공간이었던 그 하천이 얼마나 작았던 것인지 깨달았다. 아부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하천과 최대한 멀리 떨어진 새로운 공간을 가고 싶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여전히 아부는 자신을 스치는 모든 걸 온전히 즐기고 있었다. 아부의 눈앞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아부의 표정은 행복이라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빛나고 있었다. 아부는 탄성을 내지르고 싶었지만, 입이 막혀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이 감정을 말로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저 아부의 날갯짓만이 아부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부의 빛나던 표정이 점차 어두워져 갔다. 아부가 바라던 세상을 만났건만 이 감정이 고스란히 혼자만의 몫이라는 게 슬퍼졌다. 미친 듯이 티파니가 보고 싶어졌다. 티파니는 아부가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같은 걸 느꼈을 것이다. 아부는 이 감정이 아부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티파니를 그렇게 보내지 말았어야 했다. 변태의 시기가 다르다는 이유였다면, 먼저 변태에 성공한 사람이 기다리자고 했어야만 했다. 겁이 많은 티파니에게 변태라는 무서운 행위를 혼자 하게 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지금, 이 세상을 함께 느꼈어야 했다. 티파니에게 자신이 보는 세상을 보여줬어야 했고, 자신이 느끼는 이 감정을 느끼게 해줬어야 했다. 아부 혼자서 이곳에 있어선 안됐다.

 아부의 날갯짓이 점차 느려졌다. 스치는 하루살이들을 보면서 아부는 좌절했다. 티파니의 말처럼 신호를 만들어야 했다. 아무리 봐도 누가 티파니인 줄 알 수 없었다. 점차 두려움이 음습했다. 슬기선생님이 말하던 최악의 일을 티파니가 당했으면 어떡하지? 티파니가 이 아름다운 세상을 잠깐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으면 어떡하지? 아니, 이미 성충을 완료하고 세상을 떠난 거면 어떡하지? 가정의 가정이 머릿속을 떠올랐다. 아부는 결심했다. 자신의 이 하루를 티파니를 찾는 것에 쓴다면, 그것이 의미있는 삶이라고 생각했다. 아부가 진정으로 바랐던 건, 세상 그 자체가 아니라 티파니와 함께 이 세상을 보는 것이었다.

 아부는 생각하기 시작했다. 겁이 많은 티파니라면 아주 안전한 공간을 찾아 변태했을 것이다. 그 공간에 아부도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을 것이다. 티파니는 익숙한 걸 좋아했다. 늘 새로운 걸 갈망했던 아부와 달리 티파니는 현실의 삶에 만족했다. 그런 티파니라면 어느 공간을 선택했을지 아부는 고민했다. 그 순간, 아부는 딱 한 공간을 떠올렸다. 티파니라면 그곳에 있을 것이다.

 아부는 하천으로 향했다. 3년을 살았던 하천이었지만, 이렇게 유속이 빠른 건 처음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천적들이 이곳에 이렇게나 많이 살고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무서웠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마당에 아부는 포기할 수 없었다. 그 순간, 개구리가 아부의 앞에 나타났다. 티파니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다시 날갯짓을 시작했다.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는 아부의 빠른 날갯짓이 이어졌다. 그때였다. 아부의 눈앞에 물이끼가 보였다. 그건 틀림없이 티파니와 함께 만든 ‘8’자 표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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