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만난사이_24년상반기

그때의 나, 지금의 나

<기억 속 작품>에 대하여, 목요지기 J가 쓰다

2024.04.18 | 조회 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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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만난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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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브르 박물관에 가고 싶었다. 이 영화 하나 때문에.

 루브르 박물관에 갔다. 이 장면 하나 때문에.

 ‘어떤 영화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에는 절대로 떠오르지 않는 이 영화 하나 때문에.

 나는 또 왜 영화에 관한 질문에 이 영화가 떠올랐는지 답을 하고 싶어서 영화를 다시 보고 쓰고 싶었지만, 하필 이번 주에 나를 괴롭히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는 핑계로 영화를 보지 않고 글을 쓴다. 그러니까, 이 글은 그때의 나에 관한 글일 수도, 지금의 나에 관한 글일 수도 있다.

 그때의 내가 이 영화에 빠졌던 건 아마도 청춘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내가 본 건, 청춘의 날 것, 청춘의 살아있음이었다. 어쩌면 어릴 때 생각했던 청춘처럼 반짝이는 사람들이 이 영화 속 인물들이었다. 그랬는데 결국 그곳에 속하지 못하는 것이 내 청춘과 맞닿아 있어서. 이사벨과 테오는 그들의 굳건한 세계 안으로 매튜를 초대했다. 왜 하필 매튜였을지에 대해서도 꽤 오랫동안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때 내가 내린 결론은 그건 꼭 매튜가 아니어도 됐을 거라는 것이었다. 결국 그들의 틈없는 세계에 매튜는 들어갈 수 없었다. 이 사실을 매튜는 몰랐겠지만, 이사벨과 테오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단지 매튜에게 한 여름밤의 꿈 같은 신기루 역할만 부여했다.

 그때는 이사벨과 테오의 행위. 그들의 삶. 그들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궁금했다. 그들이 가지는 그 감정에 대해서. 그러니까, 절대로 떨어질 수 없다고 말하는 서로에 대해서. 머리를 공유하는 샴쌍둥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서. 처음 봤을 땐 테오의 말대로 진짜로 샴쌍둥이였다고 생각도 했었다. 쌍둥이라고 해서 절대로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한 가지 더 궁금했던 건, 이런 혼란한 인물에 대해선 부모가 항상 어떤 식으로든 이들이 이해되게 그려지기 마련인데, 내 기억 속 이들의 부모는 평범했다. 아, 그때의 평범함이 평범함이 아니었다는 것을 쓰면서 깨닫는다. 그들은 평범하지 않았다. 그들은 방치했다. 그들의 세계 속에. 부모가 도망친 것 같다는 생각이 이제 든다. 아마도 부모의 잣대에서 그들은 틀려먹은 인간이었을 것이다. 부모는 그것을 견딜 수 없었고, 그들의 그 틀려먹은 상태를 보지 않는 걸 선택했다. 그건 부모를 위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그 모습을 마주하기 자신들이 힘들어서 도망간 것이니까. 어쩌면 이 영화에서 가장 비겁한 인물은 부모였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나는 이제 이 영화가 왜 떠올랐는지 알았다. 틀려먹은 인간들이라고 보이는 사람들이 나와서였다. 그때는 모르고 지금의 나는 아는 것 하나를 적어 보자면, 이젠 모든 사람이 다 틀려먹은 인간이라는 걸 안다는 거다. 그때는 나만 틀려먹은 인간 같았는데, 지금은 다 틀려먹은 인간들이 제법 정상인 척 살아가는 게 세상이라는 걸 안다. 그때는 나만 이렇게 틀려먹은 인간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그들이 좋았다. 틀려먹은 인간들이 만들어 내는 그 세계가 좋았다. 또, 그 모든 시작이 그들이 아니라 나처럼 무언가를 따라 하게 되는 것에 대해서도.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물으면 절대로 이 영화가 떠오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깨달았다. 이 영화를 떠올리면, 정말 내가 틀려먹은 인간이라는 걸 인정하는 것 같아서. 근데 지금은, 모두가 틀려먹은 인간이라는 걸 아는 지금은 이 영화를 떠올릴 것이다. 지금 다시 영화를 봐도 여전히 그들이 좋을 것이다. 예전보다 이사벨과 테오가 가지는 이기심을 느끼게 될 것 같지만, 그들의 빈틈없는 세계가 여전히 좋을 것이다. 그들의 청춘이 좋을 것이다. 여전히 그들의 삶을 응원할 것이다. 결국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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