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의 여행자, 최연주(3) - 10만원이 쏘아 올린, 3달간의 여정

오늘도 만나 뵙게 되어 반가워요👋

갑작스러운 미친 칼바람에 정신을 못 차리고 대만으로 즉흥 줄행랑해 버린 편집장입니다. 너~~무 춥지만,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와 더불어 눈까지 오니 따뜻한 니트를 꺼내입고 크리스마스 재즈를 틀어놓으며 연말이 왔음을 제대로 느끼고 있는데요.

추위 하면 러시아 횡단열차가 떠오르지 않나요? 겨울 낭만 여행에 빼놓을 수 없는 러시아 여행서부터 몽골 그리고 조지아 한달살기까지!

지금 바로 12월의 여행자, 최연주 여행자의 세 번째 이야기 시작됩니다-!

그녀의 여행 이야기들을 모아, 지금 바로 move or action!

일곱 번째 여행자의 여행 스타일은 무엇일까?

여행 레벨도 여행 베테랑, Lv.4 (23개국)

여행 타입 자유로운 방랑자, ANL

여행 스타일 휴양지는 나중에 나이들어 돈있을 때 가도 되니깐요! 고생할 수 있을 때 실컷 고생하는 여정을 떠납니다.

➰ 나의 여행 타입과 레벨도는 무엇일까? https://travel-type-test.webflow.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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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그리고 스페인순례길를 다녀오면서 최애 여행지가 바뀌셨다고 하셨죠! 이번에는 여행자님의 차애 여행지를 들어보려고 해요. 한때의 최애였던, 지금은 차애가 된 여행지는 어디였는지 궁금해요.

인도와 스페인 순례길을 다녀오기 전까지는, 18년도에 다녀온 러시아에서 횡단 열차로 출발하여 3달간의 러시아, 몽골, 조지아 여행이 저의 최애 여정이었어요.

이 여정은 정말 단순한 이유로 시작되었어요. 세 달 정도 여행을 가고 싶은데 어딜가야할지 고민이 되어 스카이스캐너만 들락날락할 때쯤.. 대박적인 가격을 보고 '이곳이다!!' 싶었어요.

"블라디보스톡 편도가 10만 원이라니? 당장 결제 갈겨"

안 그래도 당시, 횡단 열차에 대한 유튜브 콘텐츠가 떡상을 할 때라 낭만이 있었어요. 그렇게 무작정 러시아로 떠났습니다.

"횡단열차에서 사람운은 복불복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누군가는 열차 안에서 엄청 재미난 일들이 펼쳐지고 누군가는 열차 안에서 무료한 일로 채워진다는 말을 들었는데요. 낭만의 사심을 가득 채웠던 연주님의 횡단열차는 어떠하였는지 벌써 부터 기대되어요.

이때도 역시 사람들을 정말 잘 만났었어요. 혼자 갔는데도 열차 안에서 지루한 날이 없었거든요.

횡단 열차를 다녀온 어떤 여행자는 아무도 말을 안 걸어줘서 다운받은 신서유기 시리즈 다 보고 왔다는 후기도 들었어요. 횡단 열차는 대게 2~3일 넘게 타기 때문에 옆 사람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4인으로 되어있는 자리에 탑승했었는데, 그중 세 분이 연어 잡는 러시아 남성분들이었고 옆에는 한국인이 있어서 말 붙이기가 쉬워 다 같이 금방 친해지게 되었어요.

그때 만난 연어잡이 친구가 저의 3달간의 여정에 행운을 빌어주고 싶다고 뜻으로 상징처럼 가지고 다니던 시계도 주었어요. 무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시계라는데 저도 이걸 받아도 되나..? 싶더라고요. 러시아어로 엽서도 써줘서 저도 감사의 의미로 엽서에 그림을 그려주며 서로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어쩌다 보니 러시아에서만 한 달 반 정도를 여행하게 되었는데, 다른 열차 길에서는 애기 엄마랑 같이 타서 애기 밥도 먹여주고 놀아주며 간 적도 있고요. 그 애들이 엄청 짱구들이었는데 옆에서 다른 외국인 두 명이 저를 불쌍하게 보더라고요. 밤에 괜히 친한 척하며 불러주어서 잠시 아이들 곁에서 구제해 주기도 했어요.(웃음)

러시아는 여행지도 매력있었지만, 횡단열차안에서는 핸드폰이 전혀 안되다보니 사람들간의 소통이 간절하였어요. 심심할 수 있는 공간에서 대화를 하며 사람의 정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이 러시아 여행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었네요.

현재는 갈 수 없는 횡단열차를 경험하게 되었다니 정말 값진 추억일 것 같아요. 다음 여행지인 몽골은 오지 여행을 필수로 하죠. 첫 오지 여행의 경험은 어떠하였나요? 또한,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 또한 궁금해요.

몽골 오지여행은 보통 가이드를 끼고 가기 때문에 사전에 동행을 미리 구해놓은 후, 만나는 일정에 맞춰 러시아 이르쿠츠크에서 40석의 작은 비행기를 타고 갔었어요.

울란바토르에 도착하여 한국에서 오는 동행들을 기다리려는 찰나, 갑작스레 한국발 비행기가 연착되었다는 거예요. 예상치 못하게 홀로 몽골에서 보낼 수 있는 하루가 생겨 버린 것이죠. 일단 어찌할 방법이 없으니 여행사 사장님(현지인)을 먼저 찾아가게 되었어요. 제가 낯도 안 가리고 외향적이라 사장님이랑 금방 친해져서 사장님의 친한 지역 주민 게르에서 한숨 잔 후, 다음날 사장님과 같이 공항에서 피켓을 들고 동행자들을 함께 환영해 주었어요. 환영해 주는 제 모습에 보고 동행 중 한명이 저에게 첫 말을 뗐어요.

"와 가이드님, 한국어를 왜이렇게 잘하세요!??"

몽골 여행에서는 집이 무너졌던 에피소드가 가장 뇌리에 남아있어요.

바야흐로 고비사막에서 지낸 숙소에서였어요. 평소와 달리, 게르가 아닌 나무판자로 지은 신식 집이라 매우 흥분된 상태로 숙소에 입성하였어요.

"침대도 좋고 따뜻하니 대박이잖아??"

그날은 마침 다른 투어사에서도 동일한 숙소에 머물러 마치 축제처럼 다른 투어 가이드, 운전기사님들이 다 모여서 술 마시며 놀았어요. 저희 또한 마찬가지였죠. 신나게 논 후, 평소 때와 같이 잠에 들었을 때 갑자기 엄청 큰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어? 이게 뭔소리야??"

새벽녘에 눈을 비비며 일어나보니 제 머리 위로 작은 나뭇조각과 가루들이 우수수 떨어지고 제 침대 옆이 벽이 아니라 바깥 풍경이 보이더라고요..?

그니까 벽이 사라지고, 구멍이 뚫려버린 거예요. 평온하게 자다 일어나보니 얼굴에는 이물질들이 떨어지고 벽대신 구멍이 뚫려있고..

다행히 나무판자 같은 집이었고 침낭을 입고 잤기 때문에 얼굴에만 상처가 나고, 몸에는 상처 나지 않았어요. 그래도 일단 집이 무너졌으니까 다들 일어나라고 소리 질렀어요. 그리고 밖으로 나와보니, 다른 투어사 운전기사가 술 먹고 싸우다 화가 나 음주운전을 해서 이 사단이 난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음주운전을 하다 제 침대가 붙어있는 벽을 박아서 무너져버린거죠.

저를 칠 수도 있었던 상황에 차는 다행히 공사 중인 구덩이로 빠져있었어요. 핸드폰 들고 가서 차 번호랑 사고 난 현장 사진을 찍은 후 너무 화가나고 놀라서 캠핑장 주인이랑 술 취한 가이드, 같이 있던 한 오빠까지 막 깨웠어요.

그때 한 오빠가 가이드한테 당신이 가이드이니 책임지라고 화를 냈더니 가이드가 무너진 집을 보더니 한국말로 욕하더라고요. 저희는 급하게 주인이 묶던 숙소에서 자고 아침에 경찰이 와서 조서 쓰고 얼굴 상처 증거 사진도 찍었어요. 그나마 현지인 가이드도 있고 가까이 경찰서도 있어서 다행이었죠. 그 이후에는 투어사 사장님이 오셔서 합의서 작성하고 합의금도 받으면서 마무리할 수 있었네요.

이 사건을 겪으면서 저를 가장 기분 상하게 한 것은 그 사고 친 운전기사 투어사의 한국인 여행자들의 태도였어요.

"그 사람 얼굴 별로 안 다쳤다던.. 운전기사 착한 사람인데...."

자신들의 운전자가 경찰소로 가게 되니 자신들의 여정에 피해가 가서 저런 말을 대놓고 하면서 핀잔을 준 것이었죠. 하마터면 자다가 차에 치일 수도 있었던 상황에, 더불어 얼굴도 다쳤었는데 너무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여러모로 여행의 중간에서 이런 안좋은 일이 터지다보니 그 분위기가 우리의 여행에도 피해를 끼쳤어요. 저희 안에서도 갈등이 생겼거든요. 함께 여행하던 오빠가 본인이 제 합의금 문제에 있어서 나서줬으니 합의금 일부를 주기를 요구를 하더라고요..ㅎ 화나서 주머니에 돈 확 꽂아줬어요. 이 외에도 빨리 도시로 돌아가고 싶다, 울란바토르 최대한 빨리 가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 보면서 도대체 몽골에 왜 왔나 싶은 생각도 들었죠.

사실 부모님께서 걱정하실 것 같아서 말씀을 못드렸었어요. 세달 간의 여정을 미친 후, 겪은 이야기를 독립출판 책으로 기록했는데 그 책을 읽으신 엄마가 뒤늦게 사고가 났던 걸 알게 되셨어요.

너무나도 무섭고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크게 다치지 않아 정말 다행입니다. 위험천만한 순간에 놀란 가슴도 쓸어내기 전 주변인들의 인간의 본성이 보게 되어 정말 속상하셨을 것 같아요. 그래도 끝까지 여정을 이어간 조지아에서는 어떠한 계기로 오래 머물기 되었고, 어떻게 힐링하셨는지 들어보고 싶어요.

몽골에서 다시 열차를 타고 러시아에 돌아와서 상트 끝까지 갔는데 돈이 애매하게 남더라고요. 여행하며 만난 여행자들이 조지아가 저렴하고 좋다는 추천을 받고 떠나게 되었습니다.

당시만해도 조지아가 정보도 많이 없고 그냥 부딪히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래서 더 좋았었어요. 여행자들도 적지, 물가 싸지, 유럽 분위기 낭낭하지, 와인 저렴하고 맛있지, 자연도 광활하지.. 이곳에서도 역시 트래킹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도파민 폭발한 여행이 아닌, 소소한 힐링으로 하루를 채워나갔어요.

여행 당시 제가 빈티지 용품에 관심이 많아서 인스타에서 빈티지 가게 사장님이랑 친해져서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았던 때였어요. 특히나, 몽골이나 조지아에 가니 빈티지스러운 물건이 너무 많은 거예요. 물건을 보다가 사장님 취향이랑 잘 맞을 것 같으면 사진 찍어 보내면서 사장님 가게에 있을 것 같다고 연락했었어요. 그랬더니 사장님이 돈을 더 줄 수도 있으니 가져와 달라해서 구매한 다음에 택배로 보내드렸던 기억도 나요. 가게에도 당연히 찐 몽골, 찐 조지아에서 온 가방 이렇게 써놓으셨어요.

더불어 저 또한 사장님에게 전달할 빈티지 물건을 보다가 골동품 가게에서 소련 시대 필름 카메라를 3만원에 건질 수 있었어요. 일일이 조절해야 했지만 그 필름으로 사진 찍어서 엽서도 팔 수 있었어요.

이외에도 조지아에서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랑 친해져서 자신의 친구가 주인인 숙소를 소개받았어요. 카즈베기 산맥 뷰의 숙소였는데, 그 산맥이 해가 뜨면 설산이 붉게 물들어서 불타는 고구마라 불리어요. 무려 지인찬스로 3인실의 대박 뷰의 방을 혼자 무료로 쓸수 있었어요. 여기서 찍은 사진을 카페에 올렸는데 반응이 엄청 좋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