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CX 센터에 신입 직원이 입사했다. 일주일 동안 CX 센터에서 근무하려면 알아야 할 기본적인 운영 관련 지식부터 고객의 유형, 유형별 응대 전략, 데이터 취합, 데이터 범주화, 전사 교육 등등 교육을 진행한 후 실무를 분장했다.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리더가 더블 체크하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같은 방식으로 재교육을 진행했지만 변하지 않는다. 이 직원은 역량이 부족한 것일까?
사례 2.
마케팅 팀에 경력자가 입사했다. 그동안 정리해 둔 문서를 취합해서 공유하고 현재 우리 팀의 핵심 주제, 목표를 공유하고 프로젝트에 바로 참여시켰다. 하지만 회의에서 하는 발언이 포인트를 잡지 못하고 이미 알고 있어야 하는 내용을 계속 질문한다. 회의 후 자리로 돌아와 다시 한번 설명을 해주었지만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이 경력자는 연차 대비 실력이 별로인 걸까?
사례 3.
상세페이지 제작에 일주일 걸리는 직원에게 일주일 시간을 주고 상세페이지를 만들게 했다. 다 만들어진 상세페이지를 보니 방향성에 맞지 않고 어딘가 이상해서 수정 지시를 내렸다. 두 번째 상세페이지는 첫 번째 보다 좀 더 나아졌기에 한 번 더 수정 지시를 했다. 이렇게 두 번, 세 번 말해야 말귀를 알아듣는다. 역량이 떨어지는 것일까?
아니다.
위 사례 모두 업무 수행능력이 떨어지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업무의 순서와 단계를 모르는 리더의 문제다.
중간 관리자는 업무의 순서를 알고 있어야 한다.
비슷한 종류의 업무를 많이 반복 작업해야 업무의 순서를 기획할 수 있다. 업무의 순서는 일종의 패턴이다. 자신이 일을 잘하는 것과 다른 사람을 잘하게 만드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자신이 일을 잘하려면 같은 일을 많이 반복해서 습관이 돼야 (무의식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효율이 오른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잘하게 만들려면 과정을 세분화해 의식적으로 훈련할 수 있도록 업무의 순서를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기획 업무같이 비선형적인 업무를 진행할 때 이것을 선형적인 업무로 바꿔 줄 수 있는 것이 중간 관리자의 핵심적인 역량이다. 가령 경쟁사 조사 업무를 분장했을 때 이 업무의 구조를 단순히 '경쟁사 조사'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과 '경쟁사 기준 잡기 - 기준에 맞는 경쟁사 취합하기 - 기준에 맞게 정렬하기 - 바로 앞에 있는 회사와 바로 뒤에 있는 회사 특정하기 - 각각의 비즈니스 전략 분석하기'로 인식하는 사람의 업무 속도, 성과, 문제 발생 시 대응 능력은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압도적 차이다.
우리가 신입 직원, 중도 입사한 경력자에게 교육해 줘야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순서다. LV99가 일하는 방법이 아니라 LV2가 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마케팅 전략 안 전체를 완성한 후 피드백하는 것이 아니라 각 순서별로 피드백해 줘야 일을 빨리 배울 수 있다. 피드백 시간이 부족해 전체를 한 번에 확인해 줘야 할 때도 업무의 순서를 알고 있으면 결과물에 수정이 필요할 때 어떤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된다. 전반적으로 이상하다는 피드백이 아니라 단계 별 누락된 과정이 있는지, 미흡한 과정이 있는지 정확하게 질문하고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다.
단언컨대, 사례 1,2,3의 상황이 반복되면 퇴사 러시가 시작된다. 누구는 자신의 무능함을 탓하며, 누구는 회사에 체계가 없다고 불평하며 퇴사하지만 대부분 교육능력이 없는 (회사는 학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리더가 문제의 본질이다.
결론
- 회사는 학교가 맞다.
- 단, 회사는 기초 소양 교육을 하지 않는다. (그럴 시간도 없고...)
- 하지만 반드시 실무는 교육해야 한다.
- 신입들은 실무 능력에 토대가 되는 어휘력, 표현력, 사고력은 학교에서 쌓고 나오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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