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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과 유튜브가 우리를 지배한다고?

1965년 가나 대통령이 지적한 '신식민주의'가 21세기 실리콘밸리에서 구현된 방식

2026.07.01 | 조회 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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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llue

Intro.

21세기에 식민지배라니, 얼토당토않은 이야기 같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20세기보다 더 심각하게 수탈이 이뤄지고 있다는 '신식민주의'란 지적이 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수탈이 이뤄지고 있다는 걸까요? 가나의 초대 대통령 콰메 은크루마와 사회학자 마이클 쾃을 통해 살펴보려 합니다.

1965년의 예언, 신식민주의

1965년, 갓 독립한 가나의 초대 대통령 콰메 은크루마(Kwame Nkrumah)는 자신의 저서 <<신식민주의: 제국주의의 마지막 단계(Neo-Colonialism: The Last Stage of Imperialism)>>에서 새로운 형태의 지배를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신식민주의의 본질은, 그 지배 대상이 되는 국가가 이론상으로는 독립적이며 모든 형태의 국제적 주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 경제 시스템과 정치 정책은 외부에서 지시받는다."

그리고 통제자는 반드시 과거의 식민모국이 아니라, 오히려 "특정 국가와 명확히 연결할 수 없는 금융/경제 이익의 컨소시엄"이 통제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신식민주의는 3가지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 제조품 강제 수입: 독립국이지만 종주국의 제품만 구매하도록 구조화
  • 화폐·금융 통제: 중앙은행 시스템을 외부에서 장악해 경제 정책을 원격 조종
  • 원조를 통한 정책 개입: 개발 자금 제공의 조건으로 정치적 방향을 이식

분명 아프리카 국가들은 형식적 독립을 통해 UN 회원국이 되었는데, 위의 3가지 방식의 해외 개입으로 인해 실질적 독립을 향유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은크루마는 꼬집습니다. 구체적인 예시를 생각해볼까요?

  • 미국의 워싱턴 컨센서스와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국가 산업 기반 약화 초래 가나와 케냐 등의 국가에서 외환 위기 및 재정 파탄에 직면하여 생존을 위해 IMF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IMF는 구제 금융의 조건으로, 정부 지출 삭감, 의료/교육 민영화, 무역 장벽의 완전한 철폐를 요구하였는데요, 이로 인해 아직 산업적 기반이 준비되지 않았던 국가들은 산업과 노동자를 보호할 최소한의 규칙을 만들 주권을 침해당했습니다. 외환위기로 생존이 걸린 나라에 "이 조건을 받든지, 구제금융을 포기하든지" 둘 중 하나를 들이미는 건, 형식만 계약이지 실질은 강요입니다.
  •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인 '유상원조'로 인한 국가부도 위기 초래 여기서 '유상원조'라는 표현이 중요합니다. 무상 지원이 아니라 이자와 상환 조건이 붙은 조건부 대출입니다. 겉으로는 인프라 협력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채무 관계를 형성합니다. 2020년 잠비아는 국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했습니다. 중국 자본으로 도로, 철도, 수력발전소와 같은 사회 인프라를 대거 건설했지만, 코로나19 직후 외채를 감당하지 못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국영 전력공사(ZESCO)와 주요 공항이 담보로 제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국제적으로 제기됐습니다. 잠비아와 중국 양측은 이를 공식 부인했지만, 핵심은 이겁니다. 주권 국가의 핵심 인프라가 채무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형식적 독립과 실질적 통제 사이의 괴리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예시는 은크루마가 말한 신식민주의의 구조 그대로입니다. 사실 이 모든 일은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위해서, 그리고 그 국민들을 위해서 진행되었다고 주장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정반대가 나타난 것입니다.

그렇다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식민주의는 무엇일까요? 실제로 존재하는 걸까요? 조금 더 나아가, 단순히 국가가 아닌 전세계를 대상으로 테크 사업을 수행하는 유명한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7, M7; Google, Amazon, Meta, Apple, Microsoft, Nvidia, Tesla)와 같은 기업들도 테크 식민주의 컨소시엄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디지털 신식민주의: 철도는 코드로 바뀌었다

2019년 사회학자 마이클 쾃(Michael Kwet)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사례를 분석한 논문인 <<디지털 식민주의: 미국 제국과 글로벌 사우스의 새로운 제국주의>>를 발표합니다. 여기서 쾃은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일종의 테크 식민주의 컨소시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특히, 디지털 생태계를 장악하면서 21세기에 다시 식민주의를 불러온다고 분석합니다. 

쾃이 분석한 디지털 생태계의 아키텍처는 3개로 구성됩니다.

  • 소프트웨어 독점 라이선스 (Windows, iOS, Android)
  • 하드웨어 및 클라우드 보유 (AWS, Google Cloud, Azure)
  • 네트워크 연결성 통제 (인터넷 인프라, 망 중립성)

20세기에는 수탈을 위한 인프라가 '철도' 등으로 대표되었다면, 현재는 그 철도의 역할을 디지털 생태계가 하고 있다는 거죠. 빅테크 기업들에서는 종종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료 혹은 저렴하게 '교육용 플랜'을 제공하는데요, 이건 그들이 학생들의 학업을 응원한다는 선한 마음이라기보다 학생들이 그들의 프로덕트를 사용하여 그 서비스에 '종속'되도록 하는 마케팅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도 가능합니다.

유튜브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Google에 우리의 시청기록을 제공해야 하고,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면 우리가 업로드한 릴스와 포스트가 모두 META의 데이터로 저장되는 것에 동의를 해야만 합니다. Uber는 남아공에 진출해 현지 택시 시장을 잠식하고, 건당 25% 수수료를 실리콘밸리로 빼내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쩌면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이들의 시각에서는 기득권의 수탈인 겁니다.

여기서 누군가는 반문할 수 있습니다. "그건 우리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거 아닌가? 싫으면 안 쓰면 되잖아." 그런데 정말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었을까요? 삼성 폰을 사면 안드로이드가, 아이폰을 사면 iOS가 이미 깔려 있습니다. 노트북을 열면 대부분 인텔 칩이 박혀 있죠. 리눅스를 쓰거나 다른 칩을 고르려면 기기 자체를 바꾸고, 익숙한 모든 걸 버려야 합니다. 또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하지 않으면, 애초에 서비스를 사용할 수도 없습니다. 즉 선택은 우리가 전원을 켜기 한참 전, 제조와 탑재 단계에서 이미 끝나 있습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고른 게 아니라, 정해진 '기본값(default)'을 그냥 받아들였을 뿐입니다.

실제로 EU는 2018년 구글이 안드로이드에 자사 검색·크롬을 강제 탑재하게 한 행위를 문제 삼아 약 43억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기본값'이 곧 권력이라는 걸 규제 당국이 공인한 셈입니다. 물론 대안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다만 한번 그 안에 들어가면 쌓인 데이터, 익숙해진 화면, 연결된 사람들 때문에 빠져나오는 비용이 갈수록 커지죠. 출구가 설계 단계에서부터 막혀 있고, 나가려면 일상 전체를 갈아엎어야 합니다. 자발적으로 보이도록 정교하게 포장된 비자발성. 자발성의 외피를 썼기에 오히려 더 빠져나오기 어렵습니다.

코드가 바뀌었을 뿐, 구조는 동일합니다. 디지털 인프라도 항구까지 뻗은 철도였습니다.

Lawrence Lessig의 선언이 이 구조의 핵심을 찌릅니다.

"Code is Law(코드가 법이다)."

21세기에는 법률이나 제도보다 먼저, 소프트웨어 코드가 무엇이 허용되고 허용되지 않는지를 결정합니다. 특정 국가나 기업이 코드를 장악하면 타국의 주권 자체를 우회할 수 있습니다.

Big Other: 당신의 행동이 원자재다

신식민주의는 이제 영토나 자원만이 아니라 인간의 경험 자체를 수탈합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쇼샤나 주보프(Shoshana Zuboff)는 2015년 논문에서 이를 감시 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 라 명명합니다. 

수탈의 원료는 시대마다 달랐습니다. 19세기에는 토지와 노동력이, 20세기에는 석유가 수탈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21세기인 현재는 인간의 행동 데이터 입니다. 

주보프는 이 행동 데이터이 21세기의 새로운 채굴 대상이라 보았습니다. 우리가 검색창에 무언가를 입력하고, 콘텐츠에 머무는 시간을 선택하고, 어떤 광고에 반응하는지, 이 모든 '행동의 흔적'이 추출되고 정제되어 새로운 상품으로 변환됩니다. 그 상품의 이름은 '당신에 대한 정보'가 아닙니다. 정확히는 "당신의 미래 행동을 예측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능력" 입니다.

주보프는 이것을 "Big Other" 라 부릅니다. 조지 오웰의 빅 브라더(Big Brother)가 국가 권력의 감시를 상징한다면, 빅 아더는 민간 기업에 의해 작동하는 분산된 행동 통제 시스템입니다. 우리가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 논리를 이해하거나 빠져나올 수 없도록 설계된 시스템 말입니다. 앞서 본 '빠져나올 수 없는 기본값'의 구조가, 데이터 추출의 층위에서 다시 반복되는 셈입니다.

여기서 결정적 반전이 있습니다. 감시 자본주의의 최종 목표는 단순한 예측(prediction) 이 아닌, 수정(modification) 입니다. 즉, 인간의 행동을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데이터는 공공재인 것처럼 인식을 형성해서 무상으로 제공한(또는 제공된) 당신의 데이터가, 당신을 향한 조작 도구로 변환됩니다.

"데이터를 공짜로 주는 대가는 '서비스'가 아니라 '통제권'입니다."


여기까지가 '어떻게 수탈이 이뤄지는가'에 대한 진단입니다. 영토에서 코드로, 코드에서 행동 데이터로. 수탈의 원료는 바뀌었지만 구조는 그대로였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소버린 AI라는 해법부터 규제와 '점프'의 가능성까지,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작가의 말말말

1️⃣ 은크루마의 책은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미국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습니다. 가나 정부에 공식 항의가 들어오고, 2,500만 달러 규모의 대(對)가나 원조가 취소될 정도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은크루마가 제시한 해결책은 매우 급진적입니다. 이에 대한 갑론을박은 즐비하지만, 최소한 그가 바라본 구조는 현대에도 유효하다는 생각입니다.


참고문헌

  • Kwame Nkrumah, Neo-Colonialism: The Last Stage of Imperialism (1965)
  • Michael Kwet, "Digital colonialism: US empire and the new imperialism in the Global South," Race & Class 60(4), 2019
  • Shoshana Zuboff, "Big Other: Surveillance Capitalism and the Prospects of an Information Civilization," Journal of Information Technology 3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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