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인사

문득 좋은 구절을 나누고 싶어서

✉ 안부 인사

2023.12.08 | 조회 3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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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마흔

위태롭지만 선명한 마흔의 글쓰기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희정입니다. 

잘 지내고 계셨나요? 오랜만에 안부를 묻고 싶어서 편지를 씁니다. 날이 너무 좋아하서 일이 하기 싫었거든요. 그래도 저는 해야 하는 일을 놓고 도망치지 못하는 인간이라 끝끝내 써야 할 글을 다 써서 보내고 저를 달래려고 이 편지를 써요. 

 

매주 한 편씩 글쓰기 수업 노트를 보내고 있는데 거기 소개하고 싶은 책을 다시 읽다가 구독자님과 같이 읽고 싶은 구절이 있었어요. <박완서 마흔에 시작한 글쓰기>라는 책인데 혹시나 오해하시는 건 아니겠죠. 수업은 너무 사랑한답니다. 다만 오늘따라 일하기 싫은 건 날씨가 좋아서, 또 여행을 못 간지 오래되어 그런거 같아요. 아무래도 떠나고 싶어 병이 도진 것 같네요.

 

요즘처럼 재생산 기술이 발달한 때에도 마흔이라는 나이는 여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커리어를 어느 정도 세운 후에 결혼하여 40대 초반에 어린 자녀를 키우고 있는 어느 지인은, 일 중심으로 구성했던 자신의 정체성을 어머니가 되는 경험을 통해서 다시 구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박완서의 경우와는 반대 방향의 자기 구성이다. 나의 지도 교수도 뒤늦게 어머니가 되었다. 아이가 생기지 않았던 그는 마흔이 다 되어 10대 아이를 입양했고, 입양하고 곧 이혼을 하게 되어 싱글 워킹 맘으로 살았다. 이처럼 선택하기에 따라서 어머니가 먼저 되고 자기 일을 찾을 수도 있고, 두 가지를 동시에 시도할 수도 있고, 자기 일을 먼저 찾고 어머니가 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을 택하든 임신이 가능한 시기가 한정되어 있는 여성에게 마흔은 여전히 중요한 분기점이다.

p.156 독립 : 홀로서기

 

어제는 오랜만에 새치 염색을 하러 갔는데 (너무 저를 방치했는지  흰머리가 많이 자랐다고 만 원을 더 받으시더라고요.) 미용실에서 읽는 책이 또 그렇게 재미있잖아요?

구입한 지는 오래되었는데 이제야 꺼내 본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에 박준 시인의 시 한 부분이 나왔는데 ‘음악에 부침’이라는 제목의 시었어요. 그중에서 저는 이 한 줄이 마음에 박혀서 같이 읽고 싶었어요. 

 

아주 커다란 원을 그리다 지치고 싶다 

 

제가 받아들인 의미가 시인의 그 뜻과 같은지 모르겠지만. 저는 평생을 이런 마음으로 살고 싶어요. 

두서 없는 편지지만 문득 좋은 구절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곧 '마흔 일기’로 다시 만나요. 

😊 주말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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