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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운

2023.07.04 | 조회 5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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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마흔

위태롭지만 선명한 마흔의 글쓰기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희정입니다.

오랜만에 안부 편지를 보냅니다.

7월이 되면서 저는 두 살이 어려졌습니다. 생일이 지나지 않은 84년생이라 앞자리가 바뀌었지요. 39살의 저는 줄곧 마흔이 되는 것을 걱정하고 한 편으로 기대하면서 차례가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살았는데, 갑자기 선고 날짜가 연장된 기분이 들었답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어려진 게 좋지만은 않더라고요. 반대로 더 촘촘하게 마흔을 준비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지만요. 어찌 됐든 마흔 일기를 더 오래 쓸 수 있겠다는  다행인 일입니다.

 

어제 늦은 밤 메시지 한 통을 받았어요. 오래 소식이 끊겼던 반가운 이가 마흔 일기를 읽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지요. 끊겨버린 인연이 아니라는 생각에 안도감 같은 것이 들었습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제 또래가 이 편지를 받고 저와 비슷한 안도감을 느낄 거라 생각하면 제가 계속 편지를 써야 하는 이유가 충분할 것 같아요. 그래서 오랜만에 안부 편지를 쓰게 되었지요.

 

저번 편지에 쓴 것처럼 작은 실패를 연이어 맛보고 조금 위축되어 있었는데, 요즘 다시 자신감을 되찾고 있습니다. 최근 정재형 님의 유튜브를 구독하시 시작했는데 윤종신 님이 나와서 했던 이야기가 오래 남았어요. 지금 나이가 음악에 대해  많이 아는데 젊었을  음악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기운'인  같다고. 작은 실패를 겪을 때마다  기운이라는 단어가 계속 저를 붙잡더라고요. 지금  기운이 별로라 그런가, 그렇다면 프리랜서는  기운을 들키면  되는 직업이라 혼자 속앓이를 했지요.

 

하지만  11월에 열리는 큰 페어 참가 신청을 무사히 마치고, 앞으로 두 달간 함께 글 쓴 동료들을 모으는 과정을 통해 다시 조금씩 회복하고 있습니다. 혼자 하는 일이니 수시로 쭈구리가 되어서 인정과 응원이 필요했는데 좋은 계기가 되어주었어요. 참 다행입니다.

 

사실, 태어나 처음 투고라는 것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운이 좋아 먼저 연락을 받고, 또 제가 직접 출판했기 때문에 간택당하길 기다리는 마음으로 투고를 해 본 적이 없었어요. 글쓰기 수업에서 제가 투고 방법을 설명해 드리는 것도 투고 원고를 받는 출판사의 입장이었지 간절함을 담은 메일을 쓰는 입장은 아니었거든요.      

 

열 곳 정도의 출판사에 투고를 하면서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굳이 왜 다른 출판사에 투고를 하는지 스스로도 답을 몰랐는데, 아마도 같은 거였나 봐요. 혼자 말고, 다른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책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제 글은 계속 쌓여갈 거고 언젠가 어떤 방식으로든 엮일 거라 믿습니다. 다만, 이 투고의 과정이 또 저의 작은 실패가 되지 않게 마음을 잘 다스리고 있어요. 기운 같은  없다고. 언제든 다시 좋아질 수 있다고.  

저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하지만 요즘 같은 날씨에 가 몸 아프기도 쉽고, 마음 상하기도 쉬운 날들이라는 건 잘 알고 있답니다. 조금 축 쳐지는 날이지만 구독자님 몸과 마음 모두 아프지 마세요. 또 편지하겠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링크 걸어 놓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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