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희정입니다.
오랜만에 안부 편지를 보냅니다.
7월이 되면서 저는 두 살이 어려졌습니다. 생일이 지나지 않은 84년생이라 앞자리가 바뀌었지요. 39살의 저는 줄곧 마흔이 되는 것을 걱정하고 한 편으로 기대하면서 차례가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살았는데, 갑자기 선고 날짜가 연장된 기분이 들었답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어려진 게 좋지만은 않더라고요. 반대로 더 촘촘하게 마흔을 준비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지만요. 어찌 됐든 마흔 일기를 더 오래 쓸 수 있겠다는 건 다행인 일입니다.
어제 늦은 밤 메시지 한 통을 받았어요. 오래 소식이 끊겼던 반가운 이가 마흔 일기를 읽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지요. 끊겨버린 인연이 아니라는 생각에 안도감 같은 것이 들었습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제 또래가 이 편지를 받고 저와 비슷한 안도감을 느낄 거라 생각하면 제가 계속 편지를 써야 하는 이유가 충분할 것 같아요. 그래서 오랜만에 안부 편지를 쓰게 되었지요.
저번 편지에 쓴 것처럼 작은 실패를 연이어 맛보고 조금 위축되어 있었는데, 요즘 다시 자신감을 되찾고 있습니다. 최근 정재형 님의 유튜브를 구독하시 시작했는데 윤종신 님이 나와서 했던 이야기가 오래 남았어요. 지금 나이가 음악에 대해 더 많이 아는데 젊었을 때 음악을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이유는 '기운'인 것 같다고. 작은 실패를 겪을 때마다 그 기운이라는 단어가 계속 저를 붙잡더라고요. 지금 내 기운이 별로라 그런가, 그렇다면 프리랜서는 그 기운을 들키면 안 되는 직업이라 혼자 속앓이를 했지요.
하지만 11월에 열리는 큰 페어 참가 신청을 무사히 마치고, 앞으로 두 달간 함께 글 쓴 동료들을 모으는 과정을 통해 다시 조금씩 회복하고 있습니다. 혼자 하는 일이니 수시로 쭈구리가 되어서 인정과 응원이 필요했는데 좋은 계기가 되어주었어요. 참 다행입니다.
사실, 태어나 처음 투고라는 것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운이 좋아 먼저 연락을 받고, 또 제가 직접 출판했기 때문에 간택당하길 기다리는 마음으로 투고를 해 본 적이 없었어요. 글쓰기 수업에서 제가 투고 방법을 설명해 드리는 것도 투고 원고를 받는 출판사의 입장이었지 간절함을 담은 메일을 쓰는 입장은 아니었거든요.
열 곳 정도의 출판사에 투고를 하면서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굳이 왜 다른 출판사에 투고를 하는지 스스로도 답을 몰랐는데, 아마도 같은 거였나 봐요. 혼자 말고, 다른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책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제 글은 계속 쌓여갈 거고 언젠가 어떤 방식으로든 엮일 거라 믿습니다. 다만, 이 투고의 과정이 또 저의 작은 실패가 되지 않게 마음을 잘 다스리고 있어요. 기운 같은 건 없다고. 언제든 다시 좋아질 수 있다고.
저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하지만 요즘 같은 날씨에 가 몸 아프기도 쉽고, 마음 상하기도 쉬운 날들이라는 건 잘 알고 있답니다. 조금 축 쳐지는 날이지만 구독자님 몸과 마음 모두 아프지 마세요. 또 편지하겠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링크 걸어 놓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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