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薄明)
: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 얼마 동안 주위가 희미하게 밝은 상태.
: Aurora
- 단어를 찾은 곳
그녀가 이곳을 떠날 날이 가까워질 때, 더이상 허락되지 않을 이 집의 어둑한 고요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을 것이다. 끝나지 않을 것같던 밤이 지나가고 커튼 없는 북동쪽 창이 짙푸른 박명을 들여보낼 때, 군청색 하늘을 등진 미루나무들이 서서히 깨끗한 뼈대를 들어낼 때, 그녀가 세든 건물의 누구도 아직 집을 나서지 않은 일요일 새벽의 고요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이대로 있어달라고. 아직 내가 다 씻기지 못했다고.
Sería cuando pasaran las noches que parecían interminables y la ventana, sin cortinas del noreste dejara pasar una aurora violácea.
한강, 흰, 101쪽
- 나의 단어라면
살풍경(殺風景)하다
: 매몰차고 흥취가 없다.
: 광경이 살기를 띠고 있다.
:Desolación
- 단어를 찾은 곳
밤사이 내린 눈에 덮인 갈대숲으로 그녀가 들어선다. 하나 하나의 희고 야윈, 눈의 무게를 견디며 비스듬히 휘어진 갈대들을 일별한다. 갈대숲으로 둘러싸인 작은 늪에 야생오리 한쌍이 살고 있다. 살얼음의 표면과 아직 얼지 않은 회청색 수면이 만나는 늪 가운데서 나란히 목을 수그려 물을 마시고 있다. 그것들에게서 돌아서기 전에 그녀는 묻는다. 더 나아가고 싶은가. 그럴 가치가 있는가. 그렇지 않다, 라고 떨면서 스스로에게 답했던 때가 있었다. 이제 어떤 대답도 유보한 채 그녀는 걷는다. 살풍경함과 아름다움 사이에서 절반쯤 그어있는 그 늪가를 벗어난다.
Se aleja de la orilla de ese pantano que está a medio congelar entre la desolación y la belleza.
한강, 흰, 105쪽
- 나의 단어라면
추신
서점에서 스페인어로 적힌 <흰>을 샀습니다. 스페인어를 잘 몰라 퍼즐맞춰가듯 읽지만, 좋아하는 문장들이 다른 나라의 언어로 어떻게 전달되는지 아는 것이 즐겁습니다. 아 그리고 챗지피티가 똑똑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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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근
살풍경이다 살풍경하다 차이가 있을까요 서씨의 말로 차이를 해석해주세요
나의 단어
'이다'와 '하다'의 차이라면, 전자는 '그게 뭐야?' 라는 질문에, 후자는 '그거 어때?'라는 질문에 적절한 대답인 것 같아요. 그러니 살풍경이다 라는 말은 정말 메마르고 스산한 풍경을 보고 하는 말인 것 같아요. 바람도 회색일 것만 같은 느낌. 반면에 살풍경하다 라고 한다면 지금 내가 그 장면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도 반영되어 있는 말일 것입니다. 외로움은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 혼자 있을 수 없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따뜻하고 행복만 전해줄 것 같은 봄바람에도 베이듯 아파하거나, 태산같은 돈을 가져도 마음 한구석이 공허하고 걸리는 구석이 있어 불안한 사람이 있는 것처럼, 세상 아름다운 절경도 누군가에겐 스산하고 무서운 경치라면, 그것은 살풍경이지 않을지 몰라도 살풍경한 것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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