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큰
-하다 : 연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날 정도로 물렁하다. [북한어]
- 단어를 찾은 곳
삶은 누구에게도 특별히 호의적이지 않다, 그 사실을 알면서 걸을 때 내리는 진눈깨비. 이마를, 눈썹을, 뺨을 물큰하게 적시는 진눈깨비. 모든 것은 지나간다. 그 사실을 기억하며 걸을 때, 안간힘을 다해 움켜쥐어온 모든 게. 기어이 사라지리란 걸 알면서 걸을 때 내리는 진눈깨비. 비도 아니고 눈도 아닌 것. 얼음도 아니고 물도 아닌 것. 눈을 감아도, 떠도, 걸음을 멈춰도 더. 빨리해도 눈썹을 적시는, 물큰하게 이마를 적시는 진눈깨비.
한강, 흰, 59쪽
- 나의 단어라면
번민(煩悶)하다
: 마음이 번거롭고 답답하여 괴로워하다.≒번만하다, 번원하다
- 단어를 찾은 곳
만일 삶의 직선으로 뻗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어느 사이 그녀는 굽이진 모퉁이를 돌아간 자신을 발견할 지도 모른다. 문득 뒤돌아 본다 해도 그동안 자신이 겪은 어떤 것도 한 눈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 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지도 모른다. 그 길은 눈이나 서리 대신 연하고 끈덕진 연두빛 봄풀들로 덮여 있을지도 모른다. 문득 팔락이며 날아가는 흰 나비가 그녀의 눈길을 잡아채고, 떨며 번민하는 혼 같은 그 날갯짓을 따라 그녀가 몇 걸음 더 나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제야 주변의 모든 나무들이 무엇인가에 사로잡힌 듯 되살아나고 있다는 사실을, 숨막히는 낯선 향기를 뿜고 있다는 사실을, 더 무성해지기 위해 위로, 허공으로, 밝은 쪽으로 타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지도 모른다.
한강, 흰, 107쪽
- 나의 단어라면
추신
저는 지금 낯선 나라에 와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원래 하던 고민들과는 조금 멀어지고, 새로운 고민들이 생겨납니다. 고민들도 현지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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