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짓
: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주로 생각과 실제가 같음을 확인할 때에 쓴다. =과연.
- 단어를 찾은 곳
"여자들의 감각기관이 확실히 남자들보다 발달한 것 같아요.오늘 아침에 동생이 내 팔뚝을 꽉 잡더니, 오빠, 요새 연애하지? 누구야? 나한테 소개해주지 않으면 재미없을걸? 이러는 거예요.와, 아주 족집게예요.”
"그래서 뭐랬어요?"
"족집게 도사한테 당할 수 있나요. 맞습니다, 맞아요, 하고 술술 다 불었지요. 지금쯤은 아마 엄마도 알고 있을걸요. 고것이 가만히 입 다물고 있을 리가 없어요."
나는 이 발언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하게 대처하자고 마음을 먹는다. 주위 사람을 동원해서 나는 이미 마음을 정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이런 대화의 기술도 어김없이 내가 정한 유치함의 범위에 속해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유치함이 문제가 아니다. 그는 마음을 정했을지 몰라도 나는 아직 아닌 것이다.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경솔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대꾸한다.
"여동생들은 오빠한테 늘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요? 나한테 오빠가 있었다고 해도 나 역시 매주 일요일마다 그런 말을 했을 걸요."
"예? 아, 예…”
내 말을 얼른 이해하지 못해서 잠시 곤혹해하는 나영규. 모르는 척 짐짓 바깥에 한눈을 파는 안진진. 운전에 열심인 척하면서 내가 한 말을 곰곰 따져보는 나영규. 잠시 후 어떤 해석을 내릴지 몹시 궁금하다고 생각하는 안진진. 그 사이 자동차는 구파발을 지 나고 있었다.
양귀자, 모순, 72쪽
- 나의 단어라면
촌평(寸評)
- 단어를 찾은 곳
"그렇군요. 진진씨한테는 오빠가 없군요. 걱정 마세요. 내가 오빠 하면 되잖아요? 그렇죠?"
마침내 엉뚱한 해석을 내리고 활짝 웃는 나영규. 나도 그만 그 웃음에 전염되고 말기로 작정을 한다. 그러다 문득, 운전하는 남자의 자신만만한 옆얼굴을 보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고개를 흔든다. 엉뚱한 답변이 아니었다. 아주 적절한 수비가 아닌가 말이다.
흠, 절대 만만치가 않아. 조심해야지.
5월의 화창한 어느 일요일, 나는 몸을 사리고 한 남자와 본격적으로 데이트를 하기 시작한다. 동그란 눈을 가진 남자는 운전을 하는 틈틈이 테이프박스를 뒤져서 열심히 음악을 공급했고, 스쳐 가는 풍경들에 대해 일일이 촌평을 하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양귀자, 모순, 73쪽
- 나의 단어라면
추신 1
오늘 소개한 소설의 두부분은 이어지는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자신있지만 어딘가 투박한 나영규는 김장우보다 조금은 더 보편적인 남성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점에 지루함을 느끼다가도 매력을 느끼는 안진진의 알수 없는 마음을 잘 풀어낸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추신 2
지각해서 죄송합니다. 늦게 글을 완성하며 제 글을 읽는 것이 루틴이 된 분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문득 했습니다. 지각은 여러 핑계가 있겠지만 그중 말하고 싶은 것은 '짐짓'이라는 단어입니다. 짐짓의 두가지 뜻이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첫번째 뜻은 '괜히'에, 두번째 뜻은 '과연'에 가깝다면, 모두 담아낼 수 있는 글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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