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면(相面)하다
: 서로 처음으로 만나서 인사하고 알게 되다.
- 단어를 찾은 곳
영규와 만나면 현실이 있고, 김장우와 같이 있으면 몽상이 있었다. 사랑이라는 몽상 속에는 현실을 버리고 달아나고 싶은 아련한 유혹이 담겨있다. 끝까지 달려가고 싶은 무엇, 부딪쳐 깨지더라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무엇, 그렇게 죽어버려도 좋다고 생각하는 장렬한 무엇. 그 무엇으로 나를 데려가려고 하는 힘이 사랑이라면, 선운사 도솔암 가는 길에서 나는 처음으로 사랑의 손을 잡았다.
선운사 도솔암 가는 길에서 처음으로 나, 안진진의 사랑을 상면한 이후 내 기분은 급격히 저조해졌다. 이상한 일이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었다. 나는 다만 이것이 사랑인가, 하고 사랑을 묻다가 이것이 사랑이다, 라고 스스로에게 답했을 뿐이었다.
양귀자, 모순, 195쪽
- 나의 단어라면
해찰
: 마음에 썩 내키지 아니하여 물건을 부질없이 이것저것 집적거려 해침. 또는 그런 행동
: 일에는 마음을 두지 아니하고 쓸데없이 다른 짓을 함.
- 단어를 찾은 곳
그리고 시작이었다. 나는 단 한 숟갈의 밥도 먹지 않았다. 김장우의 강권으로 회 몇 점을 먹은 것이 전부였다. 어느 즈음에선 김장우가 더는 주문을 해주지 않아 내가 직접 나서야 했다. 그때까지 나는 조금도 취하지 않았다. 손님이라곤 우리뿐이어서 밖에 나가 해찰을 하고 있는 여주인을 찾아 술을 더 주문하고 지금까지의 음식값을 모두 치르고 돌아온 기억까지 생생하니까. 그리고 또, 아무리 술을 마셔도 김장우의 빈약한 지갑 사정을 잊어버리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마음속으로 엄중히 경고했던 것도 모두 기억할 수 있었다. 이봐, 안진진. 잊어. 끊어. 제발 맹목적으로 마셔 봐, 제발..•..
양귀자, 모순, 201쪽
- 나의 단어라면
추신
복학한지 3주차, 삶은 늘 풋내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구리구리함이 있다는 사실을 느끼며, 이례적인 바쁨을 겪다 연재가 늦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같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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