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러지다
: 형체나 현상 따위가 차차 희미해지면서 없어지다. ≒슬다.
: 불기운이 약해져서 꺼지다.
- 단어를 찾은 곳
우리 집에선 그랬다. 그런 일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장미꽃을 주고받는 식의, 삶의 화려한 포즈는 우리에게는 전혀 익숙하지 않았다. 가난한 삶이란 말하자면 우리들 생활에 절박한 포즈 외엔 어떤 것도 허락하지 않는 삶이란 뜻이었다. 이모는 집에 있었다. 그러나 완벽한 외출 채비가 오 분 뒤 이모 가 대문 밖으로 나갈 것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밝혀주고 있었다. "세상에. 너한테 오늘 같은 날 이처럼 아름다운 꽃다발을 받다니. 이 꽃, 먼지가 되어 스러질 때까지, 나, 영원히 간직할 거야. 정말이다. 두고 봐라."
양귀자, 모순, 28쪽
- 나의 단어라면
무에
- 단어를 찾은 곳
아버지의 술주정이 시작되면 어머니는 전화부터 했고 우리는 곧장 대문간에 나와 서서 이모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곤 했었는데. 그때의 일들을 이모는 기억 하고 있을까?
"그러엄. 사실은 말야, 내 운전 실력이 바로 너희들 때문에 부쩍부쩍 늘었다는 것 아니니. 속도위반, 신호위반하는 것도 다 그 때 배웠단다. 너희 집 아니면 내가 무에 그리 급하게 달려갈 일이 있었겠니? 그때는 말야, 삐오삐오 하는 구급등 있잖아? 그걸 하나 살까도 생각했었는데 너희 이모부가 반대해서 못 샀지. 그걸 자동차 지붕 위에 얹고 달려보면 되게 재미있을 것 같았는데 말야."
이모는 아직도 구급등을 얹어놓고 달려보지 못한 것이 못내 섭섭하다는 표정이다. 어머니나 나에게는 수치스러운 기억이 이모 에게는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아있다는 것, 그러나 그것만이 다였을까. 그걸 모를 이모가 아니었다.
양귀자, 모순, 28쪽
- 나의 단어라면
추신
오늘 제가 소개하는 소설의 단락 중엔 제가 좋아하는 문장이 있어 기울임 표시를 해놓았습니다. 요 내용이 있는 챕터의 소개 페이지에도 있는 문장인데요, 장미꽃 정도는 살 수 있더라도, 그것을 받고 즐기는 마음은 가지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일 수 있구나 생각하였습니다. 그것을 또 보란듯이 감동하는 이모를 보며 한번 더 말입니다. 가끔 요렇게 좋아하는 문장도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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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희
쉽사리 스러지는 것들은 더 애틋하고 아린 듯 합니다 꽃 향 노을 순간
나의 단어
써주신 것들이 스러지는 본인도, 붙잡으려는 손짓도, 보내는 아쉬움도 전부 애틋한 것들인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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