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단어

너무 많은 것, 파티

#20. 내처, 낭랑(朗朗)하다

2025.05.19 | 조회 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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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처

: 어떤 일 끝에 더 나아가. ≒내처서.

: 줄곧 한결같이.

 

  • 단어를 찾은 곳

『일본어 첫걸음』을 들고 하하, 웃는 쉰둘의 어머니.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를 배운다고 진지하게 말하던 쉰둘의 이모. 겹쳐지는 두 영상을 앞에 두고 나는 처음으로 두 사람이 쌍둥이라는 것을 떠올린다. 닮았다. 그러나 전혀 닮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어디가 닮았고 어디가 닮지 않았을까••••.

"얼른 가서 자. 나는 요놈의 히라가나 마저 외워버리고 잘테니까. 참, 가는 길에 가스불 끄고. 어지간히 삶아졌겠다. 내일 아침에 진모 좀 챙겨 먹여라. 일요일이라고 내처 자지 말고, 알았니?" 어머니는 자기 할 말만 다 마친 뒤 곧장 훌훌 겉옷을 벗어던졌다. 그러자 어머니의 잠옷이 나타났다. 이모가 즐겨 입는 비단 잠옷 대신, 치수가 너무 커서 팔리지 않은 춘추 내복. 그것도 오래 입어 팔꿈치나 무릎은 늘어질 대로 늘어진 희미한 분홍 내복 차림으로 요 위에 엎드려 어머니는 일본어 회화책을 펼쳤다.

양귀자, 모순, 65쪽

  • 나의 단어라면
내처 떠있는 태양에 그는 지쳐버렸다. 해는 축복이라 생각했는데, 축복도 너무 많으면 좋지 않은 것인가 생각했다. 아니면 너무 많은 것은 축복이라 할 수 없는 것일까. 저녁을 먹고 난 뒤에도 날이 밝아 근처 공원에 앉았다.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그중 손에 닿는 것과 닿지 않는 것을 생각했다. 무엇인가 좋아하는 것을 축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해가 지쳐버렸다. 느즈막히 찾아오는 밤이 좋아 잠에 들지 못했다.

낭랑(朗朗)하다

: 소리가 맑고 또랑또랑하다.

: 빛이 매우 밝다.

 

  • 단어를 찾은 곳

”아, 진진씨. 겁니다. 안녕하셨어요?“

제한시간 오 분을 남겨놓고 전화를 걸어온 남자는 김장우가 아 니라 또 한 사람, 나영규였다. 김장우 같았으면 진진씨, 라는 호칭 대신 안진진, 하고 불렀을 것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면서 오른손으로 쥐었던 전화기를 왼손으로 바꾸어 쥐었다. 그리 고 오른손에게는 걸레를 집어 먼지가 묻은 구두코 닦는 일을 시켰 다. 그리고 나는 나영규에게 대답했다. 낭랑한 음성으로 이렇게, ”네, 영규씨!“

”지금 나오실 수 있지요? 빨리 나오세요. 날씨가 기가 막혀요.“ 과연 그랬다.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쾌청했고 나영규는 언제나 그렇듯이 튀는 물고기처럼 싱싱했다.

양귀자, 모순, 68쪽

  • 나의 단어라면
"나 곧 죽어. 나중에 부담없이 와서 꼭 밥한끼 먹고 가라고 전화했어. 너 주변에 나랑 스치기만 했던 사람들도 전부 불러도 좋아. 그날이 내가 여는 마지막 파티가 될거야. " 언제나같이 낭랑한 목소리로 그녀는 전화를 걸어왔다. 뜬금없는 전화에 반가움을 삼켜버려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내가 목이 막히는 것을 알아채곤 요즘은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며 시간을 벌어주었다. 정작 목이 막히는건 본인이면서. 잘 지낸다고 말했지만 되묻는 것이 애매하다고 생각한 탓에 또 고요가 찾아왔다. 그녀는 정말 잘됐다며, 한 달 정도 뒤에 보자고 했다. 그녀는 마치 비행기 티켓을 끊고 난 뒤에 기뻐하는 사람처럼 이야기했다. 그 낭랑한 마음을 나는 사랑할수도 동정할수도 없어 그래 그때 보자고 했다.

추신

작품이 꽤 오래된 만큼 지금의 대화에서 잘 쓰지않는 단어들이  많습니다. 반갑기도 하면서, 이렇게 쓰는 것이 맞나 어색해 하는 일이 참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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