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득불(不得不)
: 하지 아니할 수 없어. 또는 마음이 내키지 아니하나 마지못하여. ≒불가불.
- 단어를 찾은 곳
멋진 카페에서 마시는 차 한잔도 성공이었다. 약간의 흠이 있다면 이 모든 선택이 얼마나 멋들어지게 맞아떨어지고 있는가를 거듭 강조하는 나영규의 무궁한 활력이었다.
"좋지요? 이 집을 선택한 것은 경치도 경치지만 '그날 오후'라 는 찻집 이름이 짱이었어요. 먼 훗날, 진진 씨와 내가 앉아서 그날 오후, 우리가 그곳에서 차를 마셨었지, 하고 회상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들기에 안성맞춤이었거든요." 추억까지 미리 디자인하고 있는 남자, 현재를 능히 감당하고도 남음이 있어 먼 훗날의 회상 목록까지 계산하고자 하는 그의 도도한 힘이 나에게는 조금 성가셨다. 하지만 나는, 추억이란 계산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만들어진다는 등, 별로 대단할 것도 없는 일에 그렇게 머리를 쓰고 살자면 피곤하겠다는 등의 분위기 깨는 말은 결코 하지 않았다.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을 부득불 해가면서 살아갈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아껴서 좋은 것은 돈만이 아니었다. 어쩌면 돈보다 더 아껴야 할 것은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들이었다.
양귀자, 모순, 15쪽
- 나의 단어라면
불콰하다
- 단어를 찾은 곳
그날 어머니는 두 팀의 손님을 치르고 있었다. 안방에는 아버지의 회사 동료들이, 건넌방에는 아버지의 친구들이 모여 있었다. 아버지는 두 방을 들락거리며 아주 많은 술을 마셨다.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으면서도 아버지는 두 방의 손님들을 거두느라 분주한 어머니를 위해 국대접도 나르고, 안주접시도 날라주는 배려를 조금도 아끼지 않았다. 어머니는 두 방의 손님들이 다 돌아갈 때 까지도 아버지가 그렇게나 많이 취해 있었다는 것을 감쪽같이 몰랐다. 눈동자가 조금 희미했고, 안색이 불콰했다는 것 말고는 과음의 흔적이 전혀 없었으니까.
양귀자, 모순, 85쪽
- 나의 단어라면
추신
내용에 집중하여 책을 읽는 것과 어려운 단어를 찾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 정말 다르다는 것을 아시나요? 마치 너무 아름다운 클로버 군집 속에서 네잎짜리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듯한 사람처럼, 내용은 이해하지도 못한 채 단어만 주구장창 찾습니다. 기어코 찾고나면, 찾은 그놈보다 눈을 떼 멀어진 군집에 아름다움을 느끼듯, 일상적이고 쉬운 단어들로 빽빽한 주변 문단들을 새삼 다시 발견합니다. 몇번을 읽어도 낯설지 않을 글을 다시금 낯설게 읽어낼 수 있음이 신기하고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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