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몸, 나의 춤

국립현대무용단 2025 봄학기 무용학교 <Process Init_Listen to your Body> 참관 리뷰

2025.04.16 | 조회 2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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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나무

당신의 마음에 활자를 새겨넣겠습니다.

벚꽃이 만개한 4월 중순, 국립현대무용단 댄스하우스에서 열린 봄학기 무용학교 <Process Init_Listen to your Body>의 첫 수업에 다녀왔습니다! 1년 만에 무용학교 수업에 다시 참관하게 되어, 새로운 만남과 새로운 움직임에 대한 기대를 가득 안고 수업에 참여했어요.

수업 현장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이번에 참관하게 된 수업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Process Init_Listen to your Body> 수업은 2025년 봄학기 무용학교의 두 프로그램 중 하나로, 김미영 선생님께서 담당하시는 수업인데요. 김미영 선생님은 국립현대무용단 김성용 예술감독님과 함께 비정형 움직임 리서치인 ‘프로세스 인잇(Process-In-It)’을 공동개발하셨으며, 무용 동작 치료사로 활동하며 현대무용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들에게 춤을 나누는 일을 하고 계십니다.

국립현대무용단 2025 봄학기 무용학교 홍보 포스터
국립현대무용단 2025 봄학기 무용학교 홍보 포스터

 

이번 무용학교 수업은 링티제로의 음료 협찬과 함께한답니다! 댄스하우스 지하 강당에 들어서자 달달한 음료로 목을 축이며 몸을 풀고 있는 수강생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국립현대무용단 2025 봄학기 무용학교 <Process Init_Listen to your Body> (c)길민희
국립현대무용단 2025 봄학기 무용학교 <Process Init_Listen to your Body> (c)길민희

 

그럼, ‘몸의 소리를 들어보아요’를 주제로 진행된 1회차 수업 현장으로 함께 가보실까요?


하나, 나를 말하기

 

긴장이 감도는 댄스하우스 강당 안, 김미영 선생님의 힘찬 소개와 함께 첫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한 명씩 돌아가면서 각자 하는 일과 수강 동기를 소개하며 서로의 얼굴과 목소리를 익혔어요. 치열한 수강신청에 여러 차례 도전하신 끝에 마침내 이 자리에 오게 되어 영광이라는 소감을 나눠주신 분도 계셨고, <인잇: 보이지 않는 것> 관객과의 리뷰 시간에 무용학교 수업을 통해 ‘프로세스 인잇’을 직접 배워볼 수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수강하신 분도 계셔서 반가웠답니다.

특히, 김미영 선생님의 무용학교 수업을 이미 수강해보신 분들이 꽤 많이 계셔서 무척 놀랐는데요. 그중 한 분은 제가 작년 춤사이 활동으로 봄학기 무용학교 수업에 참관했을 당시 함께 수업을 들었던 분이라 더 깊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어요. 말씀을 나눠보니 비전공자로서 국립단체에서 현대무용을 배우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기회일 뿐 아니라, 작년 무용학교 수강 이후로 평상시에 몸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던 것이 재수강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셨다고 해요. 특정한 동작이 아닌 자신의 몸을 다루는 느낌을 배우는 수업이기에 새로운 무언가를 배워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 고민 없이 수강을 결정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덩달아 마음이 벅차올랐습니다.

이처럼 정말 다양한 배경과 수강 동기를 가지신 분들과 함께하게 되어, 앞으로 이어질 수업이 더욱 기대되었어요.

국립현대무용단 2025 봄학기 무용학교 <Process Init_Listen to your Body> (c)길민희
국립현대무용단 2025 봄학기 무용학교 <Process Init_Listen to your Body> (c)길민희

 

둘, 공간 탐색하기

 

첫 만남의 자리에서는 늘 자기소개가 끝나면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정적이 이어지곤 하지요. 그런데 무용학교의 첫 만남은 특별합니다. 둥글게 앉아 한 명씩 돌아가면서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몸을 움직이며 공간을 탐색하기 때문인데요.

제자리에 앉아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이 끝나자마자, 수강생들은 몸으로 공간을 탐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각자가 원하는 동선과 빠르기로 걸어다니면서, 마주치는 모든 이들과 손뼉을 치며 인사하는 시간이었는데요. 불규칙한 손뼉 소리와 함께 해맑은 “안녕하세요!”가 공간 안에 울려 퍼졌습니다. 이렇게 웃음이 끊이지 않는 역동적인 인사를 나누면서, 만난 지 몇 분만에 급속도로 수강생들과 가까워진 것을 느꼈어요.

선생님은 이번 무용학교 수업을 통해 수강생들이 살면서 한 번도 써보지 않은 근육을 쓰면서 몸 안에 숨어 있는 움직임을 깨워내길 바란다고 말씀하셨어요.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라는 말처럼 우리 모두는 마음의 상태를 몸으로 표현해낼 수 있고, 바로 이러한 원리를 활용해 익숙한 자세와 움직임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식으로 몸을 써보는 것이 우리 수업의 목표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그 때문에 발레나 요가처럼 동작을 하나하나씩 따라하며 배우는 수업이 아닌, 내 안의 무언가를 끄집어내어 밖으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하셨어요. 이 대목에서 저는 ‘프로세스 인잇’이 현대무용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도 부담 없이 배울 수 있는 방법이자, 이미 배워본 사람도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배우게 하는 방법임을 느꼈어요. 전문 무용수뿐만 아니라 움직임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쉽게 배우고 적용할 수 있는 방법론이라는 것이 ‘프로세스 인잇’의 가장 큰 매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국립현대무용단 2025 봄학기 무용학교 <Process Init_Listen to your Body> (c)길민희
국립현대무용단 2025 봄학기 무용학교 <Process Init_Listen to your Body> (c)길민희

 

셋, 나의 움직임을 공간 전체로

 

공간 탐색을 통해 수강생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감각했다면, 이번에는 수강생들이 자신의 개성을 뽐내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둥그렇게 모여 선 채로 한 명이 음악에 맞춰 자신이 원하는 동작을 보여주면, 모두가 그 동작을 따라하는 활동이었어요. 흥이 넘치는 동작을 보여주시는 분도 계셨고, 순간의 감정을 움직임으로 표현하시는 것 같은 분도 계셨습니다. 제 몸에서 시작된 작은 움직임이 다른 이들의 몸을 거쳐 공간 전체로 퍼져나가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돌아가면서 움직임을 여러 번 반복하다보니, 누가 어떤 움직임을 하는지를 어느새 제 몸으로 기억하게 되어 신기했습니다. 한 사람을 그의 움직임으로 기억한다는 것이, 이곳 무용학교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으로 느껴졌어요!

일련의 움직임을 익힌 후에는, 공간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서로를 마주보며 동작을 반복했습니다. 다른 분들의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움직임을 시도해 보는 것도 재미있었고, 저만의 개성을 덧붙여 색다른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말이나 글이 아닌 움직임으로 상호작용하며,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공간 안에 축적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국립현대무용단 2025 봄학기 무용학교 <Process Init_Listen to your Body> (c)길민희
국립현대무용단 2025 봄학기 무용학교 <Process Init_Listen to your Body> (c)길민희

 

넷, 나의 몸과 대화하기

 

땀과 열로 한껏 달아오른 몸을 가라앉히며, 가장 편안한 자세로 바닥에 누워 휴식을 취했습니다. 첫 5분은 가만히 누워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듣는 시간이었어요.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 몸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최대한 집중했습니다. 바닥에 누워 제 심장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니, 심장박동을 따라 왼쪽 어깨와 왼쪽 가슴이 조금씩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져 제 몸이 낯설게 느껴졌어요.

이때 선생님은 각자의 몸이 어떤 모양으로 누워 있는지 예민하게 감각해 보라고 하셨어요. 머리가 바닥에 어떻게 닿아 있는지, 목은 어디부터 바닥과 떨어져 있는지, 손과 발은 어떤 자세가 가장 편안할지 등을 생각하며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습니다. 몸을 바닥에 어떤 모양으로 누르고 있는지, 그 압력이 얼마나 강한지 등을 세밀히 느껴보며 자신의 몸과 만나는 시간이었어요. 몸을 충분히 느껴본 후에는, 몸이 바닥과 닿아 있지 않은 부분을 찾아 그 부분을 바닥과 닿게 하는 움직임을 시작했습니다.

국립현대무용단 2025 봄학기 무용학교 <Process Init_Listen to your Body> (c)길민희
국립현대무용단 2025 봄학기 무용학교 <Process Init_Listen to your Body> (c)길민희


내 몸이 점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고, 내 몸의 점들을 다 찾아보세요.
몸을 바닥에 꾹 누르면서, 한 점과 다른 점을 이어보세요.

정답은 없어요. 여러분의 모든 움직임이 곧 정답입니다.

 

겨드랑이, 옆구리 등 바닥과 닿기 어려운 신체부위를 몸에 누르는 동작은 퍽 어려웠습니다. 몸의 한 점을 콕 짚어서 그 점을 바닥에 누르는 과정에서도, '이 점을 고르는 것이 맞나?' 하는 내적 갈등이 끊이지 않아 쉽지 않았고요. 그런 마음을 읽으셨는지 선생님께서는 '움직임에는 정답이 없다'는 말씀을 반복하며 자신감을 심어주셨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저는 제 몸과 대화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제 몸이 저에게 말을 걸 때까지 기다리고, 어떤 말을 하는지 들어야만 비로소 제 몸이 원하는 동작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선생님은 이런 과정을,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어디가 아픈지 설명하는 것에 빗대어 설명하셨어요. 우리는 우리 몸에 대해 아직 잘 모르기에, 몸의 어느 지점이 어떻게 불편한지, 그리고 그 불편함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천천히 알아가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몸의 작은 한 점에 집중하여, 그 부분을 움직이기 위해 몸 전체를 움직이는 과정이 저는 가장 재미있었어요. 팔과 다리를 이리저리 돌려보기도 하고, 압력을 주어 바닥에 꾹 눌러보기도 하고, 몸의 다른 부분을 이용해 더 세게 눌러보기도 하는 등, 지금껏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여러 동작을 시도하면서 움직임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해나갔습니다.

몸과의 길고 긴 대화가 끝나고, 움직임에 대한 수많은 내적 갈등을 이겨내고 아름다운 움직임을 보여준 자기 자신에게 수강생들 모두 뜨거운 박수를 보냈습니다. 다시 조명이 밝아지고, 오늘 수업의 마지막 단계를 향해 나아갔어요.

 

다섯, Pivotal Point에서 시작하기

 

‘프로세스 인잇’의 첫 번째 키워드인 'Pivotal Point'를 배우기에 앞서, '프로세스 인잇'의 시그니처인 공간을 가로지르는 연습부터 차근차근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빈 공간을 가로지를 때의 심적 부담을 이겨내보는 시간이었어요. 두 줄을 이루어 공간을 쭉 가로질러 몇 차례 걸어보고, 마지막에는 '부끄러움이라고는 모르는 별난 사람처럼' 개성 있게 걸어보기도 했습니다. 한 번 부끄럼을 극복하고 나니, 그 다음부터는 제 차례가 되었을 때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후회 없이 움직일 수 있게 되었어요.

모두가 당당하게 몸을 움직일 준비가 되자, 선생님은 '프로세스 인잇'의 기본 원리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셨어요. '프로세스 인잇'에서 '인'은 우리의 몸을 의미하는데요. 우리 각자는 다른 삶을 살아왔으므로 모두 다른 몸을 갖고 있습니다. 반면, '잇'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주어지는 키워드를 의미해요. 같은 키워드를 제공하더라도, 각자가 지닌 역사에 따라 사람마다 다른 움직임이 나올 수 있는 거예요. 이때 중요한 것은, 우리는 모두 고유한 존재이므로 우리의 움직임에는 틀림이 아닌 '다름'만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첫 번째 키워드인 'Pivotal Point'를 가지고 몸에서 나오는 움직임을 직접 수행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몸에 축이 있다고 상상하고, 정수리 중앙의 한 점인 'Pivotal Point'에 점을 콕 찍어 움직임을 시작하는 거예요. 마치 종이 위에 연필심을 콕 찍고 그림을 그리듯이 말입니다. 이때 재밌는 것은 움직임의 빠르기와 강도,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 움직임의 마무리 등 모든 요소가 나로부터 나온다는 점입니다. 매 순간 몸에게 질문을 던지고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만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국립현대무용단 2025 봄학기 무용학교 <Process Init_Listen to your Body> (c)길민희
국립현대무용단 2025 봄학기 무용학교 <Process Init_Listen to your Body> (c)길민희

'Pivotal Point'에서 시작하여 공간을 가로지르는 연습을 다섯 번 정도 반복하면서, 저뿐만 아니라 수강생들 모두 첫 시도에 비해 다양한 방식으로 몸을 쓸 수 있게 된 점이 참 신기했습니다. 저의 경우 처음에는 움직임이 끊어지지 않도록 일정한 세기와 속도를 유지하는 데만 집중하다가, 몸의 어느 한 부분에 힘이 응축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면 공기를 훅 가로지른다는 생각으로 과감한 움직임을 시도해볼 때 가장 큰 쾌감을 느꼈어요. 진행할 때마다 움직임이 다양해지는 이 과정을 혼자서가 아니라 다른 수강생들도 함께 경험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프로세스 인잇'의 과정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느낌을 받아 벅찬 기분도 들었답니다.


이렇게 1회차 수업이 마무리되고,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이 빙 둘러 앉아 첫 수업에 대한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평소에 쓰지 않는 몸의 부분을 써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의견도 있었고, 평소라면 절대 하지 못했을 '이상한' 움직임도 다 같이 하니까 마음 편히 할 수 있어 좋았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첫 수업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것을 배워서, 총 7회의 무용학교 수업을 거친 다음엔 제 몸에 대해 얼마나 잘 알게 되고 몸과의 대화에 얼마나 능숙해질지 기대가 되었어요! 작년 무용학교 참관 이후 이날이 댄스하우스에 두 번째 방문한 날이었는데, 갈 때마다 댄스하우스에서 김미영 선생님과 수강생들에게 에너지를 가득 얻는다는 것을 느끼고 올해 안에 꼭 무용학교를 정식으로 수강하겠다고 다짐했답니다.

현대무용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인 만큼, 이 글을 읽고 자신만의 움직임을 찾고 싶어지셨다면 올해 여름학기 또는 가을학기 무용학교를 수강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그럼 이것으로 지금까지 국립현대무용단 2025 봄학기 무용학교 <Process Init_Listen to your Body> 참관 리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

 

글 | 국립현대무용단 커뮤니케이터 춤・사이 2025 정유진

사진 | 길민희, 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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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글은 국립현대무용단 커뮤니케이터 2025 ‘춤・사이’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국립현대무용단 공식 블로그에 업로드된 원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원문]

https://m.blog.naver.com/kncdc3472/223833041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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