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떨림
온형근
나무의 새 순은 제 잎 모양을 모른다.
그러니 아이의 입술 내민 삐침이며 심드렁
펼쳐 내기 전에는 세필이라 그릴 게 없어
두렵고 신산하여 긋고 말고 할 여지
애초에 불러내지 않았을 봄바람에 흠뻑 젖는다.
이파리 가장자리에 결각을 낼지
잎 표면에 곡진한 주름을 깊게 낼지 흔적만 낼지
기하의 규칙일 수밖에 없음을 알면서도 한 번씩 비틀고도 싶고
아무나 달려들어 긁어댈까 봐 거친 융모를 앞뒤로 두를지까지도
애먼 데 먼산에는 별 말고는 빛나지 않았으니
처음 색깔을 청초하게 시작하여 묵직하게 덧칠할지
유화로 반짝이거나 두툼할지를
내 맘대로 못하는 게 어디 있겠냐던 실존은
애초에 잎자루 길이조차 알 수 없었으니
나무의 새순이야말로 천진난만이어서 손 닿는 것마다 잡아당기거나 입 안에 넣는다.
작가의 한 마디
나무의 떨림은 새순이 나올 때 알 수 있다. 심술을 부리는 어린아이처럼 입술을 내민다. 새순에는 보이지 않는 유전의 형상이 모두 담겨 있다. 나무의 새순이 떨고 있다는 것은 우주의 생의가 항상 흔들대며 생기를 생성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온형근, 시인::한국정원문화콘텐츠연구소)
『월간::조경헤리티지』은 한국정원문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당대의 삶에서 향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습니다. 다양한 접근 방법으로 짧은 단상과 긴 글을 포함하여 발행합니다.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설계 언어를 창발創發합니다. 진행하면서 더 나은 콘텐츠를 개발하고 생산하면서 주체적, 자주적, 독자적인 방향을 구축합니다.
"한국정원문화콘텐츠연구소는 '방달초예반발(放達超睿反撥)'의 정신을 지향합니다."
매임 없는 활달한 시선으로 전통의 경관을 응시하며, 보편적 슬기를 뛰어넘는 통찰로 그 속에 담긴 옛사람의 마음을 읽어냅니다. 나아가 고착된 현실의 언어를 거슬러, 오늘날의 현대적 언어로 우리 정원의 미학을 다시 다스리고 되살리는 평론 작업을 추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