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솔잎
온형근
진달래 지고 난 가지마다
묵은 솔잎 촘촘하게 매달렸다.
국수나무 위에는 엎어져 누웠다.
뾰족하여 밑으로 잘 꽂힐 줄 알았는데
아뿔싸,
곧장 잎자루 뭉치를 아래로 향하는 게 아니라
솔잎을 벌려서 비행시간을 바람에 맡기네
걸칠 곳은 다 걸치며 바닥이 아닌 곳에 머문다.
덜꿩나무 꽃 핀 아랫가지에 솔잎 다닥다닥
다리를 세 개나 벌리고 올라탔네
손으로 떼어보는데 제대로 꽂혀 견고하다.
묵은 솔잎 진다고 아주 다 바닥이진 않네
애쓰지 않아도 달라지거나 바뀔 게 없다고
작가의 한 마디
잔달래 졌고, 참철쭉도 거의 졌다. 꽃 진 잔가지에 묵은 솔잎 촘촘하다. 꽂힌 것은 멋지고, 미처 꽂지 못한 것은 엎어졌다. 앞자루 뭉치가 무거운데도 거꾸로 꽂히는 게 저들의 풍류이다. 바닥에 그득한 묵은 솔잎만으로 솔잎의 전모를 그려날 수는 없는 법, 이 모든 것이 바람의 비행 시간에 맡겨진 우주적 신호이다. 살면서 걸칠 곳 다 걸치는 부지런함은 그렇다.
(온형근, 시인::한국정원문화콘텐츠연구소)
『월간::조경헤리티지』은 한국정원문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당대의 삶에서 향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습니다. 다양한 접근 방법으로 짧은 단상과 긴 글을 포함하여 발행합니다.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설계 언어를 창발創發합니다. 진행하면서 더 나은 콘텐츠를 개발하고 생산하면서 주체적, 자주적, 독자적인 방향을 구축합니다.
"한국정원문화콘텐츠연구소는 '방달초예반발(放達超睿反撥)'의 정신을 지향합니다."
매임 없는 활달한 시선으로 전통의 경관을 응시하며, 보편적 슬기를 뛰어넘는 통찰로 그 속에 담긴 옛사람의 마음을 읽어냅니다. 나아가 고착된 현실의 언어를 거슬러, 오늘날의 현대적 언어로 우리 정원의 미학을 다시 다스리고 되살리는 평론 작업을 추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