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솔잎
온형근
진달래 지고 난 가지마다
묵은 솔잎 촘촘하게 매달렸다.
국수나무 위에는 엎어져 누웠다.
뾰족하여 밑으로 잘 꽂힐 줄 알았는데
아뿔싸,
곧장 잎자루 뭉치를 아래로 향하는 게 아니라
솔잎을 벌려서 비행시간을 바람에 맡기네
걸칠 곳은 다 걸치며 바닥이 아닌 곳에 머문다.
덜꿩나무 꽃 핀 아랫가지에 솔잎 다닥다닥
다리를 세 개나 벌리고 올라탔네
손으로 떼어보는데 제대로 꽂혀 견고하다.
묵은 솔잎 진다고 아주 다 바닥이진 않네
애쓰지 않아도 달라지거나 바뀔 게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