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단상]0005 - 단풍나무
0005.그늘 중에 가장 묵직한 안도감을 주는 나무
단풍나무는 잘 생겼다. 나무의 모양만 그런게 아니다. 그늘이 깊다. 두툼하고 묵직하다. 보통 여름이면 동구밖 느티나무나 팽나무 그늘에 흰 모시적삼과 부채를 들고 두런두런 살 날을 꼽아보던 동네 어른들이 어디나 있었다. 누구네 집 자식이 마을을 빛냈다며 덕담을 늘어 놓는다. 이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그러나 공원과 마을 어귀에 단풍나무 숲과 벤치가 놓여 있는 풍경은 자주 만난다. 단풍나무는 위요감이 특출나다. 단풍나무 군락이 만들어내는 숲의 그늘은 서늘하다. 할머니의 품처럼 도란도란 사람을 끌어당긴다. 단풍나무 아래 벤치에 앉는다. 그늘의 묵직함이 세상의 혼잡을 한번에 재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