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단상]0006 - 쥐똥나무
0006.거칠게 없이 자랑스러운 자태와 향기
4월 한 달을 잘 걷지 못했다. 겨우 추스려 막내와 산행 출근을 한다. 조원동 원림에서 꽃 핀 나무를 위주로 알려준다. 산에서 국수나무를 보았고, 때죽나무와 찔레꽃을 보았다. 막상 산을 내려오니 절토지 사방용으로 심은 쥐똥나무 울타리가 환하다. 쥐똥나무는 아무리 빽빽하게 심어도 다른 나무의 침입을 막지 않는다. 꽃 향기를 따라 마주한다. 길게 이어진 꽃 향기이다. 이미 벌들은 제 세상 만난 듯 앵앵댄다. 저 소리도 오랜만에 듣는다. 같은 산자락 아래인데도 활짝 핀 것, 이제 피는 것, 아직 피우지 않은 꽃망울로 서로 다른 화기를 보인다. 한꺼번에 피는 건 도리가 아니다. 들쑥날쑥이지만 하루에 몰아서 일을 마칠 수 없다. 오늘 할 만큼만 오늘 하라는 뜻이다. 오늘 필 것은 오늘 피고, 오늘 채밀할 것만 벌은 넘나든다. 지난 꽃은 수분이 되어 여물고, 아직 막 터지기 전 꽃몽오리는 단단하여 단정한 땡글거림으로 빛난다. 꽃가루받이 잘 된 몽실한 작은 알맹이에서 가을철 짙은 검정 열매가 엿보인다. 검정 열매의 어느쯤에 반짝거리는 봄꽃이 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