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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단상]0001 - 덜꿩나무
0001.꽃 피는 한 시절의 순수한 미학
덜꿩나무는 봄꽃에 지친 어느 시점에 슬그머니 한쪽 구석에서 얼굴을 내민다. 소박하다 못해 봐주지 않는 사이 피고 진다. 조원동 원림에서 가장 외지고 번화롭지 않은 구석이라 스치기에 평화로운 곳에 산다. 내가 발견한 것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게끔 주입한다. 열매가 열리면 새들에게 주목받는다. 쉽게 털린다. 수더분한 포즈로 살지만 꽃 피는 한 시절의 순수한 미학이 아리다. 도시의 길가에 이제 막 피려는 산사나무의 꽃봉우리가 잡혔다. 여전히 새잎의 반짝임이 과하지 않게 눈부시다. 평소 1시간 짜리 미음완보가 3시간의 통증 동반으로 원림을 소요한다. 오늘은 경락마사지가 떠오른 김에 과거의 기억을 헤집어 꺼낸다. 근육이 쪼개지는 느낌을 달랠 수 있으려나.
- 이천이십사년 사월 스무이렛날, 월백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