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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싹 속았수다>에서 만난 백석, 가난한 사랑의 이야기

2025.04.10 | 조회 2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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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N CH_ART와 함께하는 분들에게 나누고 싶은 여러 이야기를 콘텐츠로 제작합니다.

최근 인기를 끈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다들 보셨나요? 저는 매주 금요일만 기다리면서 울고 웃으면서 정말 재밌게 봤는데요. 매 화가 기억에 남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새로운 전개가 펼쳐지는 3막의 한 장면이 유독 기억에 남습니다. 

같은 극장에서 일하던 금명(아이유 분)이가 충섭(김선호 분)에게 만두를 가져다 주러 지하 화실로 내려간 장면, 기억하시나요?  

 

출처: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출처: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우연히 들르게 된, 빛이 희미하게 스며드는 지하 화실에서 금명이는 우연히 충섭이가 올려둔 백석 시집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책갈피가 꽂혀 있던 한 시를 펼쳐 읽죠.

바로 백석의 대표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이었어요.

 

💭 백석의 시, 충섭의 마음을 대변하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충섭은 가난한 화가입니다. 그가 금명을 바라보는 시선은, 단순한 동경이 아니라 현실에서는 닿을 수 없는 사랑을 향한 아련한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그 마음은 바로 백석의 시 속 화자와 정확히 겹쳐지죠

그가 금명을 바라보는 눈빛 속에는 현실과 거리감, 이상과 동경, 사랑의 두려움이 동시에 녹아 있습니다.

이 감정은 바로 백석의 시 속 주인공, 즉 ‘나타샤를 사랑하는 가난한 시인’의 감정과 매우 닮아 있습니다. 예술가로서의 고독, 사랑하지만 다가설 수 없는 마음. 바로 그 아련함이 시와 극을 동시에 물들입니다.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전문 소개

 

첨부 이미지

 

살짝 스쳐 지나간 시, 

한 번쯤은 제대로 읽어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전문을 함께 소개해 볼게요.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이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 것이다

≪여성 3권≫ 3호(1938. 3.)

 

 

🧡 실제 ‘나타샤’는 누구였을까?

 

이 시의 주인공 '나타샤'는 사실 실존 인물입니다. 바로 자야 김영한(1916~1999).

김영한은 열 다섯에 시집 갔지만 남편을 잃고, 기생이 되어 생계를 이어갔던 여성입니다. 문학과 음악에 대한 깊은 감수성을 지닌 그녀는 1930년대, 시인이자 교사였던 백석을 만나 모든 걸 던질 만큼 뜨거운 사랑을 나눕니다. 

그러나, 세상은 두 사람의 사랑을 인정하지 않았고, 이후 격동의 역사 속에서 백석은 월북하게 되고 자야는 남쪽에 남게 됩니다.

 

첨부 이미지

 

 

🌿 길상사, 사랑이 절이 되다

백석과 헤어진 후에도, 김영한은 평생 그를 그리워하며 살았습니다. 매년 71일 백석 생일이 오면 금식을 하며 그의 생일을 조용히 기렸다고 해요.

러던 어느 날, 김영한은 법정 스님의 책 무소유를 읽고 감동을 받아 자신이 운영하던 고급 요릿집 대원각을 시주하겠다는 결심을 합니다7,000평 대지와 40채의 건물, 당시 가치로 1,000억 원을 넘는 이 공간을 그녀는 망설임 없이 사랑의 이름으로 바쳤습니다.

 

                    "백석 선생을 사랑했던 그 마음을 절로 바칩니다."

 

법정 스님은 몇 년을 망설이다 결국 제안을 받아들이고, 1995, 그 자리에 길상사가 세워졌습니다. 그리고 김영한은 길상화라는 법명을 받았고, 1999, 조용히 세상을 떠나 길상사 뒤뜰에 뿌려졌습니다. 그녀의 공덕비에는 백석을 향한 그녀의 마음이 여전히 남아 고요히 서 있습니다.

 

출처: 길상사 
출처: 길상사 

 

📌 길상사에 가보셨나요?

 

길상사가 원래 요정이어서 절 자체는 크지 않지만, 고요하고 아늑한 분위기에 마음이 편해지는 곳이에요. 

 

출처: 길상사
출처: 길상사

 

봄이면 꽃들로, 가을이면 단풍으로 물들며 계절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공간이죠.

그리고 그곳엔, 한 사람이 평생 품었던 사랑이 조용히 머물러 있습니다.

그 사랑을 시로 남긴 사람,

그 사랑을 절로 만든 사람,

그 사랑을 지금까지 기억하는 우리.

그 모든 것이 조용히 흐르고 있는 곳이, 바로 길상사입니다. 🌸

 

서울 성북동 근처에 가실 일이 있다면 길상사에 한번 들러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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