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오랜만에 만난 친구 모임에서 친구 A가 “나 필라테스 끊었어!”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친구 B, C는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B는 “새해가 되더니 필라테스를 시작했구나?”라고 했고, C는 “잘 다니던 필라테스를 그만두었어?”라고 했다. A의 소식을 계속 접해왔더라면 이렇게 반응이 갈리지 않았을 텐데, 오랜만에 만난 모임이라 그런지 정답은 A만 알고 있었다.
나는 ‘국어학’을 오랫동안 공부한 사람이라 그런지 이런 차이가 정말 흥미롭게 느껴진다. 모든 말과 글에서처럼 “필라테스 끊었어”라는 말을 해석하는 데에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공유하는 맥락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여기서 ‘끊다’라는 같은 말을 두고도 정반대의 뜻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 재미있다.
그래서 사전에서 ‘끊다’를 찾아보았다.
'끊다'의 여러 의미 중에 세 번째로 ‘하던 일을 하지 않거나 멈추게 하다’라는 ‘STOP’의 의미가 있다. 그래서 “필라테스를 그만두었어”라는 해석은 바로 떠오른다.
그럼 “필라테스를 등록했다”는 뜻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끊다’의 뜻을 쭉 내려가다 보면 ‘옷감이나 표 따위를 사다’라는 의미도 있다. 이 의미를 적용하면 ‘필라테스 이용권을 발급받다’, ‘필라테스 회원권을 발급받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필라테스에 등록하다’와 비슷한 의미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유래로는, 종이 승차권을 쓸 때 표를 산 승객에게 종이 표를 잘라주던 행위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처럼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우리말이 오랜 시간 동안 사용되어 온 맥락을 고려해 보면, 이런 현상을 해석해 보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사전에서 정확한 뜻을 찾아보는 것도 중요한데, 때때로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들이 문맥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 이 글을 보는 N CHA_ART 여러분 중에도 ‘운동을 끊어야 되는데…'라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요. 과연 여러분들은 운동을 시작하시겠다는 건지, 아니면 과한 운동을 줄이겠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여러분의 건강을 위한 선택이기를 바라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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