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장마에 어떻게 대처하고 계시나요.
저는 최근 부쩍 몸이 자꾸 축축 늘어지고 감정 컨트롤도 어려워 애를 먹었습니다. 짜증도 많아지고 우울감도 길어지고요. 그런데 실제로 ‘장마 우울증’이 있다고 해요. 장마 우울증은 일조량이 적고, 습한 날씨가 오래 이어지면서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끼쳐 일어난다고 합니다. 일조량이 줄어들면 수면과 관련된 멜라토닌의 분비량은 늘고, 행복감과 관련된 세로토닌의 분비량은 줄어들면서 우울감을 유발한다는 건데요. 저의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의 원인을 찾으니 그나마 한결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해를 보기가 너무나도 힘든 요즘,
오늘은 <지구에서 한아뿐>에서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믿고 사랑하는 인물과
정세랑 작가님의 상상력이 가미된 광활한 우주,
그리고 다소 재기 발랄한 결말까지 이야기해 볼 예정입니다.
사랑이 넘치는 대사들로
여러분께 행복이 가닿기를 바라며 독서레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일곱번째 독서는 정세랑 작가님의
'지구에서 한아뿐' 입니다.
구독자님도 같이 생각하고 이야기해 보아요 😉
우주의 수많은 행성들 🌌
우주의 고래형 지능체들이 개발한 고래어 번역기부터
끝없이 자기 분열하는 행성
지구를 본떠 만든 행성
놀라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재능이 있지만 귀찮음에 능력을 허비하고 있는 ‘광합성人’들이 사는 행성
그리고 멸망하는 행성까지
‘경민’은 한아에게 우주에 있는 수많은 다른 행성들을 소개해 줍니다. 그중 유독 ‘광막’함을 견디지 못해 멸망하는 행성에서 나오지 않고 함께 사라지는 우주인들에 대한 묘사가 기억에 남는데요.
한아의 말처럼 우리 모두는 우주에 점점이 존재하고, 그들처럼 가끔은 우리 안에 녹아든 광막함의 일부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아득함과 지독한 공허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매일을 뼈져리게는 아니지만요.
최근 친구들에게 너무 많이 하고 다닌 말이 있는데요.
(친구들이 조금 질려할 정도로 말입니다.)
“나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 였습니다.
이건 죽겠다는 말도 아니고 살고 싶지 않다는 말도 아닙니다. 그냥 정말 단순히 내가 내일 죽는다 해도 "아..! 나는 아직 할 일이 남아있는데!!" 라는 소회가 들지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였어요.
(제 주변엔 130살까지 살아남겠다는 분도 계시는데 말이죠)
제 주변 직장인들은 조금 더 나은 환경의 회사 더 좋은 직무를 원동력으로 살아가기도 하지만 어쩐지 더 나은 곳으로 가더라도 이제는 전부 비슷하게 여생을 살아갈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즐거움과 기쁨이 생길 거라는 기대가 사라진 걸지도 모르겠어요.
우울하고 슬픈 이야기를 적고 싶은 건 절대로 아니에요. 단순히 좋은 성적. 좋은 학교. 도움이 되는 대외활동. 남들이 보기에 좋은 회사를 의미없이 쫓기만 하다 그 이후를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게 단순히 저만의 문제는 아니겠죠?
독특하고 특별한 인생을 사는 사람은 정말 많지 않잖아요.
우리 모두 비슷한 형태의 길을 걷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경민이 소개한 광막한 행성과 한아의 해석은 이상하게도 위로로 다가 옵니다.
자신은 아폴로의 부속 위성이라고 🪐
-'주영'과 '아폴로'의 이야기
<지구에서 한아뿐>에는 또 다른 커플(?)이 등장합니다. 인간 '경민'처럼 지구에서 외계로 여행을 간 슈퍼스타 ‘아폴로’ 와 그의 팬 ‘주영’이 그 주인공인데요.
주인공인 ‘경민’과 ‘한아’의 사랑과는 조금 다른 결이지만 가장 순수한 형태의 사랑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둘의 사랑은 제법 비슷하다고 느껴집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100%의 달하는 사랑과 내면의 단단함이 이상한 안정감과 안온함을 주었는데요.
'주영'은 콘서트에 꼭 와 달라고 약속을 받고는 캐나다로 날아가 실종된 가수 '아폴로'를 혼자 찾아 나섭니다.
‘주영’은 흔히 사람들이 ‘빠순이’라 비하하는 아폴로의 열렬한 팬입니다.
저도 고등학교 때 정말 열과 성을 다해 아이돌을 좋아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이젠 누군가를 좋아하더라도 그때와 같은 열정과 힘으로는 좋아하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연예인뿐 아니라 무엇이든 '열렬히' 사랑하는 행위에는 많은 힘이 필요하잖아요.
그 체력과 열정, 그리고 확신이 부러웠달까요.
‘주영’은 지구로 온 외계인 ‘경민’에게 아폴로가 주영을 우주로 초대했다고 전달합니다.
주영이 우주의 갈 수 있는 조건은 단 하나입니다. ‘망설임이 없을 것’, 그리고 주영은 100%의 확신으로 ‘아폴로’를 따라 우주로 떠납니다.
사실 타인이든 나 자신이든 그의 밑바닥까지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는 건 어렵습니다. 실망은 꽤나 쉽게 찾아오고요. 무엇을 사랑하는 일에는 나 스스로의 '단단함'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육체적, 정신적 측면 등 모든 방면에서 말이죠.
그런데도 한 치의 의심과 오차도 없이 아폴로를 따라 우주로 가겠다고 단언하는 ‘주영’이 대단하지 않나요.
다시, 다시, 다시 태어나줘 🤞
(📌 지금부터는 결말에 대한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만년의 수명을 가진 경민은 아무래도 한아와 영원을 함께하기는 어렵습니다.
에필로그에는 한아가 임종을 맞이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요.
긴 수명을 가진 다른 종족과 인간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가 대개 그렇듯, 이들 역시 영원을 함께하지는 못하는가 보다 싶더니 경민은 한아가 경악할 만한 말들을 귀에 속삭입니다.
이제는 '경민'이 살아가던 우주에서 어쩌면 평생을 함께하게 된 한아와 경민의 모습입니다.
얼마나 유쾌하고 귀여운 임종 장면이던지 마지막까지 재기발랄한 작가님과 닮아 있어 미소 지으며 책을 덮었습니다.
다음 뉴스레터는 윤고은 작가님의 <밤의 여행자들>로 돌아오겠습니다 : )
<지구에서 한아뿐>과 함께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 알림 📫
아래 댓글에 오늘 같이 이야기한 질문들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시면
다음 뉴스레터에 소개해 드립니다.
여러분의 시시콜콜하지만 소중한 감상들 많이 남겨주세요 : )
2주 후 <밤의 여행자들> 1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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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스
이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뉴스레터를 읽으며 미련도 후회도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아폴로를 선택했을??!! 주영이그려집니다. 단단해서 안정된 열정이 부럽다는 생각이 쓱 올라오는 건... 이래저래 망설이며 고민하며 눈치보며 적당히 선택한 아니 선택된 것들에 이끌려 가는 삶들 중, 하나로 미지근해서 안정적이라고 느껴지는 내 삶을 마주하게 되어서입니다. 우물쭈물 휩쓸리다가 길지않은 인생을 정말 다보낼까 덜컥합니다. 주영이 우주로 갈 수 있는 단 하나의 조건처럼 망설임이 없어야 조금이라도 하고싶은 것을 할 수 있겠죠??!!^^
너울거리는 문화인
우리 모두 단단해져서 주영과 같은 확신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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