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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 7-1. 지구에서 한아뿐

chap 7-1. 2만 광년을, 너와 있기 위해 왔어!

2022.06.28 | 조회 9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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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울거리는 문화인

책, 음악, 영화 이야기를 나누는 너울거리는 문화인입니다.

안녕하세요, 약 한 달여 만에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저번 화에서 적었다시피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여유가 많이 없었어요.

여전히 완벽히 안정된 상태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열심히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 )

오늘 고른 책도 그 일환으로,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정세랑 작가님의 소설을 한 장면, 한 문장씩 만끽하며 읽었습니다.

이렇게 오랜만에 뉴스레터를 작성하게 된 것도 작지만 이 글을 읽고 계실 분들께 꼭 이 책을 추천해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읽는 내내 절로 미소가 지어지던 소설이었어요.

혼자 생각한 것들을 풀어 내려다보니 기존의 뉴스레터 형식과는 차이가 있어야 할 것 같았지만 별다른 틀을 만들지는 않았어요. 혼잣말하듯 제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와 기억에 남았던 장면, 대사들을 끄적여보려고 합니다.

여러분께도 제가 느낀 행복이 가닿기를 바라며

저의 첫 홀로 독서레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일곱번째 독서는 정세랑 작가님의 

'지구에서 한아뿐' 입니다.

구독자님도 같이 생각하고 이야기해 보아요 😉

📌간단 줄거리

2만 광년을, 너와 있기 위해 왔어!

외계인 경민과 지구인 한아의 아주 희귀한 종류의 사랑 이야기.
주인공 '한아'는 저탄소생활을 몸소 실천하는 의류 리폼 디자이너다. '환생'이라는 작은 옷 수선집을 운영하며 누군가의 이야기와 시간이 담긴 옷에 작은 새로움을 더해주곤 하는 한아에게는 만난 지 11년 된 남자친구 경민이 있다. 
민은 혼자 유성우를 보러 캐나다로 훌쩍 떠나버린다. 자신의 사정을 고려해주지 않는 경민이 늘 서운했지만 체념이라고 부르는 애정도 있는 것이라 생각하던 때, 캐나다에 운석이 떨어져 소동이 벌어지고, 경민은 무사히 돌아왔지만 어딘지 미묘하게 낯설어졌다. 팔에 있던 커다란 흉터가 사라졌는가 하면 그렇게나 싫어하던 가지무침도 맛있게 먹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아를 늘 기다리게 했던 그였는데 이제는 매순간 한아에게 집중하며 조금 더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을 준다. 달라진 경민의 모습과 수상한 행동이 의심스러운 한아는 무언가가 잘못되어간다고 혼란스러워 한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 사랑해요 작가님

-나는 어쩌다 이 책을 사랑하게 되었나

저는 <보건교사 안은영>을 시작으로 정세랑 작가님의 팬이 되었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를 좀 더 재밌게 보기 위해 읽게 된 책이었고, 그때도 별다른 기대 없이 동네 교보문고 쇼파에 앉아 '책을 사지 않고 모조리 읽고 돌아 가겠다'는 일념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가성비 괴물 등장)

그러다 별안간 눈물까지 흘려버렸어요. (ㅎ..ㅜ)

그렇게 정세랑 작가님의 팬이 되어 버린 저는 그 이후로 <시선으로부터>, <옥상에서 만나요> <이만큼 가까이> 등의 책을 구입해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 <지구에서 한아뿐>이 네 번째로 읽게 된 작가님의 책이에요.

이 책을 읽게 된 건 회사 필수 이수 교육 시간이었어요. 8시간 내내 멍하니 앉아OA 교육을 들어야 했었는데 지루함을 참지 못한 제가 회사 전자책 도서관에 들어가 책을 고르게 되고 만 거죠. 

우선 저는 사랑을 주제로 하는 소설에 대한 반감이 있습니다. 어쩐지 매우 오글거리는 감성이 담겨 있을 것 같달까요.. 그래서 읽어본 로맨스라고는 어렸을 때 읽은 인터넷 소설이 전부였어요. (너무 편협한 경험 탓이라는 생각이 갑자기 드네요?)

하지만 왜인지 작가님이 쓰시는 사랑 이야기는 분명히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의 맹목적이고 무한한 신뢰는 적중했습니다. 책을 읽어내려가는 내내 교육 시간에 땡땡이를 치고 있다는 것도 잊고 입가에 넘치는 미소와 감동의 눈빛을 감추지 못했거든요. (가끔은 소리도 지르고 싶었는데 그건 참아냈습니다.)

각설하고, 지금부터는 읽는 내내 모든 내용에 하이라이트를 긋고 싶었지만 자중하여서 고른 문장들과 서사를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 흔하디 흔한 사랑 이야기의 시작과는 다른

- '한아'와 '경민'의 시작

위 대사는 '외계인'인 경민이 프로포즈를 다짐하고 '한아'와 함께 산 위에 올라간 후 별안간 운석이 떨어질 때 한 말인데요.

아 정말 말도 안 되는 문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만 광년이라니..

이렇게까지뻔한장면에이토록아름답고어처구니없이귀엽고로맨틱한대사라니!!!

캐나다에서 돌아온 ‘경민’의 정체가 외계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사랑 이야기'라는 것 말고는 책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이 맞닥뜨린 장면이어서 그 파급력이 더 셌달까요.

어처구니 없이 아름다운 대사 이후, 위협을 느끼고 전기충격기를 들이미는 ‘한아’에게 '나는 전도율이 높아서 네가 위험하다'며 한아를 말리는 장면이 이어지는 데에선 작가님의 섬세한 연출(?)에 입을 막고 울어야 했습니다. 

‘경민’의 신체 구조를 묘사한 장면에서도 작가님의 무궁한 상상력과 디테일이 돋보여 저를 혼미하게 만들었어요.

한아의 눈앞에 대고 턱을 떨어뜨렸다. 턱이 끝없이 떨어졌다 ··· 경민의 몸속에서 약간의 수증기와 함께 은은한 초록빛이 흘러나왔다.

“너 생물이긴 한 거니?”

“40퍼센트 정도는 광물이야.”

미묘하게도 한아가 느낀 건 ··· 아름다움이었다. 아름다운 구조물이었다.

'경민'은 '한아'에게 본인이 어떻게 한아에게로 오게 되었는지, 왜 우주의 그 많은 생명체 중 특별히 지구에 있는 ‘한아’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오목조목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 3천년동안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별의 시민들에게만 주어져. 우주에 폭력이 전염되지 않도록”

경민이 한아를 사랑한 이유는 ‘파괴적인 종족으로 태어났지만, 그 본능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라며 경민도 이를 닮게 되었다고 말하죠

“고체로 된 안쪽이 우리 행성에는 존재하지 않는 액체가 되어 가는 것 같았어.”

“죽으면 기화해 버려. 그런데도 액체 상태인 마음을 알았으니, 나 역시 어느 순간 내가 속한 곳을 닮지 않게 된 거지”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하세요.

'경민'의 별에서 ‘망원경’은 특산품이고 그 기술의 발달로 다른 별들을 모조리 구경할 수 있습니다. '경민'은 이 망원경이 각자의 몸의 일부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본체가 꿈을 꿀 땐 스스로 움직인다고 설명합니다. 대개는 산발적이지만 경민의 망원경은 지구의 비슷한 지점을 맴돌았고 그곳에는 ‘한아’가 있었다고 말하며 “나보다 내 망원경이 더 먼저 널 사랑한 거야"라고 고백하죠.

사실 두 주인공이 모두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그다지 설레지 않는 다소 식상한 대사들과 장면들일 수 있습니다. 남자 주인공이 무릎을 꿇고 반지를 내밀며 나는 너만 보이고 너만 생각해라는 맥락의 클리셰적인 고백을 하는 장면들이니까요.

하지만 작가님의 상상력이 칠해진 인물들에게서 나오는 뻔하디뻔한 행동, 대사들은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세밀한 묘사와 설명들은 인물들의 비현실적인 상황을 뒷받침해주고 우리를 세랑 유니버스로 빠져들게 하죠.

결국 그 안의 경민한아의 사랑은 유독 특별하고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 아무도 내가 사라진지 모른다면

- 사라진 '원래의 경민'

이쯤 되면 사라진 인간 경민을 정체불명 외계인이 대체했음에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은 조금 수상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가 결국 원래의 '경민'이 미련 없이 지구를 떠나 우주여행을 선택하게 된 이유였습니다.

한아는 본인을 지구에 두고 떠난 경민에 못내 서운함을 느끼기는 하지만 차차 경민을 이해하고 그의 ‘멋진 항해’를 응원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경민의 가족들도, 대단한 우정을 과시하던 친구들도 
경민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한아는 그 부분에서 솔직히 섬뜩함마저 느꼈다”

한아가 경민의 선택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저도 그의 선택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어른이 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소중한 가족과 친구들, 사람들이 곁에 있지만 결국엔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적응하게 되었고, 저의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은 늘어가지만 진정한 ‘나’를 아는 사람은 줄어간다는 걸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과 끊임없이 접촉하고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에 ‘관계’에 대한 회의와 생각도 많아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누군가를 온전히 진심으로 대한다기 보단 필요에 의해 알고리즘처럼 대하게 된다는 기분이 들 때도 빈번했죠.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관계 속에 지겨움과 회의를 느낄 거라 생각해요. '경민’도 예외는 아니었을 겁니다. 그를 사랑하는 애인이 있었고 친구가 있었지만 그가 경민의 족쇄가 되지는 못한 이유도 그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경민처럼 우주 여행권이 주어진다면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할 것 같나요?

저는 홀연히 떠나지는 못할 것 같아요. 이 지구에 미련이 많아서라기보단 우주로 간다는 게 조금 두렵달까요. 익숙하지 않은 곳을 힘들어해서인지 우주에 또 적응하고 싶지가 않아요ㅎㅎ... 다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르는데 엄한 곳에서 임종을 맞이하기는 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로맨틱하지 못한 대답일까요)


 

다음 뉴스레터에는 경민이 이야기해주는 우주와

이 책의 또 다른 커플(?) '아폴로'와 '주영'의 이야기로 이어가 보겠습니다.

📌 알림 📫

아래 댓글에 오늘 같이 이야기한 질문들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시면

다음 뉴스레터에 소개해 드립니다.

여러분의 시시콜콜하지만 소중한 감상들 많이 남겨주세요 : )

2주 후 <지구에서 한아뿐> 2편로 돌아오겠습니다.

 

문화인의 삶을 끄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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