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이브닝, 나의 친구 구독자!
내 얘기를 들어줘서 고마워요.
사실 오늘은 몸도 마음도 좋지 않아서 편지를 쓰지 않을 작정이었는데,
그랬다가는 자기 전에 후회할 것 같아서 결국 책상에 앉았어.
🎧 같이 듣자!
신설희 - Eternal Tunnel
혹시 끝없이 캄캄한 터널을 걷고 있다고 느낀다면,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하는 것만으로도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어.
💬 오늘의 생각 '쑤필(SSOO feel)'
재작년 즈음 알게 된건데,
내가 '무한'한 것에 대한 공포가 있더라고.
심해 공포증은 세부의 아름다운 바다에서 스노쿨링 중 깨달았고
우주 공포증때문에 '그래비티'나 '인터스텔라'는 못보겠어.
(지난 달에서야 겨우 처음으로 인터스텔라를 봤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끝도 함께 존재 해야 안심이 되는 느낌이랄까.
한없이 좋기만 한 것도, 한없이 나쁘기만 한 것도 없는 것 같아서.
그런데 가끔 끝없는 터널에 갇힌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어.
인생은 분명 끝이 있고, 한 번 뿐이라는 사실을 너무 잘 알면서도
당장 내가 지금 겪는 슬픔이나 고통이 영원할 것만 같은 기분.
그럴 때 우리는 쉽게 타인을 탓하거나 상황을 탓하곤 하는 것 같아.
나도 마찬가지야. 오늘 반나절 내내 지나간 시간을 탓하고 남을 탓하면서
불만을 내 안에 꽉꽉 채워 미간에 주름을 늘려댔어.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고, 글도 쓰고 싶지 않고.
내가 갇힌 터널에 출구가 있긴 한건지도 모르겠고.
터널의 출구가 있다면 보여야 할 환한 빛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았거든.
그런데 터널에 가만히 앉아서
나를 터널에 밀어넣은 사람을 탓하고,
이렇게나 긴 터널이 지어진 것을 탓하고만 있다고 해서
결국 내가 이 지긋지긋한 터널을 어떻게 벗어나겠나 싶어.
냉정하게 생각해보니 깨닫고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됐어.
내가 터널의 끝을 향해 충분히 안 걸어봤다는 걸.
한참동안 터널 안에 들어앉아서 허공에 '탓화살'만 쏘아대다가
결국 일어서서 내 발로 걸어야지 뭐 별 수 있겠나 생각했어.
끝이 있건 없건 걸어서 갈 수 있는데까진 가봐야 될 거 아니야?
이럴 때 믿을 건 나 자신 밖에 없지 뭐.
글을 쓰다보니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이 되는 점을 찾았어.
터널에선 앞이건 뒤건 한 방향으로 계속 걷다보면 끝이 있겠구나 하는 것.
(우주보단 낫다)
📚 책읽감 (책 읽고 감상하기)
감정은 어떤 형태건 어떤 깊이건 다 옳은 거래.
내가 느끼는 감정을 부정하거나 애써 외면하려고 하지 말되,
진짜 나를 받아들이고 다시 현실 감각을 되찾으면 되는 거래.
📝 추신
1. 아마 어제 그제 맛있게 먹은 굴이 나를 괴롭히는 것 같아 (너무나 TMI)
2. 댓글은 어떤 내용이든, 짧든 길든 언제나 환영이야.
댓글보다 메일 답장을 선호한다면 ssoo9108@gmail.com 으로 부탁해!
나는 구독자 생각도 항상 궁금하거든.
설 연휴 보내고 이틀만에 다시 주말이라서 더 좋다.
나는 터널을 벗어나기 위해
월요일부터 열심히 걸어볼 거야.
일단 주말동안 몸을 좀 회복해야겠어.
다들 항상 코로나 조심하고 즐거운 주말 보내!
2022년 2월 4일 금요일
구독자의 친구 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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