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쑤레터ep.51] 남은 시간이 눈이 보이기 시작할 때

손에 쥔 것이라 해도 아낌 없는 애정을 주세요.

2022.04.13 | 조회 2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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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쑤레터 NewSsooLetter

매주 화,목 친구들을 위해 다정한 편지를 부쳐요.

안녕, 나의 친구 구독자!

 

금세 펴고 금세 지는 것들에게 쏟는 애정만큼<br>항상 곁에 있는 것에게도 애정을 쏟으며 살아요, 우리.
금세 펴고 금세 지는 것들에게 쏟는 애정만큼
항상 곁에 있는 것에게도 애정을 쏟으며 살아요, 우리.

 


 

같이 들어요

박소은 - 고강동

나는 아주아주 돈을 많이 벌어서
고강동을 통째로 다 사버릴 거야

할아버지 할머니가 거기 살거든
서울 의원도 마트도 당신들 거예요.

나는 아주아주 많이 유명해져서
엄마한테 백화점을 줘버릴 거야

엄마한테 집을 한 채 줄 거야
거기 안에 백화점을 둘 거야

고강동에 영원을 넣을 거야
아무도 사라지지 않을 거야

박소은의 목소리를 정말 좋아하는데요, 가족에 대한 그녀의 사랑이 재치있게 담긴 노래입니다.

요즘은 괜히 부모님께 어리광을 부리게 됩니다. 다 큰 딸녀석이 부리는 어리광이 징그러울 법도 한데, 오히려 은근히 좋아하신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할 수 있다면 가족과의 추억이 담긴 모든 것을 몽땅 사들여 영원을 부여하고 싶은 마음, 아무도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어쩐지 이 곡 또한 오늘 편지를 쓰는 나의 마음과 비슷한 마음으로 쓰여진 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소은의 노래는 이 곡 말고도 정말 좋아하는 곡들이 많아서 앞으로도 자주 골라오게 될 지 모르겠어요. 그만큼 한 곡도 빼놓지 않고 모두모두 좋으니까요, 꼭 찾아서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오늘의 쑤필

 

올해 들어 유독 부모님과 대화를 많이 하게 됩니다. 대화의 주제나 깊이도 꽤나 다양하고 깊습니다. 사실 지금껏 이토록 깊은 이야기는 주로 친구들과 나누어 왔던 것 같습니다. 매일 보고 매일 함께 있는 부모님과 이런 대화가 가능할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이전에는 왜 미처 몰랐을까요?

올해 초, 동생이 독립을 하게 되면서부터 유독 가족 간의 사이가 더욱 가까워지게 되었습니다. 그런 우스갯 소리가 있잖아요, 가족은 떨어져 살아야 사이가 좋아지고 더 애틋해진다고요. 정말 그렇긴 하더라고요.

그간 어떠한 문제가 있어서 대화 없이 살았다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이유로는 그저 막연히 앞으로도 시간이, 기회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던 탓입니다.

어릴 땐 듬직하기만 하던 부모님께서 이제는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일들이 부쩍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병원에 가실 일도 많아지고요. 어릴 때는 그렇게도 커보이던 부모님이 심지어 이제는 물가에 내놓은 아기처럼 걱정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한창 모두가 건강하고 바쁠 때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일입니다. 나에게는 아직 한참 뒤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입니다. 사실, 생각하고 싶지 않아 애써 피해왔다고 얘기하는 편이 맞겠지요. 지금도 여기에 차마 적을 수 없는 미래의 일들 말입니다. 내 인생의 남은 시간 자체가 아까운 것보다도, 얼마 남지 않았을 가족과의 일상적인 지금의 시간이 계속해서 흐른다는 사실이 아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함께 식사를 하는 일마저도 참으로 적었습니다. 가족과의 시간, 가족과의 대화보다 친구들과의 시간, 친구들과의 대화가 더 즐겁던, 그저 마냥 새파랗던 시절에 말입니다. 그러면서도 내가 뒤로 물러서서 생긴 마음의 거리가 아닌, 모두가 동시에 뒤로 물러선 마음들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서로를 생각한 배려였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가족이란 것이 그렇잖아요, 가끔은 남보다 더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하니까요. 몸은 한 집에 있었어도, 마음은 꽉 잠긴 각자의 방 속에 들어앉아 있었습니다. 그땐 뭐가 그리 마음이 바빴던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동시에 뒤로 물러서 있던 것이 아니었더라고요. 그저 내 마음이 더 넓은 울타리 밖에 있었던 것이고, 나는 한참을 모험하고 이제서야 울타리 안으로 마음의 발을 들인 것이었습니다. 부모님은 아마 내가 자유롭게 울타리 밖을 즐기는 모습을 늘 지켜보고 계셨을 겁니다. 분명 걱정이 될 때도, 울타리 안으로 들이고 싶을 때도 있으셨겠지만, 닥달하지 않고 지켜봐주셨습니다. 그리고 이제서야 울타리에 다시 마음을 들인 나를 꾸짖기는커녕 몹시 반기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왠지 모르게 한정된 것들에게는 쉽게도 마음을 베풀게 됩니다. '한정판'이 붙은 신상품, 짧은 봄, 며칠이면 져 버리는 벚꽃에게는 온 마음을 뺏겨버리는 것처럼요. 그런 것들은 가지거나 누리지 못하면 심지어 분하기까지 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매번 끝이 가까이 코 앞까지 다가와 눈에 보이고 나서야 아쉬운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정판'에는 그리도 눈이 번쩍 뜨이면서, 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의 '한정됨'을 조금 더 빨리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나는 요즘 이 마음을 수시로 떠올리려 노력합니다. 그것은 마치 어떤 주술처럼 내 마음에 번쩍 번쩍 불을 켜 줍니다. 집안일은 모른 척 미뤄두고 한없이 늘어져 있고 싶던 게으름도, 생각 없이 내뱉을 뻔한 신경질 섞인 말도 열 번 중 일곱 번 정도는 꿀꺽 삼키게 해 줍니다.

올해는 더 부지런히 움직여 벚꽃을 맞았습니다. 한 번은 엄마와, 한 번은 아빠와, 한 번은 멀리 떨어져 있는 동생과 화면으로나마, 그리고 한 번은 혼자서요.

왠지 올해 벚꽃은 더욱 아쉽게 느껴집니다. 가족과 함께 벚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이제는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게되어서일까요, 아니면 가족과 함께 벚꽃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이만큼 또 줄었다는 것이 벌써 아쉬워서일까요.

나는 바보같이 이제야 나에게 남은 시간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입니다.

 

 


📝 추신

1. 영원할 줄 알았던 것들이 알고 보면 얼마나 소중한 건지, 우리는 그동안 미처 모르고 흘려 보내왔을지 몰라요.

2. 곧 온 가족이 제주도 여행을 가게 됐어요. 제주도는 많이 가봤지만 다 함께 가는 것은 처음이에요. 이 또한 항상 언젠가를 기약해오던 일이었는데, 이런 일은 시간을 아끼는 것이 시간을 낭비하는 거더라고요. 기회가 있을 때 가기로 했어요.


 

오늘 수진의 편지를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을
익명으로 전하고 싶다면?

수진에게 한 마디

 

벚꽃이 져 버릴 것 같은 날씨가 되어서인지
하루종일 왠지 모르게 마음이 초조했어요.

그러다, 문득 손에 쥐고 있는 것들에게도
그런 애정을 갖고 싶어집니다.

내 삶의 소중한 모든 것들을
벚꽃처럼 여길 줄 아는 마음을 가지고 싶어요.

주중에 가장 힘든 요일이라는 수요일이었네요.
수고 많았어요.

내일 출근길에 벚꽃이 모두 떨어져있더라도
친구의 마음 속 벚꽃들이 여기저기 만개하길 바라요.
그럼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22년 4월 13일 수요일

구독자의 친구 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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