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쑤레터ep.52] 가장 먼저 힘차게 뛰어내리는 것

오랜 기다림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해서

2022.04.15 | 조회 3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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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쑤레터 NewSsooLetter

매주 화,목 친구들을 위해 다정한 편지를 부쳐요.

안녕, 나의 친구 구독자!

 

<br>며칠 전 벚꽃 나무 아래에서 책을 읽다,<br>책 위로 떨어진 꽃잎을 모아 압화를 만들었어요.<br><br>크기도 줄고, 모양도 뾰족해졌지만<br>어쩐지 색은 더 짙어졌지요.<br><br>어쩌면 우리의 마음 속에 진하게 남는 몇 몇 추억들도,<br>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했어요.<br><br>행복한 순간이 금세 흘러가 사라지는 것이<br>아쉽고 아프고 슬플 때도 있지만,<br>이렇게 진하게 마음 속에 예쁘게 남을 거라고 생각하니<br>마냥 슬프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br><br>마음 속에 더 예쁘고 진한 행복들을<br>꼭꼭 눌러 예쁜 압화로 만들어 둘래요.

며칠 전 벚꽃 나무 아래에서 책을 읽다,
책 위로 떨어진 꽃잎을 모아 압화를 만들었어요.

크기도 줄고, 모양도 뾰족해졌지만
어쩐지 색은 더 짙어졌지요.

어쩌면 우리의 마음 속에 진하게 남는 몇 몇 추억들도,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행복한 순간이 금세 흘러가 사라지는 것이
아쉽고 아프고 슬플 때도 있지만,
이렇게 진하게 마음 속에 예쁘게 남을 거라고 생각하니
마냥 슬프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마음 속에 더 예쁘고 진한 행복들을
꼭꼭 눌러 예쁜 압화로 만들어 둘래요.

 


 

같이 들어요

이상은 - 비밀의 화원

향기나는 연필로 쓴 일기처럼 숨겨두었던 마음
기댈 수 있는 어깨가 있어 비가 와도 젖지 않아

어제의 일들은 잊어, 누구나 조금씩은 틀려
완벽한 사람은 없어, 실수투성이고 외로운 나를 봐

난 다시 태어난 것만 같아 그대를 만나고부터
그대 나의 초라한 마음을 받아준 순간부터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질거야, 그대가 지켜보니
힘을 내야지, 행복해져야지
뒷뜰에 핀 꽃들처럼

나는 이 노래를 듣기만 하면,
어떤 새카만 걱정과 불안도
순식간에 하얗고 투명한 꽃잎으로 변해
바람을 타고 하늘 위로 흩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그녀의 꾸밈없는 목소리가
언제라도 뭐든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거든요.

 

 

오늘의 쑤필

 

꽃은 어쩜 이렇게 부지런할까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짙은 초록빛 꽃받침에 꽁꽁 싸매어 진 채로 입을 꾹 다물고 있던 꽃봉오리들이었는데 말입니다. 앞다투어 햇빛을 온몸으로 흡수하더니, 서로 손 맞잡고 한데 모여 있던 꽃받침들이 활짝 아래를 향해 젖혀지고, 그 작은 봉오리 안에 웅크리고 있던 보드랍고 하늘거리는 꽃잎들이 구김살 하나 없이 어느새 하늘을 향해 힘껏 기지개를 켜고 있다니요.

꽃은 어쩜 그리도 강인하고 용감할까요.

세상 그 무엇보다도 여릴 것 같이 생겨서는, 높이도 장소도 가리지 않고 가느다란 가지 끝에 매달려 자신을 뽐내고 있으니 말입니다. 시들고 떨어지는 꽃은 우리에게는 이리도 아쉬움을 품게 하지만, 자신들은 막상 아쉬움이라곤 모르는 것 같아 보입니다. 이렇게까지 과감할 일인가 싶을 만큼 순식간에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마다하고 온몸의 힘을 풀고 중력과 바람에 몸을 맡기지요.

가장 먼저 나뭇가지를 다이빙 대 삼아 힘차게 뛰어내린 꽃잎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는 아마도 가장 용감한 꽃잎일 겁니다. 더 넓은 세상을 여행하고 싶었을 겁니다. 다른 꽃잎들이 바람에 잘 날려 가는지, 뛰어내려도 되는지 하는 것들 따위는 그에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아마 오직 확신 뿐이었을 것이고, 마땅한 일이었을 겁니다.

누군가는 꽃이 피어 있는 순간만이 꽃이라는 존재의 근본적인 목적 가치에 부합하는 순간이라 믿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던 적도 있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한 송이의 꽃이 피어나기 위해 품었을 그 오랜 기다림과, 용감한 낙하를 생각합니다. 한 곳에 오래 웅크려 있었던 만큼 더 빨리 기지개를 켜고 싶었을 것이고, 최선을 다해 피었기에 후회없이 나뭇가지를 떠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고요.

내가 올라 서있는 나뭇가지 아래를 가만히 내려다 봅니다. 이런, 나는 가장 높은 가지 위에서 다른 모든 꽃봉오리들을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느릿느릿 가장 늦게 꽃봉오리를 열고도, 도무지 나뭇가지를 떠날 용기가 나지 않아 뛰어내릴 순서를 쉽게 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다도 보고 싶고, 산 꼭대기에도 올라 보고 싶지만 나뭇가지를 떠나 금방 바스라질까, 누군가의 밟에 밟혀 찢길까 온갖 걱정이 되는 탓입니다.

나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꽃 만큼만 오랜 기다림을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지런히 꽃봉오리를 채우고, 부지런히 꽃받침을 열어, 최선을 다해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용감히 나뭇가지를 떠나, 용감히 바람에 몸을 싣고 여기저기 탐험하고 싶다고요.

기왕이면, 가장 먼저 나뭇가지에서 세상을 향해 다이빙하는, 가장 용감한 꽃잎이 될 수 있다면 더 좋겠다고요.

 

 


📝 추신

1. 낙하하는 느낌을 즐기지 않는 터라
   놀이기구도 잘 타지 않지만,
   바람을 제대로 탈 수만 있다면
   그리 무섭지 않을 것도 같아요.

2. 주말은 쉬어갑니다. 월요일에 만나요!


 

오늘 수진의 편지를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을
익명으로 전하고 싶다면?

수진에게 한마디

 

 

바람을 잘 타려면 가벼워야겠죠?
쓸 데 없는 것들을 비우는 것도 연습해야겠군요.

햇빛은 맘껏 흡수하고,
쓸 데 없는 것들은 비우는 주말을 보내고
한결 가벼워져서 월요일에 다시 만나요, 우리.

그럼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2022년 4월 15일 금요일

구독자의 친구 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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