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쑤레터ep.56] 나를 말랑이게 하는 것들

딱딱하게 살다가는 똑 하고 부러질 것만 같아서

2022.04.30 | 조회 2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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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쑤레터 NewSsooLetter

매주 화,목 친구들을 위해 다정한 편지를 부쳐요.

안녕, 나의 친구 구독자!

 

이번 주 제주도 여행에서 찍은<br>아주 마음에 드는 사진을<br>뇌물로 바칠게요.
이번 주 제주도 여행에서 찍은
아주 마음에 드는 사진을
뇌물로 바칠게요.

 

휴재를 휴재라 미처 말하지 못하고 사라졌던 나..
혹시 기다렸나요?

 


 

같이 들어요

주보링 - 밤 해변

누가 그랬었지
밤의 해변에 어울리는 노래라고
해변의 밤에 섰을 땐 그냥 별만 엄청 많더라

내가 그랬었나
이젠 기억도 나지 않는 가사라고
해변의 밤에 섰을 땐 그냥 훌쩍 자라 버렸네

훌쩍 자라 버렸네
별만 엄청 많더라

아껴두었던 노래를 오늘 골라왔어요.
이전에도 소개 한 적 있는 아티스트인 '주보링'인데요.

나는 그의 노래가 좋은 이유가,
정말 솔직하기 때문이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그의 음악들은 차마 입밖으로 내지 못하는 마음들을,
누군가에게 꺼내기엔 어려운 생각들을 담고 있어요.

그의 음악이 어쩌면 난해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진짜 우리의 마음 속에는 말로 표현되지 않는
그런 어려운 마음들도 있으니까요.

 

며칠 전 다녀온 제주도 여행에서는
정말 오랜만에 밤 바다를 실컷 봤어요.

나는 별 대신 자욱한 안개를 봤지만,
그 또한 새로운 밤 바다의 모습이어서 좋았어요.

 

 

오늘의 쑤필

 

일주일 간 갑작스레 사라져버릴 만큼, 아주 아주 바쁜 한 주를 보냈어요. 우선은 미리 휴재를 알리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하다는 말을 가슴 깊숙이에서부터 그러모아 전할게요.

오늘은 바빴던 한 주에 대해서 조금 하소연을 하고 싶어요. 말도 없이 휴재까지 한 주제에, 하소연을 들어 달라니. 조금 이기적인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어요. 누군가에게라도 이야기 하고 싶어 그러니까요. 누구나 그럴 때가 있잖아요? 그러려니 해주신다면, 나도 친구의 하소연을 언제든지 들어 줄게요.

이번 주에는 가족 여행으로 제주도를 다녀왔어요. 태어나 처음으로 가족끼리 비행기를 탔더라고요. 제주도도 참 많이 다녀왔고 비행기도 꽤 타봤는데, 어쩜 가족과는 단 한 번도 이런 추억을 미처 만들지 못했나 싶었어요.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여행은 좋았습니다. 가족들과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았거든요. 다만, 쉬려고 떠난 여행이 너무 바빴던 것이 조금 아쉬웠어요. 사실 나는 여행 중 뉴쑤레터를 쓸 기대에 부풀어 떠났는데요. 그런데 정말로, 핑계 대는 것이 아니고 정말로 눈꼽만큼도 쉴 시간이 없었어요. 조금 웃기지만 자유여행이 아닌 패키지 여행을 다녀왔어요, 제주도를요! 제일 큰 이유는 부모님이 패키지 여행을 원하셨기 때문이긴 하지만,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고, 가서도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니 편할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아니, 그런데 글쎄, 2박 3일 일정 내내 뛰어다닌 것이 아니겠어요? 한 장소 당 우리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길어야 50분이에요. 오름 꼭대기까지 다녀오는 것도 20분 만에 마쳐야 하고요, 5분은 미리 버스에 타 있어야 해요. 심지어 고작 10분을 준 곳도 있는데, 그럼 겨우 5분밖에 둘러 볼 시간이 없는 거에요! 시간을 딱 맞춰 버스를 타도, 먼저 타 계시던 아주머니들께서 꼴등이라며 발로 통로를 막고 들여보내주지도 않으시는 거 있죠?

게다가요, 여행 일정이 끝난 뒤의 저녁 시간, 그러니까 가족과, 뉴쑤레터 친구들과 함께 하려던 나의 상상 속 낭만적인 제주도에서의 저녁 시간은요. 개인적으로 새로 시작한 팀 프로젝트가 생각보다 진행이 더뎌, 하루 5시간 씩 미팅을 하느라 기다리던 가족들이 곯아 떨어졌고, 친구들에게는 단 한 글자의 편지도 쓰지 못하는 대참사가 일어났던 겁니다.

가는 곳 어디에서도 여유와 낭만은 찾을 수가 없었어요. 서로 먼저 들어가려 밀고, 서로 먼저 나가려 언성을 높이며 싸우고. 서로 눈치를 보고, 눈치를 주고. 여행의 끝자락인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마저도 한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먼저 내리겠다며 비행기 안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죠.

여행을 다녀온 후에도, 여독을 풀지 못하고 곧장 팀 프로젝트에 시간을 쏟느라 며칠 째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를 못했어요. 밥 먹는 시간도 부족해, 마음이 급하다보니 어제는 급하게 끼니를 때우려다 수프를 엎어 집안이 난장판이 되기도 했어요.

그리고 바로 지금 토요일이 된 새벽 2시 30분 경, 드디어 이번 주의 바쁜 일이 얼레벌레 마무리 되어, 한숨 돌릴 수 있는 잠깐의 여유로운 시간을 맞이했습니다.

솔직히 지금 온몸이 아프고 눈꺼풀이 천근만근인데요, 너무 글이 쓰고 싶더라고요. 정말 너무너무 쓰고 싶더라고요. 한 주를 내내 딱딱하고 꼿꼿하게 살았더니, 한껏 말랑해지고 싶더라니까요? 딱딱하게 살다가는 똑 하고 부러질 것만 같았거든요.

여유란 것이 삶에 있어서 그렇게나 중요한 것이었더랍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하더니, 여유라는 친구가 든 자리는 어찌나 옹골차게도 꽉 들어찬 자리였던지. 또, 나에게 어느새 이렇게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여유라는 친구가 차지한 많은 좌석 중 한 좌석이 되었구나 싶어, 내 자신이 신기하기도 합니다.

그런 것들이 나를 말랑이게 하는 것들이겠거니 생각했어요. 한 주 동안 미간에 디폴트처럼 자리잡았던 주름이 단번에 사라지게 하는 것들이요. 오늘의 나에겐 부드럽고 따뜻한 나의 검은 고양이와 친구들에게 쓰는 이 편지, 그리고 아주 독한 술 한 잔이 그런 것들입니다.

오늘의 글은 퇴고를 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그냥 그러고 싶어요. 하소연을 퇴고하다 보면, 하소연을 하소연으로 남길 수가 없을 것 같아서요. 부디 오늘의 편지는 가볍게 읽고 가볍게 묻어주세요. 단지 친구들을 말랑이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표만을 남겨주세요.

 

 


📝 추신

1. 다음부터는 패키지 여행 안갈래요..

2. 마음이 급하면 될 일도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3. 다음 주에는 바쁘더라도 내가 더 노력할게요.
   월요일에 만나요! (제발)


오늘 수진의 편지를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을
익명으로 전하고 싶다면?

수진에게 한마디

 

한 주를 내내 바쁘게 살았더니
딱 한 가지 좋은 점을 찾았어요.
집중력이 조금은 좋아진 것도 같아요.

뭐든 온전히 좋기만 한 것도,
온전히 나쁘기만 한 것도 없는 것 같아요.
(여유를 잃고 잠시 집중력을 얻었으니)

 

이번 주도 고생 많았고,
즐거운 주말 되길 바라요.

 

2022년 4월 30일 토요일

구독자의 친구 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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