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쑤레터ep.59] 주머니 속 늘러 붙은 껌과 거리 위의 쓰레기

거리 위의 마음들

2022.05.12 | 조회 2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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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쑤레터 NewSsoo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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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오랜만에 꽤 걸었어요.<br>요즘 날씨가 참 좋아요.
어제는 오랜만에 꽤 걸었어요.
요즘 날씨가 참 좋아요.

 

 


 

같이 들어요

사뮈 - 마음은 언제나 여러 개가 있지

부정하고 싶어요 나의 까만 이 마음
언젠가 이 마음만 남아버린대도
나는 모른 체하고 말 거예요

이 마음 절대 보여줄 수 없어
이 마음 절대 보여줄 수 없지
혹시나 내 마음 알아차린다면
정말로 모른 체 해줄래요

이것 만큼은 진심입니다
이것 만큼은 진심이에요

돌아가고 싶어요 순수했던 그 시절
이제는 더 이상 바랄 수 없지만
혹시나 내게 다시 돌아와 준다면
그땐 정말로 진심을 다할게요

아주 짙은 보이스의 아티스트 '사뮈'입니다.
대부분의 곡이 잔잔한데, 가사와 감정은 꼭 파도같이 몰아치는 느낌을 주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해요.

처음 이 아티스트의 곡 목록을 쭉 봤을때, 곡들의 제목부터가 아주 마음에 들더라고요. 모든 곡을 열심히 들으며 탐구 중인 아티스트입니다.

다소 낮은 텐션의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가 아닐까 싶습니다만, 때로는 이런 음악이 위로가 될 때가 있으니까요.

첨부한 뮤직비디오의 마지막 장면이 참 인상적이네요.

 

 

오늘의 쑤필

 

며칠 전, 카페에 앉아 창 밖을 내려다 보며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요. 맞은편에 길을 걷는 한 할머니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두어 걸음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허리를 숙여 바닥에 손을 자꾸 대시더라고요. 도대체 무얼 하고 계시는 건지 궁금증이 솟아나, 자세를 고쳐 앉고 앞쪽으로 몸을 기댄 채 눈꺼풀을 좁혀 다시 한 번 맞은편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습니다.

잠시 후 나는 작은 탄성을 내지를 수 밖에 없었어요. 걸음도 편치 않아 보이는 할머니께서는, 걸음 걸음마다 길바닥에 버려져 있는 작은 쓰레기들을 일일이 맨 손으로 줍고 계신 것이었습니다.

나 또한 살면서 적어도 20년 동안 수십 번은 지났던 길이고, 지날 때마다 매번 길 위에 버려져 있는 작은 쓰레기들을 보아왔습니다. 더군다나, 거리 위 오래된 건물의 칙칙한 외관과 더불어 근처에 위치한 노숙자 무료 급식소로 인해 가끔 고성이 오가기도 하는 곳이라, 괜시리 무서운 마음까지 안고 매번 걸음을 재촉해 빠르게 지나쳤던 거리입니다. 번화가의 가장 중심인 곳이라 할 수 있는 거리가 왜 이렇게 깨끗하지 못할까, 사람들은 왜 길에 쓰레기를 버릴까, 구청이든 시청이든 왜 이 거리를 단장하지는 못할 망정 제대로 청소도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을 하며 지나쳤던 거리입니다.

나는 매번 그런 불만을 품고 누군가를 탓하며 지나쳤던 거리를, 할머니께서는 그냥 지나치지 않으신 것입니다. 굽은 허리로, 성치 않은 다리로, 주름진 맨 손으로 거리 위 널부러진 쓰레기들을 모두 줍고 계신 것이었습니다.

빠르게 걸으며 할머니를 지나쳐버린 사람들은 어쩌면 할머니가 쓰레기를 줍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몰랐을 겁니다. 거리 위의 그 누구도 할머니의 행동에 관심을 두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거든요.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할머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쓰레기를 주우셨습니다. 거리 위 모두가 몇 걸음 만에 빠르게 내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할머니는 한참을 나의 시야 속에 머물렀습니다. 보도블럭이 끝나는 지점에서야 할머니는 계속해서 굽혀왔던 허리를 하늘을 향해 쭉 펴고, 처음으로 바닥에 고정되어 있던 시선을 떼어내 앞을 바라보셨습니다.

문득, 어릴 적 일화가 생각납니다. 아마도 8-9살 즈음이었을 겁니다. 학교에서 선생님께서 얘기하신 '길에 쓰레기를 버려서는 안돼요' 라는 말 때문에, 더운 여름 씹다 뱉은 껌을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겁니다. 엄마는 그 사실을 모른 채 옷을 세탁기에 돌려버렸고, 난장판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즈음, 또 한 번은 길을 걷다 천 원짜리 몇 장이 길바닥에 떨어져 있었는데, 나는 주인이 분명 다시 찾으러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옆에 서서 주인을 잠시 기다린 적도 있습니다. 기다려도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고, 나는 돈을 그 자리에 고스란히 남겨두고 안타까움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죠. 엄마에게 함께 가서 주인을 기다리자고, 경찰서에 가서 신고를 해야하는 것은 아니냐고 심각하게 조언을 구했더니 어찌나 웃으시던지요.

지금껏 내가 모른 척 하며 슬그머니 내던졌던 작은 쓰레기들과, 어릴 적 차마 버리지 못해 주머니에 끈적하게 달라붙었던 껌을 생각합니다. 며칠 전 거리 위 널부러져 있던 쓰레기들과, 내가 주인을 기다리며 지켰던 전봇대 밑의 천 원짜리 몇 장을 생각합니다.

며칠 전 그 거리 위 널부러져 있던 것들이 돈이었다면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돈을 주웠겠죠. 어렸을 적에는 하염없이 주인을 기다렸지만 이제는 어른이 되어버린 나도 아마 쓰레기가 아닌 돈을 줍겠죠.

손을 가득 채운 쓰레기들이 손을 더럽히는 것도 개의치 않아 보이는 할머니, 자신의 목적지만을 바라보며 빠른 걸음을 재촉해 지나쳐버리는 사람들 사이로 자꾸만 바닥으로 허리를 굽히고 손을 뻗는 할머니의 느린 걸음이 머리 속에 콱 하고 박혔습니다. 

할머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가 무심코 내던진 쓰레기를 향해 허리를 굽히고 손을 뻗고 계실까요.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은 누군가를 탓하는 데 쏟았던 마음이 부끄럽습니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음에도, 단 한번도 할머니처럼 생각하지 못했던 마음이 부끄럽습니다.

 

 

 


📝 추신

1. 쓰레기는 꼭 쓰레기통에 버립시다.

2. 주말은 쉬어갑니다. 다음 주 화요일에 만나요!


오늘 수진의 편지를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을
익명으로 전하고 싶다면?

수진에게 한마디

 

 

길을 걷다 누군가 버린 쓰레기를 줍는
그런 마음은 어떤 마음인 걸까요?

어떻게 그런 마음이 우러나는 것일지
자꾸만 생각해보게 되네요.

 

그럼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22년 5월 12일 목요일

구독자의 친구 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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