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쑤레터ep.31] 또렷하지 않아서 더 또렷하게 기억되는

‘사울레이터 :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전시회를 관람하고

2022.02.21 | 조회 3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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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전시회의 느낌과 어울리지 않을까 해서 골라봤어!

 

💬 오늘의 쑤필

지난 주말 다녀온 전시회 ‘사울레이터 :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를 소개할게.

사울레이터(1923~2013)는 컬러 사진의 선구자라고 불리우는 미국의 사진가야. 혹시 영화 ‘캐롤’ 을 보았다면, 영화 분위기를 지배했던 특유의 영상미가 떠오를 거야. 감독 토드 헤인즈는 이렇게 이야기 했어. “<캐롤>은 사울 레이터를 오마주 한 영화다.” 정말 전시회를 관람하는 동안 영화 속 많은 장면들이 함께 떠오르더라.

내가 그의 사진으로부터 느낀, 아주 주관적인 3가지 감상을 이야기 해볼게.

피사체보다 비중이 큰 여백
피사체보다 비중이 큰 여백

첫째, 여백을 정말 잘 활용한다는 점이었어. 다양한 구조물을 가까운 시야 안에 들여놓고 마치 여백처럼 보이게 하는 과감한 구조를 선호하는 듯 했는데, 막상 사진의 주인공인 피사체는 이러한 구조물이 시야를 가리고 남는 작은 면적에 겨우 위치하기도 해. 기둥, 건물의 틈, 차양 등 다양한 길거리의 구조물이 여백의 역할을 해주고 있었어. 오히려 이런 장치 덕분에 작은 크기의 피사체가 더욱 강조되는 느낌이 들었고, 작품에 더 몰입할 수 있었어.

창문 너머 어렴풋이 보이는 피사체 
창문 너머 어렴풋이 보이는 피사체 

둘째, 투영되어 보여지는 이미지를 많이 담고 있었어. 창문, 거울처럼 반사되거나 반대편 너머의 피사체가 투영되는 사진이 많았는데, 여러 이미지가 겹쳐져 몽환적이고 오묘한 분위기가 뿜어져 나오는 느낌을 받았어.

의도적인 아웃포커스
의도적인 아웃포커스

마지막으로는 무초점의 초점이라고 해야 할까. 의도적으로 초점을 흩트려둔 작품들이 많았는데, 피사체의 실제 모습을 상상하는 재미와 더불어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더욱 잘 느낄 수 있었어.

대학교에서 흑백사진 동아리 활동을 했어서인지, 오랜만에 필름사진을 접하게 되니 너무 반갑고 더 재밌었어. 아날로그한 수동카메라에 흑백 필름을 넣고 출사를 다니던 시절이 많이 생각 나기도 했고. 얼굴이 노랗게 뜰만큼 밤새 암실에서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하던 기억, 폭우 속 카메라에 비닐봉지를 씌워 다니던 기억, 추위에 카메라가 얼어 품속에 안고 녹이던 기억도 나. 언젠가는 꼭 취미로 다시 카메라를 들고 싶어.

전시를 다 보고 나서 생각이 든 건, 이제 우리 세대에서 사울레이터처럼 이토록 자연스러운 일상의 모습을 담아내는 작가가 많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의 사진 속 대상은 연출되거나 계산되지 않은 것들로, 우리가 일상 속 마주하는 찰나의 순간 속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인데, 지금은 그런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아. 내가 동아리 활동을 위해 작품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모르는 사람을 사진에 담는 것에 있어서는 찍는 사람에게나 찍히는 사람에게나 어려움이 많았거든(초상권, 몰카 범죄 등의 문제도 있고). 그래서 사울레이터의 사진은 아마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어.

마지막으로 사울레이터에게서 배울 수 있었던 점이 있는데, 그가 ‘컬러 사진의 선구자’라고 불리운다고 했잖아. 1970년대에 이르러서야 컬러 필름을 사용한 사진이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그는 이보다 훨씬 앞선 1940년대부터 컬러 필름을 사용했다고 해. 당시 컬러 필름은 색상 재현에 한계가 많아, 진실을 왜곡한다는 폄하때문에 그 예술성을 인정받지 못했음에도, 그는 ‘남들이 뭐라고 하든 자신의 눈에는 멋지고 예뻐 보였기 때문에’ 계속해서 컬러 사진을 찍었대. 남들보다 앞서 컬러 필름을 파고 들었던 그는 결국 선구자가 되었지. 역시 남들이 뭐라고 해도 하나를 꾸준히 파고 드는 건 역시 중요해! 내가 그렇게 빠져들어서 몰입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지 잘 생각해 보기로 했어.

 

 


📝 추신

1. 그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도 상영 중이래! 전시 마감 전에 보러 다녀올 예정이야.

2. 오늘 아침 노트북이 고장나버렸어.. 아이패드로 작성하다보니 덕분에 편지도 늦어지고 편집도 내 맘대로 되지 않네ㅠㅠ 형식이 조금 달라져서 보기가 불편하더라도 양해 부탁할게.

3. 지난 호에서 부탁했던 설문조사 응해준 친구들 정말 고마워! 설문조사는 계속해서 열어둘 테니, 가능하면 늦게라도 부탁할게❤️

4. 댓글은 어떤 내용이든, 짧든 길든 언제나 환영이야.
   긴 답장은 ssoo9108@gmail.com 으로 부탁해!
   나는 구독자 생각도 항상 궁금하거든.


 

사울레이터를 따라 장난스레 찍어본 사진이야😏

인스타그램에서 #saulleiterinspired 를 검색해보면, 그를 오마주한 많은 사진들을 구경할 수 있으니 그의 감성이 궁금한 친구들은 참고해도 좋겠어!

오늘도 읽어줘서 고마워:)

그럼 좋은 하루 보내!

 

2022년 2월 21일 월요일

구독자의 친구 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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