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쑤레터ep.6]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을 향해 가는 힘

2022.01.13 | 조회 3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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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쑤레터 NewSsooLetter

매주 화,목 친구들을 위해 다정한 편지를 부쳐요.

굿모닝, 나의 친구 구독자!

내 얘기를 들어줘서 고마워요.

 

소울 OST 바이닐을 들으며 쓰고 있어.
소울 OST 바이닐을 들으며 쓰고 있어.

 

🎧 같이 듣자! (들으면서 읽어보는 건 어때?)

Lonnie Liston Smith -  Summer Days

날씨가 너어무 춥지?

자는 동안 이불을 꽁꽁 둘러 매서 몸은 정말 따뜻했는데,
일어나서 얼굴을 만져보니 이마도 따뜻하고 볼도 따뜻한데
코만 얼음같이 차가워서 조금 웃었어.

오늘은 여름이 생각나는 노래를 들고 와 봤어.
지금은 이렇게 춥지만 결국 어느새 봄이 오고 여름이 오겠지?

시간은 부지런히 흐르고, 귀신처럼 절기에 맞춰 계절이 바뀌고,
추운 겨울에는 '차라리 여름이 낫겠어!' 하다가,
더운 여름에는 '아냐, 역시 겨울이 낫지!' 하다가.

그래도 사계절이 있어서 난 좋더라.
여름을 싫어하지만, 그래서 다른 계절을 더 좋아할 수 있으니까.
너무 추운 겨울에는 오늘처럼 싫은 여름도 잠깐 그리워할 수 있으니까.
1년 내내 겨울이면 눈이 예쁘게 와도 예쁜 줄을 모를 테니까.

 

💬 오늘의 생각

어제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서 신촌엘 갔는데,
지하철 역 출구를 나오는 중에 너무 좋은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거야.
상점에서 피아노 곡을 크게 틀어 놨나? 하면서 계단을 올라가는데,
점점 피아노 소리는 커지고, 지상에 올라온 순간 내 눈에 들어온 건
길 위에 놓여진 피아노와 한 아저씨였어. 

자유롭게 누구나 칠 수 있도록 놓여있는 피아노를 한 아저씨가 연주하고 계셨어.
전공자이신가? 피아니스트이신가? 할 정도로 멋지게 말이야.
금세 피아노 소리에 빠져들어 잠시 서서 감상하다가 갑자기 깨달았어.

뭐야, 이 날씨에? 맨 손으로 피아노를 치고 계시잖아?

그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돋더라.
나는 그분을 영상으로 담기 위해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핸드폰을 쥔 짧은 15초 만에 손이 아리도록 시린데.
몇 분 동안이나 쉬지 않고 피아노를 치느라 얼어버렸을
아저씨의 손가락은 딱딱한 피아노 건반에 닿기만 해도 아플 것 같은데.

그래서 아저씨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봤어.
추위와 얼어버린 손 때문에 인상을 찡그리고 계시지 않을까? 해서.

마스크 때문에 아쉽게도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아저씨의 얼굴과 몸은, 추위 따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것처럼
이리저리 피아노 운율과 함께 부드럽게 흔들리고 있었어.

너무 추운 겨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소울 속의 한 장면처럼 말이야.

무아지경 상태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주인공 조 가드너
무아지경 상태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주인공 조 가드너

평생 꿈꿔오고 놓지 못했던 음악을 동경하는 뮤지션 앞에서 평가 받게 된 순간,
부담감을 이기고 무아지경의 상태에 빠져들어 멋진 피아노 연주를 하게 되지.
연주가 끝나고 "죄송해요, 제가 혼자 너무 나갔죠."라고 하니, 이런 대답이 돌아와.

"조 가드너, 어디 있다 이제 왔지? 양복 장만해, 선생. 좋은 거로."

현실과 타협해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꾸준히 자신만의 음악을 키워온 보람을 느끼고,
소중히 지켜온 공연 연주자의 꿈이 이루어지게 됐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하고 생각했어.

순간의 좌절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고자 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그 마음 덕분에 결국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붙일 수 있는 순간이 꼭 오기를.
일희일비하지 않고 끝을 향해 가는 힘을 갖추기를.

오늘 글을 쓰면서 소울 OST LP를 듣고 있어.
(이 자리를 빌어 선물해준 친구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을 전해!)

난 오늘 소울을 다시 보려고.
아직 소울을 보지 않았다면 구독자도 꼭 보길 바라!
오늘 소개한 장면 말고, 인생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는
좋은 이야기가 정말 많이 담겨있어.

 

신촌역 3번출구에서 만난 피아노와 아저씨
신촌역 3번출구에서 만난 피아노와 아저씨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어제 피아노를 연주하는 아저씨 옆에 딸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함께 있었어.
그런 멋진 아빠에게서 과연 어떤 것을 보고 듣고 배우며
얼마나 멋지게 자라게 될지 정말 궁금해지더라.
아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을 이미 알고 있지 않을까.

너무 멋진 장면을 보게 돼서 운이 좋았어!

 

 

📚 책읽감 (책 읽고 감상하기)

‘장르’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어떤 장르이건 간에 맨 끝까지 밀고 가면 걸작이 될 수 있다. 끝을 향해 가면 힘이 생긴다. 저마다의 이유로 각자의 길 위에 오른 뒤 일단 달리기로 마음먹었다면 맨 끝까지 가보는 거다. 그 외롭고 아슬아슬한 곳에 놀라운 힘이 숨어있다. -생각의 기쁨, 유병욱-

아슬아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을 향해 가보기

 

 

맛집쑤집

어제 신촌을 왜 갔냐면, 내가 너무 좋아하는 술집(...)이 있어서.
손님 너무 많아지면 안되는데😢, 구독자한테는 특별히 알려줄게.

만냥하우스 (서울 서대문구 성산로 402-1)

세계 최고 김밥전
세계 최고 김밥전

가게 내외부는 허름해.
김밥전을 주문하면 바로 싼 김밥에 계란물 입혀 노릇노릇하게 구워주셔.
메추리알 떡볶이는 메추리알이 얼마나 많은지, 먹어도 먹어도 계속 나와.
메뉴판에는 없는 삼겹살을 시켜서 상추에 김밥전과 삼겹살과 쌈장을 얹어서 싸먹는 게 별미야.
정많은 이모님이 항상 테이블마다 과일도 챙겨주시지.

술도 물도 셀프로 가져다 먹어야 해서 정신 차려보면 내 몸이 술 냉장고로 향하고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지. 테이블 바깥 쪽에 앉은 사람은 계속 술 가지러 가야 하니 운동도 할 수 있어!

배부르게 먹어도 인당 만원이면 충분히 먹어. 그래서 만냥하우스인가봐!

 

 


📝 추신

1. 만냥하우스 원정대 모집합니다. 술짱들 모여라!

2. 어제 메일이 늦어져서 메일함 열어보고 기다렸다는 친구들이 있어서 너무 기뻤어. 오늘도 조금 늦어지긴 했는데😭 매일 소소한 소식이라도 이렇게 주고 받을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좋다!

2. 댓글은 어떤 내용이든, 짧든 길든 언제나 환영이야. 댓글보다 메일 답장을 선호한다면 ssoo9108@gmail.com 으로 부탁해! 나는 구독자 생각도 항상 궁금하거든.


 

만냥하우스 소개하다보니 배고프다.

맛있는 점심 꼭 챙겨먹어!

 

그럼 좋은 하루 보내!

 

2022년 1월 13일 목요일

구독자의 친구 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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