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 고양이의 편지>
To. 구독자
밀크티를 만들어서 선물해볼까 생각 중이야
언젠가 내 공간에 초대해서
티파티를 열고 싶다!
from. 대장 Q가
<소설 쓰는 고양이 하녹의 이야기>
헬라의 묠니르
제 2부, 만악의 근원 판도라, 제 2장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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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는 제우스의 두려움의 근원, '타르타로스'를 열고 세상에 나온다.
헤르메스는 제우스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제우스는 판도라를 올림포스로 불러들여 인세에 내려가도록 명령한다.
판도라를 인세로 내려보내기 전,
제우스는 아프로디테에게 판도라의 외형을 '아름다운 인간 여성'으로 바꾸도록 지시한다.
신들은 판도라에게 축복을 내려 주고,
제우스는 판도라에게 목적을 숨긴 상자를 건네며 함께 가져갈 것을 명하는데…
“이 상자를 가져가거라, 판도라.”
제우스가 내게 다가와 작고도 정교하게 세공된 화려한 상자를 건넸다.
상자의 틈새로 은은한 빛이 흘러나오며 자리에 있는 모두의 시선과 마음을 붙들었다.
빛을 발하는 것이 무엇일까?
모두가 호기심에 사로잡혔고, 그 문을 열고 싶다는 욕망에 잠시 압도되었다.
“하지만 판도라, 절대로 이 상자를 열어서는 안 된다.”
제우스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경고했다.
그 순간, 그가 상자 속에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밀려왔다.
“열지도 못할 상자를 내가 왜 가져가야 하지?”
제우스의 얼굴에서 금세 비릿한 미소가 사라지고, 시퍼런 분노가 눈에 어렸다.
“신들의 왕 앞에서 예의를 갖추어라, 판도라.”
나는 그의 명령을 따르고 싶지 않았다.
나는 신도 아니며, 내가 선택한 왕이 아닌 그에게 왜 굴복해야 하는가?
“당신은 내가 선택한 왕이 아니야.
내게 존중받길 원한다면, 먼저 당신이 내게 예를 갖추어라.”
나는 그에게 지지 않고 응수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헤르메스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신들의 왕이시여, 제가 판도라에게 대신 말을 전해도 되겠습니까?”
제우스는 금방이라도 번개를 내리칠 듯한 기세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 그를 뒤로하고 헤르메스가 다가와 나와 시선을 맞추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판도라, 인간들과 가깝게 지내고 싶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헤르메스의 은빛 머리칼과 녹빛 눈동자가 따스하게 빛났다.
그는 나의 마음 깊숙한 갈망을 읽고 있었다.
“음… 인간들은 초면에 반말을 하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단다.”
턱을 괴고 시큰둥하게 앉아 있던 아테나가 웃음을 터뜨렸다.
‘퍽 재미있는 광경이군.’
헤르메스의 사려 깊음을 존중하고 싶었다. 그가 나를 이해해 주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으니까.
“…. 알았어. 예의를 갖추면 되는 거지?”
여전히 제우스에게까지 예의를 차려야 하는 이유는 이해되지 않았지만,
나는 관문을 넘기기로 결심했다.
인세에 내려가 인간들과 함께할 기회가 내게 주어진다면,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다.
나는 제우스에게 다가가 말했다.
“신들의 왕이시여, 열지도 못할 상자를 가져가라 하시다니요.”
‘예의’를 갖춘 판도라의 당돌한 발언에,
제우스를 제외한 신들은 고개를 돌리고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았다.
“…. 그 뿌리부터가 천박한 건방진 계집! 네 고향인 타르타로스에 다시 갇히고 싶다면 어디 마음껏 지껄여 보아라.”
“당신께서 타르타로스의 문을 여실 수 있습니까?”
그는 문을 닫은 자, 나는 그 문을 열고 나온 자.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문을 닫은 자가 과연 다시 그 문을 열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는 왜 나를 이토록 속박하려 하는가?
‘이 자가 진작에 나를 타르타로스에 가두고 싶었다면 벌써 그리했을 것이다.’
나는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는 것을 느꼈다.
‘제우스는 타르타로스의 문을 여는 법을 모른다.’
그럼에도, 나를 타르타로스에 다시 가두겠다고 위협하다니!
제우스는 나의 깊은 두려움을 무기 삼아 나를 옥죄고 있었다.
신들의 왕이라는 자가 이리도 졸렬하다니,
인간들이 그에게 품은 두려움과 분노가 어떤 것인지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마음을 쓴 것도,
신들의 금기를 깨고 ‘앎’을 나누어준 이유도,
내가 새롭게 느끼는 이 감정의 뿌리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프로메테우스님은, 지금도 끝없이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고통을 받고 계시겠지.’
자비와 사랑으로 인간을 돌보았던 프로메테우스는, 죄인이 되어 고통받고 있다.
그는 정말로 죄인이 맞는 걸까?
나는 의심하기 시작한다.
어쩌면, 죄를 지은 자는 눈앞에 있는 저자가 아닐까.
무언가 단단히 잘못된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이 든다.
만약 그렇다면 어째서 힘을 가진 신들은,
그저 침묵하고 있는 걸까?
그 순간, 아프로디테와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엔 깊은 슬픔이 어린 듯했다.
제우스, 포세이돈, 하데스, 그리고 아폴론까지, 권력을 지닌 신들은 모두 의기양양했다.
‘아아, 남성이라는 이유로 얻는 권력 앞에서- 여신과 여인들은 무엇이 다른가?’
태초에 모든 것을 창조한 모신의 권위는 언제,
어디서부터, 왜 추락하기 시작했을까?
나는 그 답을 알아야만 했다.
그래야 이들을 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제우스가 들고 있는 상자를 건네받았다.
그때, 상자에서 무언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이 안에 무엇이 들었습니까?”
“네가 좋아할 만한 것이 들어있지.”
상자에서 나던 희미한 목소리가 멎었다.
일그러졌던 그의 얼굴엔 금세 수상한 미소가 번졌다.
“확실히 말해주십시오.”
“내가 인간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선물이다.”
그가 제 입으로 인간을 벌하던 자가,
이제와서 그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고 하니 못내 속이 뒤틀렸다.
“신들의 왕께서는 참으로 자비로우시군요.”
말속에 심은 가시로 그를 찌르듯 비꼬았다.
나도 모르게 그를 겨누는 강렬한 분노가 피어올랐다.
‘아아, 가엾은 인간들.’
그는 24시간 365일, 자기 백성을 자비로 돌보기보다 내내 감시하고, 조금이라도 거슬리면 벌하기를 즐겼다.
저런 자가 왜 막강한 권력과 힘을 가진 것일까?
천둥과 번개를 다스리는 힘.
그가 그 힘의 진정한 주인이 맞을까?
나는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진다.
“…. 그 선물이 무엇인지 다시 여쭙겠습니다.”
“자네는 인간들에게 관심이 많지? 달빛 아래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너를 보았다.”
나 또한 그의 감시하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가슴속이 서늘해졌다.
“상자 속의 선물은 여인들을 구원할 것이다.
그들이 네게 호감을 느끼게 할지도 모르지.”
달빛 아래, 달빛보다도 찬란히 빛나던 그들을 처음 본 순간을 떠올리며, 나는 마음이 일렁였다.
다가가고 싶었으나, 그들과 나는 같은 모습이 아니기에 망설였었다.
용기 내 다가가고자 할 때, 제우스의 힘이 그들과 나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그들이 나를 받아준다면…’
마음이 간질간질하게 울렁거렸다.
이 감정을 무엇이라 불러야 하나?
“판도라여, 너무 걱정 말거라.
상자는 스스로 열릴 때를 알고 있다.”
제우스의 목소리는 비릿했다.
무슨 꿍꿍이일까?
“제가 그전에 상자를 열면 - ”
“끔찍한 재앙이 닥칠 것이다.”
‘그리하여, 너는 스스로 재앙을 불러내고 만악의 근원으로 기억되거라.’
제우스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나는,
그가 숨기고 있는 진실을,
그 미소 뒤에 감춰진 거짓을
똑바로 마주하고 싶어졌다.
금기를 깨고,
내 손으로
이 상자를 열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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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오늘도 오고시를 찾아와 줘서 고마워. 소중한 응원 덕분에 행복하게 연재할 수 있었어. 소설 < 헬라의 묠니르>는, 곧 다가올 개인전과 그래픽 노블 출간 프로젝트에 집중하기 위해 잠시 쉬어가기로 결정을 내리게 되었어. 날씨가 상당히 추워졌는데, 우리 아프지 말고 건강히 지내다가 또 만나자!ㅡ 하녹의 기록
소설 쓰는 하녹의 인스타 @hanokdrawdreams
。.。:+* ゜ ゜゜ *+:。.。.。:+* ゜ ゜゜
<오드캣의 증명>
멋진 프로젝트를 올려주신 하녹님 팔로우 하러 가요!
하녹의 인스타 @hanokdrawdreams
<고양이의 한 마디>
- 하녹의 한 마디 : 있잖아, 살아있어서, 살아갈 수 있어서 다행이야. 언제나 응원해. 그리고 사랑해 🐈❤️
- 하녹의 이번 주에 할 일 : <헬라의 묠니르> 개인전과 그래픽 노블 출간준비, 요가 수업듣기 , 하늘 한 번씩 봐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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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산짱돌주먹
소설 속 신들의 대화 중 초면에 반말하면 안 된다는 게 너무 한국인들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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