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 고양이의 편지>
To. 구독자
이걸 쓰고 있는 오늘은 1월 30일 목요일
바로 내 생일이야!
맛있는 저녁을 먹고
좋아하는 바에 가서
생일 케이크, 위스키, 칵테일을 잔뜩 먹었어!
신기하게도 오늘은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도
나와 같은 생일날이야
다들 많이 축하해줘!
아! 그리고
구독자의 생일은 언제야?
알고 싶어!
from. 대장 Q가
고친소; 새로운 고양이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오늘은 새로운 친구가 없어!
<현태의 시>
첫 번째 시, 뜬 시 쓰기
뜬 시 쓰기, 하현태
해맑기만 할 수 없는 건 아마 소나기 때문일 거야
들 야에 숨은 양귀비 아름답기만
특정한 주제 없는 시는 뜬구름 잡기보다 허황한 독백
그러니까 팔이라도 뻗어보는 거지 두 동공 만땅 채운 손등은 실핏줄마저 아름다우니까
바람으로 손 씻고 이름 모를 풀 밟고
햇빛에 깨물린 눈 까무룩 하양
시나브로 돌아오는 형태 나는 사랑해
오도카니 서 있는 느긋함에 기대 쉬는 목동의 게으른 하품 나는 추앙해
코로 들어온 가을은 입술 틈에서 겨울로 나가고
듬직한 짖는 소리 한가로운 공명 소리
내가 아끼는 향은 방충망 사이에 낀 새벽
그냥 그런 심심함에서 삶을 느껴
그게 무슨 뜬 시 쓰는 소리니
뜬 시 쓰듯 살아갈 수 있으면 ㅡ 현태의 기록
시 쓰는 현태의 인스타 @hateahatae
。.。:+* ゜ ゜゜ *+:。.。.。:+* ゜ ゜゜
<Q의 시>
두 번째 시, 생일 축하 노래
생일 축하 노래, Q
너무 슬픈 저녁이군
생일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자기 생일에 죽을 거래
태어난 날에 가고 싶다 하더라
그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인데
이야기를 들을 땐
가슴팍 안쪽이 저릿하더군
나의 저녁 식탁 위에
당신의 표정과 내가 지은 죄를 올려놓고
케이크인 양 초를 꽂는다
앉은 자리에서
케이크를 다 먹어갈 즘
그의 부고 문자를 받았다
나는 당신을 먹어서
죽는 날의 표정을 짓는다
가슴팍 안쪽이 저릿하군
해피벌스데이 투 미
Happy birthday, to me. ㅡ Q의 기록
첫 번째 일기, 우리를 밟으면 사랑에 빠지리
인간의 시간, 김행숙
우리를 밟으면 사랑에 빠지리
물결처럼
우리는 깊고
부서지기 쉬운
시간은 언제나 가운데처럼
-
내가 정말 좋아하는 시 중에 하나야.
'우리를 밟으면 사랑에 빠지리'
운명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생일이 같은 날, 아주 어렸을 때를 빼고 기대가 많이 없던 생일이라 아무에게도 생일인 걸 이야기하지 않아서 시간이 많이 지난 뒤엔 아무도 내 생일을 모를 오늘.
나와 생일이 같은 사람과 함께 생일을 보내고 생일을 축하하고 맛있는 저녁을 먹고 좋아하는 바에 가서 케이크와 위스키, 칵테일 그리고 미역국도 먹었어.
오늘처럼 좋았던 날은 손에 꼽을 것 같아.
나와 생일이 같은 사람아,
우리를 밟으면 사랑에 빠지리
운명처럼
맛있는 저녁을 사주고 오늘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
오늘 꼭 해주고 싶던 말은
사랑해!
언젠가 이 메일을 읽게 된다면 오늘을 기억했으면 좋겠어.
Happy birthday, to you!
Happy birthday, to you! ㅡ Q의 기록
시 쓰는 Q의 인스타 @mylovecomefind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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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의 한 마디>
- 현태의 한 마디 : 눈 보고 싶다.
- 현태의 이번 주에 할 일 : 바다 구경하기
゚+*:ꔫ:*+゚
- Q의 한 마디 :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생일이었어. 생일 축하해, 너도.
- Q의 이번 주에 할 일 : 생일 케이크 먹기, 편지 쓰기, 사랑하기.
゚+*: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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