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 고양이의 편지>
To. 구독자
오늘 송년회를 다녀왔는데
행운권 추첨으로 1등에 당첨됐어!
1등 선물이 이불이었어😻
올 겨울은 포근하게 지내겠다😺
from. 대장 Q가
고친소; 새로운 고양이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오늘은 새로운 친구가 없어!
<송이의 시>
첫 번째 시, 희망법
희망법, 김송이
온갖 밤들에 시달리다가
한 날, 거짓말처럼 깊은 잠이 들어
구름 위에 올려만 두었던 생각을
쓰다듬으며 나는 꿈을 꾸었다
만들다 말았던 말이 떠올랐고
때마침 나오려던 눈물이 떠내려갔다
강둑을 스미는 잘은 물결이
거세지 않고 고요하게 머물렀다
세월인 듯 세월이지 않았던 시간이
커서도 어른이 되지 못한 영원이-
쏟아져 본 적 없는 물은 짧디짧은 울음으로
뱉어 본 적 없는 말은 -묵음으로 굳어지며
볼을 기대어 자는 어깨가 되었지
움츠리며 잔 흔적으로 빨개진 볼이 쉬이 가시지 않아
멍한 표정으로 아침에 거울을 본다
꿈을 꾸던 사람은 꿈속으로 스미기에 좋지*
그렇게 되뇌는 것이, 아이 시절 어른에게 건조되었던
시간을 파쇄하는 희망법이다.
*김복희 작가님의 시집, 스미기에 좋지 제목을 인용
... ㅡ 송이의 기록
글 쓰는 송이의 인스타그램 @xoong.xo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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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로의 시>
두 번째 시, 켄버스 위의 물감이 눈물을 흘린다
켄버스 위의 물감이 눈물을 흘린다, 밀로
거칠게 긁는 붓 끝에서
깨진 소리가 들린다.
거울 속 나를 바라보면
조각난 윤곽이 눈에 밟힌다.
왜곡된 선과 색 속에서
그림 속 나는 비명을 삼키며
침묵을 견디고 있다.
분쟁의 그림자 속,
선은 서로를 찢고,
색은 서로를 밀어내며
차갑게 부딪힌다.
침묵과 울음이 겹치는 소리,
나는 그 소음을 닮아간다.
얼어붙은 손으로
캔버스를 껴안아도,
녹아내리는 건
캔버스 위, 조각난 나.
소음 속의 마지막 색.
... ㅡ 밀로의 기록
밀로의 인스타 @millo._.drea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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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의 시>
세 번째 시, 손 같은 목소리
손 같은 목소리, 하현태
당신은 정말 손 같은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그리하여 초승달 위로 별 하나 반짝였다
끝내 우린 끝까지 우리였다
나는 아직도 가끔 벽에서 네 목소리를 듣는다
뭉뚱그려 누운 밤은 늘 한 발짝 앞서서
오른쪽으로 기운 시침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시치미 뗀 방은 늘 새벽이라
코로 마신 가을 혀에서 여름 되고
입술에서 봄처럼 연소한다 가슴에 겨울 남기고
가장 먼저 얼굴을 잊었다
그리고 손을 잊었고
마지막까지 목소리를 들었다
사랑은 늘 과분함과 짝꿍이라
나는 그 사이에 끼인 주인공
되고팠던 단역 아르바이트생
부러 길게 쓴 문장의 주인은 들을 체도 않고
짧은 문장 속 탄회(坦懷)만 평평하게 가슴에
꽉 깨문 입술에도 이빨 자국은 긴데 단말마로
당신의 목소리는 정말 손 같았다
영영 내 이름을 쓰다듬어 주었으면 했다
초승달 아래 가로등만 우리였다
손잡아주세요. 내 이름에 뜻을 더해주세요. ㅡ 현태의 기록
시 쓰는 현태의 인스타 @hateahat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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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의 시>
네 번째 시, 과연 사랑은 사랑이 될까
과연 사랑은 사랑이 될까, Q
열린 차창에서 빗방울이 팔목을 두드린다
톡 톡 누구세요? 당신의 첫사랑이요
비가 오는 날에 같이 파전을 부쳐 먹던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며 손을 잡던
깜빡이는 방향지시등 소리에 맞춰
창에 손가락을 두드리던
소화불량을 달고 살던 내가
오늘도 체하고 가슴이 답답한데
소화제를 먹어도 내려가지 않아요
바닷바람이 너무 짜서 그랬을까요
뱃멀미하는 기분
육지 사람에게는 너무 가혹한 걸요
과연 사랑은 사랑이 될까요
이미 얼굴도 잊어버리고
사랑했었다는 기억만 남은 사람은
그것도 사랑이 될까요
나는 늘 말했지요
사랑은 전부 허상일 뿐이라고
누군가는 그랬어요
허상이 갖고 싶다고
나는 그 사람에게 사랑을 전부 쏟아부어
당신에게 줄 사랑은 없다고 말해버렸어요
과연 사랑은 사랑이 될까요
결국은 토하고 말아버릴 사랑은
창밖에는 비가오는데
나는 고열을 앓고 있어요
혼자 있는 건 외롭지 않지만 외로워요
과연 허상이 허상이 될까요
소나기는 점점 커지고
당신은 점점 작아지고
잠을 제대로 못 자서 피곤해 ㅡ Q의 기록
글 쓰는 고양이 Q의 인스타 @mylovecomefind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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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의 한 마디>
- 송이의 한 마디 : 괜찮다는 말을 하면서도 들으면서도 가끔 힘들 때가 있어, 지나면 다 괜찮아진다는 말을 무조건 적인 희망으로 삼으려고 했던 내 모습이 떠올라서, 지금은 괜찮아도 괜찮은 사람이지만, 요즘 시국이 많이 혼란스럽지 안 괜찮고 어렵지만 모두 힘을 내서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지켜보자! 모두 힘내.
- 송이의 이번 주에 할 일 : 이번 주에 있을 낭독회 무사히 진행하기.
゚+*:ꔫ:*+゚
- 밀로의 한 마디 : 집에 가고 싶어요
- 밀로의 이번 주에 할 일 : 야근
゚+*:ꔫ:*+゚
- 현태의 한 마디 : 우리 서로를 놓지 말자
- 현태의 이번 주에 할 일 : 생일 기대하기
゚+*:ꔫ:*+゚
- Q의 한 마디 : 좋은 일이 가득해지는 12월이야
- Q의 이번 주에 할 일 : 사진전 시상하기, 다음 주 출근 준비하기
゚+*: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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