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 고양이의 편지>
To. 구독자
이대흠, 미래를 추억하는 방법 中
from. 대장 Q가
고친소; 새로운 고양이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시 쓰는 고양이, 김송이
전주에서 시를 쓰고 있습니다.
비빔밥은 좋아한다지만
붉게 노을진 천변과
맏내호수를 끼고 있는 숲속시집도서관 같은 것이
자랑하고 싶은 저의 도시입니다.
시 쓰는 고양이, Q
2025년도 잘 부탁 드립니다.
<송이의 시>
첫 번째 시, 목록
목록, 김송이
내가 보고 싶은 평화는
어제처럼 일어난 사람의 뒤통수
머리카락을 헝클이는 해그림자
정각에 울리는 알람을 늦추고
아침에 작은 창밖으로 이윽고
하얀 하늘이 서 있는데
그럼 일어설 수밖에 없는 내가
보고 싶은 평화는 그렇게
흘러가고 흘러가는 시간 속 알 수 없는
천변의 뱀은 자전거에 놀라 급하게 달아나 버릴 때
나는 어김없이 출근하고 있고
자전거 도로와 도보의 거리가 모호해서
습관처럼 우측통행하던 사람은
나를 뒤돌아보고 나는
보고 싶은 평화
하얗게 서 있던 하늘이 때마침 앉아
구름에 기대어 쉴 때
내가 보고 싶은 평화는
깨끗한 봉투에 묶인 플라스틱
뒤로 비치는 털 그림자
쫑긋쫑긋 움직이는 미끄럼틀 귀
못 본 척 지나가는 시선과
잘 살아라 추위에 지지 말아라
하는 마음이 몸과 멀어지며 분리될 때
허연 입김에 담아
핥다 만 털에 붙어라, 붙어서 따뜻해져라
속에 남긴 마음으로 자전거 페달을 밟고
내가 보고 싶은 평화는
어제처럼 일어난 아침에
웃는 앵커의 얼굴과 마주 보는 것
어제가 지나온 오늘에 평화롭다
이야기하는 꿈같은 이야기
세상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꿈꾸는 동물들에게 나눠주고 싶은
무너지지 않는 땅에 나눠주고 싶은
파랗게 나를 담아 사는 이 세계에서
어제처럼 일어나는 오늘에 바라는
정금 같은 소망
넘치지 않게 바라면 이루어지지 않을까 해서 ㅡ 송이의 기록
시 쓰는 송이의 인스타그램 @xoong.xo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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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의 시>
두 번째 시, 식상한 이야기
식상한 이야기, 하현태
우리는 늘 너의 집 앞 골목길에서 헤어졌다
흰 가로등에 기대어 마주잡은 손을 더듬고
LED 조명보다 화사한 눈에 서로를 담았다
원래 사랑은 식상한 이야기라던데
우리가 딱 그러했다
멍청하게 죽인 시간이 시체처럼 담장에 널브러지면
무엇이 그리 좋아서 서로를 잡은 손에 힘껏 쥐었던지
무엇이 그리 좋아서 서로가 담긴 눈을 힘껏 닦았던지
움찔거리는 입술 틈에는 머뭇거림이 고여 있었다
너는 그게 좋다고 말했다 그런 사소함이 특별하다고
너와 내가 흔하지 않은 이유라고
그러나 그것마저 식상해서
우리가 딱 그러해서
그날 그 가로등은 눈물이 고여서
쉴 새 없이 깜빡이기만 했다
그러니까
일기예보는 새벽 내내 소낙비 한 방울 없다 했고
오후 내내 덕수궁 둘레 걸으며 발맞췄는데
그런
식상하디 식상한
너무 뻔해서 더 이상 사랑받지 못할
그런 이야기처럼
딱
너의 집 앞 골목길
흰 가로등에만
비가 쏟아져서
깜빡 깜빡
가로등은 쉴 새 없이 깜빡이기만 했다
지겹게 들었던 사랑 이야기였지만, 그 사랑이 지겨워진 건 아니었는데. ㅡ 현태의 기록
시 쓰는 현태의 인스타 @hateahat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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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의 시>
세 번째 시, 거리 두기
거리 두기, Q
저는 단편적으로 보면 참 좋은 사람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약간의 거리를 두는 게 좋지 않을까요
길게 보실 거라면 얕게 만나고
깊게 보실 거라면 짧게 만나요
더 나아가실 거라면 사랑해주시나요
눈물도 핥아주시나요
결핍도 우울도 무관심도
전부 삼키실 수 있나요
장편소설이 되고 싶다면요
우리는 키스까지만 해요
깊고 길게 보는 건 당신 욕심 아닐까요
갖고 싶다면 당신은 감당하실 수 있나요
사랑보다 자극적인 걸 원한다면요
죽어주실 수 있나요
저도 죽이실 수 있나요
키스까지만 합시다
우리 사이는 딱 그 정도니까요
요즘 독감이 유행이래요. ㅡ Q의 기록
글 쓰는 고양이 Q의 인스타 @mylovecomefind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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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의 한 마디>
- 송이의 한 마디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송이의 이번 주에 할 일 : 짐싸기
゚+*:ꔫ:*+゚
- 현태의 한 마디 :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하게 될 새해 되세요!
- 현태의 이번 주에 할 일 : 독감 낫기
゚+*:ꔫ:*+゚
- Q의 한 마디 : 마스크 쓰고 다니자! 아프면 슬퍼.
- Q의 이번 주에 할 일 : 머릿속 정리하기, 좋아하는 사람을 사랑해보기
゚+*: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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