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 고양이의 편지>
To. 구독자
이번 주 부터 새로운 직장에 다니게 되었어!
그래도 우리 오고시!를 사랑해주는 구독자에게
소홀해하지 않을 거니 걱정마😻
다들 최근에 있는 좋은 소식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줘!
from. 대장 Q가
고친소; 새로운 고양이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오늘은 새로운 친구가 없어!
<송이의 시>
첫 번째 시, 보풀
보풀, 김송이
아픈 여름을 깨물어 보려다
적어도 쓰는 일이 즐거워 넘겼다
그렇게 가을이 왔다가 가고
겨울이 돌아오면 나는 기어이 아프고 아팠던 일들이
쓰고 싶은데
그런 마음도 자신을 해하는 일에 포함되는지 생각했다
새벽에 자주 둥글고 각진 글자들을 보다 보면
결국, 내가 있을 곳이
없어졌다
나는 누르면 물러터질 것처럼 속이
부글댔다
오고 가는 것들에 진부함을 느낄 때마다
해가 이렇게 가는데
한낮에 부르르 떨며 깨는 개의 낮잠만큼이나 모든 것은
그렇게 쉽게 가는구나 싶었다
쇠 맛이 나는 입술이 아렸지만
모른 척했다
이듬해 겨울은 또 어떤 겨울로든 기억하겠지만
적어도 쓰는 일만은 여전히 즐겁기를 바란다
내가 한 톨 지워지면 어딘가 띄엄띄엄 남을
둥글고 각진 글자들은 어느 계절이든 부유하는
나만의 혼잣말로 남기고
나를 소유한 계절이 그토록 많기를 소원한다
어쩌면 나는 사실 쓰고 싶지 않을지도 몰라서
상세히 설명하지 못하는 나의 아픔에 대해
얼버무려버리는
이 모자란 글을 적는
나의 이 마음이 도무지 어디서부터 오는지
찾을 수 없어
한밤을 넘기지 못한다
제 시집 묘한 화원의 다음 이야기인 -사랑을 사 간 손님에게- 을 준비하며 썼던 시입니다. ㅡ 송이의 기록
글 쓰는 송이의 인스타그램 @xoong.xooon
。.。:+* ゜ ゜゜ *+:。.。.。:+* ゜ ゜゜
<현태의 시>
두 번째 시, 수평선 너머에는 초콜릿 동굴이 있어
수평선 너머에는 초콜릿 동굴이 있어, 하현태
한 움큼의 초콜릿을 입에 넣고 혀를 굴릴 거야 파도에 부서지는 바위 소리는 그렇게나 선명하잖아 동굴 속에서 구태여 귀 기울일 필요는 없지 그저 있는 거야 박쥐처럼 눈먼 상태로
잇몸 사이사이로 스며들어 꼭 달콤하지만은 않아 놀랄지도 몰라 실망은 늘 기대와 같은 말 그러니까 한 움큼의 실망을 안고 살다 보면 언제나 기대할 수 있는 거야 야-호-에서 -은 필수야 저 사이에서 초콜릿은 녹거든 신기하지 않니
깨져버린 손톱을 파고드는 초콜릿은 얼마나 짭짤할까 부러 소금을 쳐서 먹기도 한다는데 굳이 그럴 필요 있을까 어차피 쓰기만 한걸 깨진 손톱으로 쓰기만 한 이름은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 있어 –조차 이어지지 못해 그런데 초콜릿이라고 녹겠니
굳이 녹아야 초콜릿일까 그런 의구심에 사로잡힐 때면 석양이 다 져버린 후더라 시끄럽던 파도도 침대에 누웠나 무드등만 띄워 둔다고 악몽을 쫓을 수는 없는데 악몽마저 찾아오지 않으면 바다는 왜 푸른 걸까
『포에틱 이펙트 1%』 中 ㅡ 현태의 기록
시 쓰는 현태의 인스타 @hateahatae
포에틱 이펙트 1%
。.。:+* ゜ ゜゜ *+:。.。.。:+* ゜ ゜゜
<Q의 시>
세 번째 시, 오래된 고백
오래된 고백, Q
2월 10일(금) PM 23:37
여보세요? 들려?
네가 다시 연락해주길 기다렸어.
아주 오래
한 시간 남짓 통화를 하면서
울어서 목소리가 떨린다
잘 지냈어? 그냥, 평범하지. 왜? 넌 다 무너트린다며. 옛날에 그랬지. 지금도 무너트릴 수 있어. 응. 그래야지. 잘 지내지? 응. 잘 지내.
(너 없이) 잘 지내냐면 잘 못 지내.
2월 11일(토) AM 00:27
너무 오랜만에 전화해서 엄청 횡설수설한 것 같다 너무 떨리기도 하고 긴장했나 봐. 그래도 전화하니까 목소리도 듣고 좋았어. 괜찮으면 오늘 저녁에 또 전화해도 돼?
오늘 별 일정 없으면 저녁에 볼래?
앗, 부담스러웠다면 미안해.
취기에 건 전화는 받지 않고
아, 이건 안 받아서 다행이다.
벌써 울어 빨개진 눈이 슬프다.
2월 12일(일) AM 04:00
숙취에 찬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생각을 정리한다.
오래된 고백을 해야겠다 다짐하고
소파에 누워서 메시지를 쓴다.
자고 있을까? 어제는 연락해줘서 고마워 3년? 2년? 만인가 아무튼, 사실말야, 내가 너 여전히 좋아하고 있었어. 웃기게 들리겠지만ㅋㅋ 그래서 너무 떨리고 설렜는데 너는 그냥 연락한 것 같아서 이제 연락 안 할게. 또 심심하면 전화해. 네가 내 첫사랑이었어. 그냥 알려주고 싶었어. 취해서 술김에 보내는 거지만 웃으면서 지내 응원할게.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뒤섞인다.
여전히 사랑이다.
네가 다시 연락해주길 기다렸어. ㅡ Q의 기록
글 쓰는 고양이 Q의 인스타 @mylovecomefindme
。.。:+* ゜ ゜゜ *+:。.。.。:+* ゜ ゜゜
<고양이들의 한 마디>
- 송이의 한 마디 : 다음 주는 어느새 크리스마스네요, 눈이 올까요? 안 올까요? 목도리는 꼭 하고 나가세요!
- 송이의 이번 주에 할 일 : 읽던 책들 마저 읽기.
゚+*:ꔫ:*+゚
- 현태의 한 마디 : 다들 몸조심, 마음 조심해
- 현태의 이번 주에 할 일 : 여행 기대하기
゚+*:ꔫ:*+゚
- Q의 한 마디 :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 Q의 이번 주에 할 일 : 사랑하는 당신에게를 시작으로 편지 쓰기
゚+*:ꔫ:*+゚
의견을 남겨주세요
칼
주식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내 기분도 오르기 시작했어! 연말은 풍족하게 지내고 싶은 게 내 바람이야!
오묘한 고양이들의 시선
주식이 잔~뜩 올라서 새해엔 더 풍족해져보자! -Q-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