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 고양이의 편지>
To. 구독자
나는 가끔 타로를 직접 보는데
구독자의 금요일의 운세를 한 번 봐줄게!
오! QUEEN of CUPS 카드가 나왔어!
이 카드보다 더 사랑에 환영할만한 카드가 없어
구독자는 오늘 강렬한 힘을 발휘하는 하루가 될 것 같네 💯
타고난 섬세함과 부드러움을 잘 이용한다면
멋진 하루가 될거야💓💓
from. 대장 Q가
고친소; 새로운 고양이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글 쓰는 고양이, 김송이
나는 토독토독 뜯어졌던 하루의 낱장을 어디선가 물어올 거야.
글 쓰는 고양이, Q
흠, 이번 달은 어떤 이야기를 꺼내볼까?
시 쓰는 고양이, 밀로
안녕,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밀로라고 해.
시 쓰는 고양이, 하현태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할 모든 분께 인사드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송이의 시>
첫 번째 시, 빈종이의 역할
빈종이의 역할, 김송이
일기에 좋다는 말을 여러 번 썼다면
그 말은 꼭 함께 옆에 붙어 있었다
슬쩍 놓으면 떠내려 갈 것 같은 올해에게 붙들려
흰 눈이나 펑펑 맞기를 기대한다
싸라기 눈을 첫 눈이라기에 인정 하지 못했던,
작년과 다르게 나는 그 것을 첫 눈이라고 말하려고
그 옆에 꼭 함께를 적으려고 한다
한동안
이사 온 집에 습기가 과해서 미백색의 일기들이
곡선으로 직선으로 또 곡선으로 휘다가 말았다가
다시금 휘었다
그러게 꼭 지나간 모든 날의
일기들이 불규칙한 것처럼
성실하지 못 한 내가 적히기엔
너무 두꺼운 일기장은 빈종이가 더 많다
빈종이는 재촉하지 않는다
내색도 없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내 년도 마찬가지다
민망한 손짓을 하며 안녕- 인사한다
좋다고 여러 번 적은 후에 함께를 꼭 쓰고 마는 날을
소중히 생각하려 끄트머리를 접어 놓는다
좋아지기를 기대하면 오히려 도망갈까 봐
일기에게 알려주는 셈이지만
평평한 하루와 자그맣게 부풀었던 하루의
차이가 그리 커다랗지 않다는 걸
눈이 내리기도
비가 오기도
해가 내리 쬐기도
푸르기도 붉어지기도
청초하기도 어두워지기도
밝아지기도 시들어가는 것까지도
모조리 함께
내 일기에 함께- 할 때에
하루를 비롯한
여러 시절들이 비록 더 느긋하게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소리없이 내렸다
사락사락 내리는 하얀 종이
설레는 마음에 흰 눈을 밟고 간 자국처럼
마음 위로 녹아내린 까만 글자들이
내 안에 차곡차곡 쌓였다
이번 겨울도 역시 종현의 따뜻한 겨울을 많이 들을 거야, 고양이에게도 사람에게도 모두 따뜻한 겨울이 되었으면. ㅡ 송이의 기록
글 쓰는 송이의 인스타그램 @xoong.xo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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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로의 시>
두 번째 시, 나만이 아는 감옥
나만이 아는 감옥, 밀로
날카로운 손톱이
내 살을 파고든다.
나를 속박하는 울타리처럼
파헤치고 쥐어뜯을수록
상처는 더 깊이 박히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선명히 자리 잡는다.
처음엔 새빨갛던 상처는
검붉게 물들고
점차 희미하게
서서히 변색한다.
내가 만든 나의 감옥.
오직 나만이 알아보는
발버둥 친 흔적들
그 빛바랜 상처들을 남기며
난 무엇을 그토록
고통스러워하며
절규했던 걸까?
내가 괴로워하며 발버둥 친 시간은 언젠가 내 양분이 되겠지 ㅡ 밀로의 기록
밀로의 인스타 @millo._.drea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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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의 시>
세 번째 시, 흐읍 하아
흐읍 하아, 하현태
차마 행복할 수 없었어요
지푸라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던 뚜렷할 가을
언제쯤 거미줄에 얽힌 단풍잎의 사연에 관심 가질 수 있을까요
나무와 나무 사이 투명해지면
가을과 겨울 사이 첫눈 있어서
첫눈에 반했어요
70퍼센트 정도의 비와 30퍼센트 정도의 눈이 만나는 지점에서
나는 노래방에 앉아 하릴없이 돌아가는 조명 같은 거
들어본 적 있는 리듬으로 기계 날뛸 때
방문 뒤에서 입맞추는 연인을 상상해요
발자국 소리를 뚜렷이 내며 잇따라 걸어가는 발 모양을 따라가다 보면
짓무른 눈사람들이 뻗지 못할 손으로 반겨줘요
하하
하고
웃으
면요
그냥 웃는 거죠 뭐
그냥 그런 거죠 커다란 이유나 이해할 만한 계기는 음
눈사람 옆에 있네요 흔들흔들
한 달만 숨을 멈출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흐읍
으로 시작한 삶은 하아
로 끝난다는데
흐읍
하고 한 달 뒤에
하아
하는 삶은 행복할 수 있을까요
벅찰수록 숨 쉬는 법을 곱씹어야 해요. ㅡ 현태의 기록
시 쓰는 현태의 인스타 @hateahat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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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의 초단편>
첫 번째 초단편, 여름의 케빈
밖은 유독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었다. 우리는 맥주 몇 잔을 엎고 휴지를 낭비하면서도 서로가 좋아하는 노래를 틀면서 웃었다. 책상 하나 없는 집 안에는 침대만 덩그러니 있었지만 그게 뭐 단점이라고 몇 번이고 좋아한다고 말하며 맥주를 잔뜩 마셨다. 집 안에 하나밖에 없던 의자를 서로에게 양보하고 그러다 둘 다 바닥에 앉고 책상도 없는 집에 의자는 왜 있느냐며 시답잖은 이야기 따위를 주고받았지만 뭐가 그리 좋다고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웃고 있었다.
“뭔가 쓸데없는데 설레는 얘기 해 줘.”
“사랑해.”
“나도.”
우리는 이 정도의 이야기를 몇 번이고 반복했지만 행복했다. 침대에서 몇 곡의 노래를 놓치고, 차게 식은 찌개를 뒤로 하고 누웠다. 글 쓰는 사람이랑 그림 그리는 사람 둘이 취해 서로의 얼굴을 만지고 사진을 찍고 좋아하는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몇 번이고 립밤을 다시 바르는 것이 귀찮아질 즘이면 해가 떠오르고 우리는 잘 시간이 다가온다. 자고 일어나면 밥을 뭘 먹어야 하나 고민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떠오르지 않으니, 서로를 품에 넣고 잠이 들었다.
-
우리는 오후 두 시가 되어서야 일어났다. 목요일 오후 다섯 시는 여자가 병원을 가야 하는 날이었고 날씨는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 해가 쨍쨍했다. 창문 밖에서는 고양이가 울었고 전날 마신 맥주 캔을 주우며 커튼을 여니 햇살에 눈이 찌푸려졌다.
여자는 곧장 일어나서 머리가 아프다며 이마를 짚으면서 담배를 찾았고 대충 벗어 던진 옷을 주워 입곤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웠다.
오후 세 시가 넘어서야 씻고 나온 여자는 대충 머리를 털며 병원에 같이 가줄 것이냐 물었다. 같이 가겠다고 말하곤 전날 미뤄둔 일을 대충 끝냈다. 네 시에는 나가야 하는데 여자는 유독 늦장을 부렸다.
병원으로 가는 길은 버스를 타고 30분은 가야 있었는데 날이 좋으면 바다가 넓게 보이는 대교가 있었다. 버스를 타고 지나칠 때면 여자 손을 잡고 웃었다. 항상 들고 다니는 볼펜을 두고 왔다며 여자는 휴대폰을 켜고 메모장에 무언가를 짧게 적기 시작했다. 슬슬 더워지는 날씨에 창문을 연 버스가 출발한다.
평소보다 일찍 도착한 병원은 늘 그렇듯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었고 여자는 의자에 가만히 앉아 해맑게 웃고 있었다. 괜히 예쁘다고 머리를 쓰다듬었고 가장 좋아하는 표정으로 여자가 웃었다.
조용한 클래식이 흘러나오는 병원에선 금방 여자의 이름을 불렀고 여자는 이십 분이 지나서 진료실에서 나왔다. 어째서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냐는 질문에 여자는 아니라고 대답했고 병원비를 결제하고 내려오는 승강기에서 여자는 배가 고프다고 이야기했다. 오늘은 맛있는 걸 먹여야겠다고 생각했다.
겨울에 여름 이야기를 쓰는 건 여름을 그리워해서일까? ㅡ Q의 기록
글 쓰는 고양이 Q의 인스타 @mylovecomefind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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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의 한 마디>
- 송이의 한 마디 : 잘 부탁해!
- 송이의 이번 주에 할 일 : 이삿짐 정리하기
゚+*:ꔫ:*+゚
- 밀로의 한 마디 : 처음 시를 투고 했는데 예쁘게 봐줘
- 밀로의 이번 주에 할 일 : 최대한 열심히 쉬기
゚+*:ꔫ:*+゚
- 현태의 한 마디 : 행복하길 바라.
- 현태의 이번 주에 할 일 : 심호흡하기, 꿀잠 자기
゚+*:ꔫ:*+゚
- Q의 한 마디 : 좋은 기회가 생겨서 송년회에서 전시를 하게 됐어!
- Q의 이번 주에 할 일 : 다음 주 원고 작성하기, 새로운 작가 찾기
゚+*: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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