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 고양이의 편지>
To. 구독자
1월 잘 보내고 있니?
나는 요즘 너무 힘들어서
매일 회사 -> 집 -> 회사 만 하고 있어
구독자는 주말에 뭐 할 예정이야?
from. 대장 Q가
고친소; 새로운 고양이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시 쓰는 고양이, 박화우
안녕하세요 :)
<화우의 시>
첫 번째 시, 해파리
해파리, 박화우
내가 어디에서 떠도는진 비밀이야
해파리처럼 살다 가고 싶다
해류를 따라서
나는 그냥 귀속되지 않고 자유로운 존재
이런 내게도 사랑이라는 것이 존재하지만
영속적이고 싶지 않아졌다
가끔은 영원하고 싶다
나는 모든 것을 항해할 거야
내가 있는 곳은 표류지대라서 결코 정박하지 않고
해류를 따라 움직인다
내가 서있는 거 같아보여도 나는 타고 있다
나선을
소용돌이를
대기압 곡선을
가자
다시는 돌아오지 않아
항구만으로
나 바지오 해변 (Navagio beach)
한낮의 시에스타
남은 해가 모두 쓸어간다
모두들 파도가 쓸어가는 줄 알았겠지
빛을 남기지 않아 파도보다 강하다
파도는 대지를 남기니
눈 멀었지
목도했지
바라보다가 바위가 되었네
파도에 마모되어 석상이 되고
올 때를 바라게 해주오
완전히 눈 멀었네
눈 먼 상상의 영역
다시는 오지 않을 선착장에서 떠나는 크루즈와
다시는 목도하지 못할 바다를
그리스로 가고 싶어요. ㅡ 화우의 기록
시 쓰는 화우의 인스타 @oneyours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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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의 시>
두 번째 시, 음-음-음
음-음-음, 김송이
가까이서 노랫소리가 들리는 게 싫어
노트북이나 무선 스피커를 켜보고
조금이나마 멀어진 거리에서
들려오는
사람 소리와 사람 아닌 소리
사람이 딸칵거리다가
만지작거리다가 만든 소리들
음악이라고 하는 음-음-들
이 정도 거리가 좋아
난 저만치서 들려오는 게 좋아서
내게로 쏟아지는 하루
고요하다 말아버리면
나와 소리 사이 간격
그 띄엄띄엄하고도 여유로움 속에
나는
잠깐 숨어들 수도 있거든
사소함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
절취선을 알맞게 자르는 가위 같은 어른,
그런 어른이
되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지만
띄어쓰기와 간격의 필요를 이해해
깍두기 공책에 큼지막하게 썼던 글자와 내가
하염없이 가까웠어도 몰랐던 사실을 이해해
작아진 노랫소리와 내가 멀어진 만큼
나를 몽땅 숨길 수 있지만
실은 아주 사소한 거리
아주 사소한 사람은
시간을 사소하게 보내고도
불안해하지 않기로 해
불안해지면 잠깐 숨었다 나오면 돼
깜깜해지기 전에 나오는 거야
이 음악이 끝나면
누군가 흥얼거리는 콧노래가
나를 밀고 들어오면
이 작고 가벼운 불안이 금세 떠나가리란 걸
이런 사소한 사실을 잊어먹지 말아야지
츤데레 - 선우정아, 윤철종 ㅡ Q의 기록
시 쓰는 송이의 인스타 @xoong.xo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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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의 시>
세 번째 시, 구름 예측 전문가
구름 예측 전문가, 하현태
당신은 계산 하나 되지 않을 얼굴로 가만히
가만히 앉아 빈 하늘만 치켜 보았다
가을은 유난히 서슬 퍼레서 에취
구름 하나 없다
콧등으로 간지러움 올라올 때 겨울은 온다
서슬 퍼레서 오도카니 보고만 있어야 하는
꽁초 같은 사랑 왔다
꽁초같이 살아왔다
머뭇머뭇 뜨는 눈 햇살에 살짝 깨물릴 때
당신은 은은했다 나는 그게 좋아서
커피 구름 닿은 인중에 수증기 맺힐 때
나는 있는 힘껏 흡기했고 그렇게 구름 되고
당신의 얼굴은 여전히 여전하고
필름 돌아가는 소리를 좋아한다
손톱만 한 톱니 둔탁하게 맞물리고 딸깍 맞물리고 딸깍 맞물리고
딸깍
엄지 부풀 때
빠진다는 말에 빠져서
나는 그만 사랑하고야 말았다
두드릴 수 없는 계산 늘어놓을 때
콧등은 벌겋게 돋아 오른다
당신은 빈 하늘 같아서 아차
하는 순간 바닥까지 차오르고야 만다
손가락 사이 꽁초 시들 때
구름은 한도 없이 떠다니고야 만다
가까이서 본 구름과 멀리서 본 구름은 그 속도도 달라. ㅡ 현태의 기록
시 쓰는 현태의 인스타 @hateahat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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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의 시>
네 번째 시, 이탈
이탈, Q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은 목소리로
다시 돌아오겠다는 말만 남겨둔 채 떠나셔서
저는 알겠다는 대답을 해놓고
혼자 남은 그곳에서 눈물 세 방울 흘렸습니다
많이도 흘렸네요
그래도 닦고 일어났습니다
당신이 다시금 찾아오셨으니까요
우리가 며칠을 같이 보냈나요
몇 시간이었나요
몇 분이었나요
그리고 또 떠나셨습니다
똑같은 말투로 똑같이 돌아오겠다는 말만 남겨두고
저는 기다리고 있겠다 대답하고
돌아온다는 말을 믿으면서
다른 사람과 그곳에서 눈물 다섯 컵 흘렸습니다
적게도 흘렸네요
차라리 돌아오겠다고 하지 마시지
이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하지 그러셨어요
사랑과 비슷한 것을 가슴팍에 남겨놓고
돌아오시겠다는 말 하나 남겨놓고
몇백 년 같은 며칠을 왜 저를 혼자 두세요
그래도 당신은 다시 돌아오실 겁니다
아마 다른 곳을 빙빙 돌다가
결국 저에게 오실 겁니다
허나 저를 두고 가실 마음일랑
제게 줬던 모든 것들도 가져가세요
제가 드렸던 모든 것도 두고 떠나세요
예전에 쓴 시를 들고 왔어. 과거의 나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ㅡ Q의 기록
시 쓰는 Q의 인스타 @mylovecomefind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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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의 한 마디>
- 화우의 한 마디 : 잘 지내셨나요?
- 화우의 이번 주에 할 일 : 그림책 구상해보기.
゚+*:ꔫ:*+゚
- 송이의 한 마디 : 봄이 이렇게 빨리 오나요?
- 송이의 이번 주에 할 일 : 촬영 일 일 일 휴무!
゚+*:ꔫ:*+゚
- 현태의 한 마디 : 조금만 더 있으면 봄이 올 거야
- 현태의 이번 주에 할 일 : 아쿠아리움 가기
゚+*:ꔫ:*+゚
- Q의 한 마디 : 하루종일 시집만 읽고 싶어.
- Q의 이번 주에 할 일 : 토요일에 안과가기, 하루를 행복하게 보내기.
゚+*: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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