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왜 혼자일까, 신희린
가져본 적도 없는 아빠를 죽이고 싶었지.
기억은 흔들의자 위에서 탄생했다. 지면에 발이 닿으면 망가지는 인형처럼 나는 의자에 몸을 걸쳐둔 채 나를 업어줄 사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삐걱삐걱. 의자가 기울 때마다 내 머리도 삐걱삐걱. 엄마, 나 배고파. 엄마를 불러도 엄마가 없는 집에서.
오빠라도 있었으면 달랐을까. 옷장 속엔 오빠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걸려있다. 치마 한 장 없는 옷장 속의 어둠을 보호색처럼 두른 검정 옷들과 나란하게.
나는 부고를 들어도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났다.
엄마는 왜 혼자일까. 아빠도 오빠도 없으면서 왜 혼자일까. 엄마가 죽였나? 아빠도 오빠도 엄마가 죽였나? 엄마는 나만큼은 죽일 수 없어서 집을 떠나버렸지. 그렇다면 나도 기꺼이 이 집을 버릴 테다. 엄마한테 엄마를 죽일 수 있는 기회를 뺏기지 않을 거야.
죽이겠단 다짐이 빼곡해질수록 글씨는 희미해진다. 나는 잘못된 습관으로 자란 아이. 자꾸만 엄지로 손에 붉은 초승달을 새기고 만다. 이 모든 게 엄마 때문이야, 아빠 때문이야, 오빠 때문이야……. 입어 본 적도 없는 검정 옷엔 먼지만 수북하고.
곰팡이 핀 싱크대 누런 밥알이 굳어있는 밥솥 텅 빈 신발장 얼굴만 찢겨 있는 가족 사진 바닥에 널브러진 크레용 말라 비틀어진 백합
썩은 물 냄새
의자에 몸을 걸쳐둔 채 엄마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삐걱삐걱. 엄마, 나 배고파. 엄마를 불러도 엄마가 없는 집에서.
엄마, 나 이제 부고를 들어도 언제든 찾아갈 수 있어. 어디든 갈 수 있어. — 희린의 기록
비 맞은 땡중 처럼, 김하녹
부쩍 혼잣말이 늘었다.
어디서 흠뻑 비라도 맞고 온 마냥,
툭툭 뱉어내는 말의 화자도 청자도 나.
적어도 그 말들은 솔직하다.
날것의 마음을 내비쳐도 안전하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그리고 쓰고,
세상에 말을 걸기 시작했는데,
여전히 어떤 갈증이 채워지지 않는다.
레이어가 없는 ‘나’에 대해서 생각했다.
아무런 검열 없는, 다듬고 다듬지 않은 솔직한 말들을
언제쯤 죄다 꺼내 놓을 수 있을까.
무수히 많은 레이어에 뒤덮여,
원본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한 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 삶을 마치고 싶진 않다.
적어도 살아가는 동안은
있는 힘껏 나를 마주하고 또 꺼내고 싶은데도,
그게 왜 이리 어려운지.
구겨지지 않은 원형의 나,
구겨진 모습도 결국은 나.
그 간극 사이에서 늘 헤매며 살고있다.
이번 주에는 내가 찍은 사진을 가져왔어! 길을 가다 마주치는 풍경들을 내 방식으로 담는 걸 좋아해. 이 글을 읽을 지구인들은 어떤 풍경을 제일 좋아하는지 궁금하다! — 하녹의 기록
희린의 이번 주에 할 일 : 다음 주 일정이 풀로 꽉 차서 조금 무서워 다음 달부터는 왕복 4시간 거리를 출근해야 하는데 잘 해낼 수 있을까? 토요일엔 데이트를 하고 일요일엔 과외를 할 예정이야. 그 외의 시간은 일단 쉬고 싶어. 그래도 읽어야 할 텍스트는 읽을 거야. 오늘은 조금 말이 많았네, 부디 안온한 하루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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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산짱돌주먹
표어의 고양이가 작가님들을 뜻한 단어인가요? 저는 진짜로 제가 키우는 고양이를 자랑하러 왔다가 엄청난 명작들을 읽고 갑니다 저는 왕복 3시간 출퇴근을 매주 해내고 있어요 입금되는 날만 안 힘들어요 파이팅
하녹
유쾌한 댓글에 한참을 웃었어 🐱 호주산짱돌주먹 고양이야 고마워 🐈✨️
오묘한 고양이들의 시선
너무 귀엽다!✨ 다음에 새 친구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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