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 10억 매출’ 서령에 대한 오해와 진실

“처음 하는 이야깁니다.”

서령 김재성 본부장이 괜히 하는 말이 아닙니다. 인터뷰 내내 깜짝 놀랐어요. 사실 <오프라인 그라운드>는 서령을 꽤 잘 안다고 자부했거든요. 여러 번 서령을 주제로 스터디했으니까요. 하지만 한 꺼풀 벗긴 진실은 상상 이상으로 현실적이었습니다. 진짜 서령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INTERVIEW

‘월 10억 매출’ 서령에 대한 오해와 진실

오해1 - 맛을 자신하고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서령은 언뜻 지방 맛집의 본격 서울 진출로 보입니다. 홍천 장원막국수 창업주 정종문・이경희 부부가 요양차 향한 강화에서 오픈한 서령이 평양냉면 마니아 사이 화제가 되자 얼마 뒤 서울 입성을 알렸다는 거죠. 그것도 상당히 번듯하게 말입니다. 창업주 부부의 서사와 100% 순면으로 잡은 맛, 그리고 자본을 등에 업은 공격적 투자였을까요? 김재성 본부장은 오해라고 말합니다.

Q. 강화에서 서울로 이전했어요. 왜 중구를 택했는지 궁금해요.

“서울 중심부에 들어가려 했습니다”라고 말하면 멋있겠지만, 실제는 좀 달라요. 처음엔 50평 넘는 규모에 권리금 없는 곳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서너 달은 본 것 같아요. 중점적으로 살핀 지역은 중구, 강남구, 그리고 송파구였습니다. 오피스 상권 위주로 본 이유는 사실 자신이 없어서예요. 서령이 역사도 있고 평양냉면 마니아 사이에서 나름 유명하다지만 서울에서 그런 브랜드를 찾아보면 또 많거든요. 그래서 서령의 음식을 맹신하지 않았어요.

Q. 잠시만요. 자신이 없었다고요?

강화는 전형적인 관광지 상권이에요. 평일 저녁은 잘 되는 곳이 거의 없는데 주말은 잘됩니다. 얼마나 잘 되는지는 초지대교 통행량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초지대교가 막히는 날은 손님이 많죠. 그런데 비가 오면 매출이 뚝 떨어져요. 그러다 보니 분별이 어려웠어요. 서울은 경쟁이 심하고 또 다른 변수가 많은 지역이라 그걸 다 이겨내면서 잘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어요. 대박은 상상도 못 했고요.

강화 시절 서령 ⓒ에스콰이어

Q. 다시 상권 이야기로 돌아갈게요. 오피스 상권 위주로 살폈다고요?

네. 금전적 여유가 많지도 않아서 점심 장사 걱정이 덜한 상권 위주로 봤습니다. 강화도에서 일군 것을 다 버리고 오는 건데 망하면 안 되잖아요. 그때 제가 간이 작았어요.

Q. 상권 결정은 순탄했나요? 과정이 궁금해요.

어쩌면 강남에 자리 잡았을 지도 몰라요. 계약 직전까지 간 곳이 잠원동 먹자골목 쪽이었거든요. 규모와 구조가 마음에 드는 데다 집기까지 다 있어서 완전 홀렸죠. 그런데 괜히 전화가 걸고 싶더라고요. 제가 정말 존경하는 블로거 두 분(후후의 식도락, 문썬의 밥상)께요. 그때 “도장 찍지 말고 나오세요”라는 말을 듣지 않았더라면 정말 계약했을 거예요.

Q. 인연이 아니었나 보네요. 그럼 중구는 어떤가요?

그 후 한 달을 보는데 지금 자리가 나왔어요. 단암빌딩이라고 찾아보니 한국 최초의 근대 건물 중 하나로 역사성이 있는 곳이었죠. 첫인상은 사실 마음에 썩 들지 않았어요. 입지도 구조도 크게 내키지 않더라고요. 가벼운 마음으로 임장을 하고 돌아가는 길에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빌딩 측이었어요. 대화는 짧았습니다.

“저, 혹시 무슨 냉면인가요? 상호가…”

“평양냉면입니다. 서령이라고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여기서부터 신기한 일이 벌어져요. 이북 분인 회장님께서 원하는 조건을 얘기해 보라고 하신 거죠. 큰 기대 않고 제 입장에서 적정선이라고 생각한 조건을 말했는데 들어주셨어요. 정말이지 좋은 조건으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Q. 아쉬움이 남지만 조건이 좋으니까 들어갔다고 이해해도 될까요?

조건뿐만은 아닙니다.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빌딩에 입주 회사가 굉장히 많다는 점이었어요. 건물 내 근로자가 2천 명 정도 됩니다. 그중 1%만 점심 먹으러 와도 굶어 죽진 않겠다는 판단을 했어요. ‘20명보다는 조금 더 오겠지? 그럼 최악의 경우, 직원 없이 나 혼자서라도 꾸려갈 수 있다’고 생각한 거예요. 처음 밝히는데요. 이게 진실이에요. 그때는 정말 절박했어요. ‘아이템에 확신이 있으니 리스크가 크더라도 서울 중심부에서 해보자’는 마음이 아니었어요. 생존이었어요, 생존. 단암빌딩과의 미팅도 한몫했어요. 원리원칙에 따라 움직이면서도 질서 있게 과정을 밟아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만나 보지 못한 큰 건물의 건물주라는 미지의 두려움이 해소됐거든요. 오히려 많이 배웠습니다. ‘일은 이렇게 하는 거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Q. 입지 고민은 없었는지 궁금해요. 평양냉면은 찾아가서 먹는 아이템이니까 괜찮다는 판단이었나요?

평양냉면이니까 찾아올 것이라는 생각은 안 했어요. 그만큼 자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더 정확히 말하면 평양냉면이라는 시장 자체를 당시 제대로 몰랐죠. 그렇기 때문에 도리어 논리적인 접근이 가능했습니다. 감이 아니라 숫자에 집중했어요. 판단 근거 중 하나는 스타벅스였어요. 그 자체가 어느 정도 상권이 형성돼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서령 바로 옆에 스타벅스가 있는데, 그 외에 걸어서 갈 수 있는 매장이 3개나 더 있습니다. 상당히 의미 있는 숫자죠.

서령 인근 스타벅스 ⓒ네이버 지도

또 인근 건물의 상주 직원 수와 식당 수를 대략적으로 살폈어요. 그런데 식당이 채 100개가 안 되더라고요. 대형 평수 식당은 손에 꼽을 정도고요. 중구, 특히 서령 인근에는 인원 대비 식당이 절대적으로 적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Q. 과거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깊이 고민하지 못했다”는 말을 했어요. 이번 타깃 고객 분석은 달랐나요?

법인카드에 대한 생각을 좀 했어요. 중구는 1금융권 은행 본사를 비롯한 전통 대기업이 있고, 그곳에 다니는 분들은 낮은 단가의 매장에서 여러 번에 걸쳐 나눠 쓰겠다는 판단을 했어요. 여의도와 또 달라요. 기업 문화가 다소 경직돼 있다 보니 비용 처리를 통 크게 하지 않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사와 회식은 할 테니 우린 그 지점을 노린다는 전략이었어요. 전략은 맞아떨어졌습니다. 실제 회식 문의가 많아요.

Q.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요?

괜찮습니다. 사실 평양냉면이 마진이 많이 남지 않아요. 제대로 만들려면 인건비가 꽤 들거든요. 다행인 건 시장이 평양냉면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중구 직장인은 법카 쓸 때 분명 그 점을 고려할 거라고 봤어요. 쓸 때 잘 써야 한다는 생각이 있고, 서령이 그 지점을 파고들 수 있지 않을까 한 거예요. 저녁에 20만 원짜리 한우는 못 먹어도 점심에 1만 7천 원짜리 평양냉면은 먹을 수 있잖아요.

서령 순면 ⓒ서령

Q. 이쯤에서 숫자를 정리하면 어떨까 해요. 자본금과 매출 등이 궁금해요.

본점 오픈할 때 6억 원 들었습니다. 보증금 1억 원, 인테리어 비롯해서 개별 공사, 집기 등에 4억 원 정도 들었어요. 세부적으로 보면 주방 집기에만 1억 2천만 원 정도 썼고요. 집합 건물 1층 75평에서는 꽤 선방한 편이죠. 매출은 이번 여름 기준 월 6억 원 정도 나옵니다. 롯데월드몰점까지 합치면 월 10억 원 이상 되고요.

Q. 인테리어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서령은 묵직하면서도 정갈한 분위기예요. 공간을 통해 헤리티지를 드러낼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인테리어가 메인이 되는 것을 선호하지 않아요. 개인적으로 운영한 매장은 과도한 인테리어가 음식을 잡아먹는 형세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도리어 음식에서 힘을 빼야 했어요. 강렬함과 강렬함이 만나면 빨리 질리니까요. 현재 서령 인테리어는 단단한 인상을 줘요. 전통적으로 풀지 않은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현대식은 아니에요. 비유하자면 고급 종이를 액자 안에 넣어 정갈하게 편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무엇보다 서령의 메인은 음식이에요. 인테리어를 비롯한 모든 것들이 서령의 음식을 떠받쳐 주도록 했어요.

Q. 공간을 완성한 뒤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했다고 들었어요.

와전된 이야기예요. 혹자는 마케팅에 돈을 쏟아부었다고 말하는데 실은 한 푼도 쓰지 않았어요. 그동안 외식업을 하며 여기저기 도움을 줘왔어요. 알려달라면 다 알려주고요. 그리고 서령 오픈 전에 처음으로 도움을 청했어요. 3일 동안 직원 가족, 지인 등 100팀을 초대했는데 그중 3, 4명 정도 인플루언서 친구가 있었던 거죠. 그 친구들이 도움을 줬어요. 게시물을 본 다른 인플루언서들이 반응하면서 바이럴이 꽤 됐죠.

오해2 - 월 매출 10억 원, 이제 걱정 없다?

오픈 후 서령은 빠르게 자리 잡았습니다. 성시경의 먹을텐데에 소개됐고 미쉐린 빕구르망에도 이름을 올렸죠. 서울 이전 2년 차, 월 매출은 10억 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이제 서령은 걱정을 덜었을까요? 김재성 본부장은 고개를 내젓습니다.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요.

Q. 서령은 오픈 초기부터 입소문을 탔어요. 바로 웨이팅이 생겼고요.

사람들은 쉽게 말해요. ‘마케팅에 돈을 쏟아부었다’, ‘지역 맛집을 가져와서 번지르르하게 만드는 거 누가 못하냐’고요. 다 맞는 말입니다. 근데 서령은 운의 영역이 컸다고 생각해요. 잠원동 자리를 말려준 지인과의 통화도, 평양냉면에 애정이 있는 건물 측의 호의도, 지인의 피드가 일으킨 바이럴도, 그리고 저와 서령의 인연까지도 다 운이죠. 진짜 그렇게 생각해요.

지난 2월 공개된 성시경의 먹을텐데 서령 편 ⓒ유튜브 성시경 SUNG SI KYUNG

Q. 그래도 그 안에서 역할이 있었다면요?

진지하게 ‘나는 뭘 잘했지’ 하고 고민해 봤어요. 하나 있더라고요. 지난해 기준 서령 본점 최고 월 매출은 3억 5천만 원이었어요. 올해는 6억 원대가 나왔습니다. 테이블을 늘리지 않았는데 거의 8, 90% 신장했죠. 이때 손님이 몰려드는 건 운의 영역이라고 해요. 제가 잘한 건 그걸 팔아내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거예요. 한 달에 2만 5천 그릇 정도를 말이에요.

Q. 그 구조라는 게 구체적으로 뭘까요?

한마디로 하면 회사라는 생각으로 운영한 거죠. 음식점이 아니라 회사요. 저는 직장 생활을 넷마블에서 시작했어요. 우연히 넷마블 입사 축하 메일을 봤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메일을 보낼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그때부터 회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어요. 홀 구석 자리에서 노트북 놓고 와이파이 켜서 월급 계산하고 그랬는데도 말이에요.

Q. 말과 함께 어떤 행동을 했는지도 궁금해요.

바로 같은 건물 지하에 조그마한 사무실을 얻었어요. 전 현장에서 일을 해야 하니 기록을 도와줄 직원도 뽑았고요. 재무팀이란 이름도 붙였죠. 근데 어떤 일을 맡겨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일을 의식적으로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서령의 일이 구조화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이게 오픈 2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에요.

Q. 자신이 없었다면서 오픈 후 선택은 상당히 빨랐네요?

빨랐어요. 해야 할 일이 보였거든요.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음식점을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을 한 후부터 일을 분업화하기 시작했어요. 그때 맘스터치 조직도가 도움이 됐어요. 현장에서 하고 있는 일이 부서별로 상세히 나눠져 있더라고요. 실제 업무에는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적용했어요. 매출이 떨어지고 적자가 시작됐을 때죠. 사실 완성형은 아니에요. 여전히 만들어 가고 있어요.

서령이 참고한 맘스터치앤컴퍼니 조직도 ⓒ맘스터치앤컴퍼니

Q. 사용하는 업무 툴이 있다고요?

네이버 웍스를 쓰고 있어요. 카카오톡은 업무 연관성이 떨어지고 구성원을 초대하는 일이 번거로워서요. 네이버 웍스는 경영지원팀, 생산팀, 팀장팀, 서비스팀, 주방팀 등 조직을 등록하면 알아서 방에 초대돼요. 그리고 운영에 대한 이야기가 실시간으로 이뤄지죠.

Q. 업무 툴이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 궁금해요.

업무 효율성이 좋아졌어요. 그런데 무엇보다 구성원이 조직에 대한 소속감을 가지게 돼서 좋아요. 6070 세대 이모님들이 자녀에게 자랑을 하더라고요. 엄마도 쓸 줄 안다고요. 오히려 사용법을 알려주기도 하나 봐요. 툴을 사용하면서 되게 열정적으로 바뀌셨어요.

네이버 웍스 샘플 이미지 ⓒ네이버 웍스

Q. 여러 의미가 있는 툴이네요. 어떻게 보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고요.

무슨 생각으로 했는지 모르겠어요. 장사는 안 되고, 시간은 남아돌고…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했다는 게 가장 솔직한 답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때 시스템을 잡지 않았더라면 지금 엄청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많은 물량을 팔아낼 수 있었던 데는 회사라는 마인드셋이 중요했어요. 회사라고 하는 순간, 구성원의 시각이 바뀌거든요.

Q. 인식 바꾸기는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예요. 어떤 시행착오를 거쳤는지 궁금해요.

초반엔 저도 회사라는 말이 입에 안 붙어서 혼났어요. 거의 스스로 세뇌하다시피했죠. 그러다 보니 구성원에게 해줘야 할 것들이 보이더라고요. 한 번은 연차 사용에 대해 직원이 물었는데 대답을 제대로 못했어요. 너무 창피하더라고요. 손님이 줄을 서고 유명하다고는 하는데, 정작 직원이 언제 그만둬도 이상하지 않은 식당 중 하나인 상황인 거죠. 그때부터 제대로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Q. 근로 계약부터 체계적으로 손을 봤다는 의미일까요?

전반적으로요. 최근에는 한 분 한 분 미팅을 했어요. 다들 알고 있어요. 여름 잔치는 끝났다는 사실을, 앞으로 매출이 꺾이기 시작한다는 사실을요. 그런데 ‘잘리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는 건 싫었어요. 사실 냉면 전문점은 겨울에 사람을 자르는 게 일반적이에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어요. 겨울 매출로 그 인원을 유지할 수 없거든요. 전 그게 싫었어요. 필요할 때 쓰고 어려우면 내보낸다? 그걸 회사라고 부르긴 어려우니까요. 서령에서까지 반복하고 싶진 않아서 취업 규칙, 근로 계약 등을 다듬었어요. 누가 물어봐도 대답할 수 있도록요.

Q. 그 와중에 롯데월드몰에 입점했어요. 어떤 판단으로 확장했는지 궁금해요.

포장 안 하고 이야기하면 또 눈물 나는 이야긴데요. 롯데월드몰은 생존을 위해 들어갔습니다. 성시경의 먹을텐데에 나오기 전에 이미 계획하고 있었어요. 겨울 매출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아니까 한 선택이었죠. 대형 몰은 날씨가 안 좋을 때 더 잘 되거든요. 아주 춥거나 아주 더울 때 사람이 더 몰립니다. 몰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주차도 편하고요.

Q. 결국 겨울 매출에 대한 고민의 연장선에서 내린 결정이네요?

냉면은 날씨 영향을 많이 받아요. 충무로의 한 유명 평양냉면 매장이 여름에 월 7, 8억 원을 파는데 겨울 매출은 1억 원에 그쳐요. 사람들 인지 속에 냉면은 거의 없는 거죠. 겨울만 변수가 아닙니다. 비 오면 또 매출이 반토막 나요. 태생적으로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아이템인데,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회사로서 생존하기 위해 고민할 수밖에요.

Q. 서령과 평양냉면이 가지는 헤리티지를 생각해서 몰에는 들어가지 않겠다는 기조가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 생각이 아주 많았어요. 지점이 생기는 순간, 브랜드 수명을 깎아 먹으리라는 생각도 했고요. 그랬는데도 강행한 건 절박함 때문이었어요. 헤리티지고 뭐고 직원들 밥도 못 먹이게 생겼다는 절박함이 있었죠. 비 오는 날 본점 매출이 떨어지는데 몰 매출이 올라주면 헤지가 되잖아요. 그럼 겨울에 한가하다고 직원을 해고하지 않아도 돼요. 바쁜 쪽으로 인원을 옳길 수도 있고요.

Q. 계속 비수기를 헤지하는 전략을 만들어 가는 중일까요?

그렇죠. 신선로가 하나의 예에요 겨울을 버티기 위한 생존 메뉴죠. ‘어떻게든 겨울에도 난 손님을 오게 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이번 겨울을 어떻게 헤쳐나가느냐는 또 다른 숙제예요. 진짜 실력인지 아닌지 판가름이 나겠죠.

Q. 끝으로 서령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요.

고민이 많아요. 더는 확장하지 않고 싶은 마음도 있고, 기왕 확장한 김에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지금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서 싸우고 있어요. 근데 이번 겨울이 중요해요. 오래된 것 같지만 서울로 이전한지 아직 1년 반도 안 됐거든요. 그 짧은 기간 동안 롯데월드몰점도 오픈했고 직원도 70명이 넘었어요. 매출은 거의 배로 뛰었고요. 저는 서령이 개발도상국 같아요. 내실을 갖추기 전에 성장을 해버린 듯해서요. 그래서 더 내부 시스템 정비에 집중하려 해요. 무너지지 않으려고요. 그리고 들으면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는데, 서령은 서울 이전 후 이익금을 한 푼도 쓰지 않았어요. 이 역시 겨울 대비죠. 회사에 돈이 없는 것만큼 불신 생기는 일이 없거든요. 지금 얼마를 가져가느냐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정말 혹독한 겨울이 올지 모르니 대비를 게을리하지 않으려고요.

기획・사진 공지온 ￨ 인터뷰・글 오한주